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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긴장 높아진 “남북 접경지”
‘전단 살포 지역’ 포천 주민 분통
“어디서 뿌린지 경찰 파악 못해”
6일 정오께 연평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박태원씨가 찍은 사진. 박씨는 자신이 찍은 방향으로 불법 조업을 나온 중국 어선이 자주 보였지만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태원씨 제공

“북쪽을 보면 원래 불법 조업 나온 중국 어선이 많았는데 오늘은 하나도 없더라고. 이 정도로 없는 건 연평도 포격 이후 처음이에요.”

6일 오후 3시 인천 옹진군에 속한 서해 5도 중 하나인 연평도에서 만난 어민 박태원(65)씨가 조업 중 찍은 사진을 내밀었다. “원래 중국 어선들이 빼곡하다”는 북쪽 해역엔 텅 빈 수평선만 보였다.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한 연평도 앞바다는 꽃게잡이 철(4~6월)이 되면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로 홍역을 앓는다. 해양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엔엘엘 해역에서 출현한 불법 조업 어선은 3~6월 일평균 96~141척에 달한다. 남과 북 사이에서 어족 자원을 싹쓸이하는 불청객이지만, 어민들은 이들이 보이지 않으니 불안해했다. 남북 사이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경청은 “중국 어선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어민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날 연평도는 겉으로는 평화로웠지만 커지는 남북 긴장의 그림자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망원경으로 본 북한. 이승욱 기자

우선 어민들은 군이 이달 중 재개한다는 해상 포사격 훈련에 대해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정희 연평도 주민자치회장은 “포사격 훈련이 문제라기보다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것이 우려되는 것”이라며 “5월 말에 이미 북한이 전파 공격을 해 지피에스(GPS)가 작동하지 않는 등으로 조업에 피해를 볼 만큼 봤다. 지금 여긴 꽃게잡이 철인데 하필 왜 지금 다들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군은 어민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어민들은 아직 관련 설명회 일정을 공지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연평부대 쪽은 “훈련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0년 연평도 포격으로 피해를 본 집을 보존한 모습. 이승욱 기자

연평도 주민들에겐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기억이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다. “그때 바로 이웃집에 포탄이 떨어졌어.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귀가 먹먹하고 눈물이 나.” 고얌전(94)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연평도에서만 80년을 넘게 살아온 최남식(94)씨는 “우리가 군의 포사격을 하지 말라고는 못 하지만 마음이 안 좋긴 하다”며 “아무래도 이미 한번 혼났던 마음이라 무슨 소리만 나도 불안하니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최씨와 고씨의 집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는 북한 포격으로 파괴된 민간인 집터가 안보교육장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이날 바다의 불안과 뭍의 불안이 다르지 않았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이날 새벽 1시께 대북전단을 살포한 경기 포천시는 겉으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포천시 신읍동 주민 김영철(68)씨는 “아침에 밭일하다가 점심때가 다 돼서야 대북전단 살포 소식을 들었다”며 “과거에는 대북전단을 뿌리더라도 경찰이 제지도 하고 이런 장면이 뉴스에도 나와서 그나마 안심이 됐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사라졌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이날 대북전단 살포가 있었음에도 포천시와 포천경찰서 등은 전단을 뿌린 위치가 어디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이 있었던데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자제 요청은 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로 관계 당국은 현황 파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답답한 건 주민들이다. 포천시 창수면 오가리에 사는 임종만(61)씨는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보수층이라도 확실히 잡으려는 건지 정부가 북한을 너무 노골적으로 적대시한다”며 “과거에는 민간에서 전단을 뿌려도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면 큰일은 벌어지지 않겠거니 했는데, 요새는 강 대 강만 추구하니 더 불안하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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