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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배양육 소재 '지배종' 쓴 이수연 작가 
"동물 안 먹고 숲 안 밀어도 되는 
그런 세상 바라며 대본 썼다"

대표작 '비밀의 숲' 시리즈 등 
멜로 라인 없는 작품들...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나'에 주목

'감정 없는 사회생활' 캐릭터로 호응
"관계의 과부화, 누구나 싫을 것" 
 4년 직장 생활 뒤 퇴사 후 작가로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 속에서 조승우(왼쪽)는 검사로 조직 생활을 하고, '지배종' 에서 주지훈은 대기업 회장 경호원으로 일한다. tvN, 디즈니플러스 제공


최근 공개된 드라마 '지배종'(디즈니플러스) 속 주지훈과 2017~2020년 방송돼 화제를 모았던 '비밀의 숲'(tvN) 시리즈 속 조승우. 두 주인공엔 공통점이 있다. '지배종'에서 퇴역 장교 출신 경호원을 연기한 주지훈과 '비밀의 숲' 시리즈에서 검사로 나온 조승우 모두 일터에서 타인과 어울리기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자발적 외톨이가 돼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게 두 사람의 특징이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직장 생활' 캐릭터의 비밀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안절부절못하는 건 되레 직장 동료와 상사들이다. "어딜 먼저 가? 머리털 나고 먼저 가는 막내 못 봤어." '비밀의 숲'에서 저녁 식사를 끝낸 뒤 먼저 집에 가겠다는 후배에게 선배가 이렇게 쏘아붙이자 황시목(조승우)은 "아, 예. 내일 뵙겠다"고 하고 주저 없이 그 자리를 뜬다. 두 드라마가 공개된 후 일부 시청자들은 "우채운(주지훈)과 황시목처럼 직장 생활하고 싶다"며 부러워했다. 업무를 하는 것보다 상사 눈치 보고 조직 생활하는 데 더 진을 빼야 하는 게 '짠내 나는' 직장인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배종'과 '비밀의 숲'의 대본은 모두 이수연 작가가 썼다.

"사회생활의 번거로움이나 관계의 과부하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럴 용기가 없으니까, 실천할 수 없으니까 드라마 속 캐릭터에 그 바람을 투영시키나 봅니다. 제가 구축한 두 주인공이 매우 기능적 인물들이라 일을 잘하려면 감정이 되도록 배제돼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요, 하하하." 최근 한국일보와 서면으로 만난 이 작가의 말이다. 그도 작가로 데뷔하기 전 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드라마 '지배종'에서 국무총리 선우재(이희준·왼쪽)와 생명기술 기업을 이끄는 윤자유(한효주)가 대화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피할 수 없는 미래, 어떻게?" 인공 배양육 다룬 이유

이 작가는 신작 '지배종'에서 여물을 먹고 자란 소·돼지 대신 인공 배양육이 먹거리를 대체하는 가상의 미래를 그렸다. 그는 "동물 안 잡아먹어도 되고 식량 생산을 위해 숲을 밀어버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본을 썼다. 환경·동물 보호 취지에서 인공 배양육 기술을 갖춘 생명공학기업 이름을 '피'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맥락에서 '블러드 프리(Blood Free)'의 약자로 'BF'로 지었다. 동물 먹이 사슬을 끊었다는 의미에서 BF 창립주 이름은 자유(한효주)로 작명했다. 드라마는 인공 배양육이 육류 소비를 대체하면서 축산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고, 그 기술이 인공 장기를 만드는 과정까지 다루며 생명 윤리에 대한 고민도 던진다. 그는 "피할 수 없는 매우 근미래의 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었고 (인공배양육 기술이 갖춰지면) 우린 어떤 목표를 바라봐야 하나 싶었다"며 "2025년을 배경으로 했지만 검색이 아니면 오로지 상상할 수밖에 없어서 지금까지의 대본 작업 중 가장 취재가 곤란했다"고 작업 뒷얘기도 들려줬다.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에서 황시목(조승우) 검사와 경찰 한여진(배두나)가 사건 현장에 함께 등장했다. tvN 제공


"코스모스 같은 줄 알았는데 단단한 한효주"

이 작가의 대표작은 '검찰 공화국'의 그늘을 다룬 '비밀의 숲' 시리즈다. 그의 작품엔 남녀 주인공의 흔한 멜로가 없다. 이 작가의 펜은 사랑 대신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로 향한다. "개인의 사생활이 궁금했던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부대끼며 사는 인생 얘기보다는 사회 현상을 소재로 삼게 됐고요. '누군가가 보고 싶다'고 느낀 적도 없다 보니 사랑 얘기도 못 쓰고요. 제 성격과 재주의 한계죠." 그렇게 이 작가가 쓴 '지배종'에서 여자 주인공인 윤자유는 사랑에 골몰하는 대신 생명공학 기술로 정부와 싸우며 세상을 바꾸려 한다. 이 작가는 "제가 생각한 한효주는 코스모스 같은 분이었는데 직접 만나 보니 첫인상이 굉장히 강렬했다"며 "'단단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느낌이 강해 그때의 이미지가 인물을 만들어 가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지배종'을 끝낸 이 작가는 다시 대본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역시나 사건이 터지고 범인 잡고 누가 죄인인지 밝히는 얘기를 새로 쓰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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