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첫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
“바이러스 노출 경로 아직 몰라”

조류인플루엔자 이미지./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사망했다. 이번 감염 사례에서 나타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멕시코의 가금류 농장에서 보고됐던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현지 시각) 멕시코에서 사망한 한 남성에게서 H5N2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치명적인 인체감염 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WHO는 “H5N2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실에서 확인된 첫 인간 감염 사례이며, 멕시코에서 보고된 첫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사례”라고 설명했다.

H5N2는 주로 조류를 감염시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다. H5N2는 바이러스 표면에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디아제(NA)가 각각 5형, 2형이라는 뜻이다. HA는 바이러스가 인체세포에 들러붙는 열쇠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한 뒤 인체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한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여러 번 감염시키며 이 두 단백질의 형태를 바꾼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3월 미초아칸주 가금류 농장에서 H5N2 감염 보고가 있었다. 다만 사망한 환자는 가금류나 다른 동물과 접촉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WHO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환자는 멕시코시티 한 병원에 입원한 59세 남성으로, 지난 4월 17일부터 발열과 설사,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같은 달 24일 멕시코 국립호흡기질환연구소에 입원했지만, 결국 합병증으로 숨졌다. 다만 이 남성은 만성 신부전과 당뇨병,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WHO는 사망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검사했지만, 추가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국제보건규약(IHR)에 따르면 이번 H5N2를 포함해 H5N1, H5N6 같은 H5 유형(인플루엔자 A형)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으로 분류돼 WHO에 보고돼야 한다. 이미 H5 유형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몇 차례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과 5월 젖소와 접촉한 축산업계 종사자 3명이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사람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은 경증에서 중증까지 호흡기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결막염과 뇌염, 뇌병증이 발생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다만 WHO는 조류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들이 사람 사이에서 확산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WHO는 “이전 사건들의 H5 바이러스는 인간 전파를 지속할 능력을 얻지 않았다”며 “인간 대 인간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WHO 협력 기관들과 함께 인간과 동물 접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송복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