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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중국 의존도 낮추고 시장 다각화로 어닝서프라이즈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화장품주 52주 신고가…중저가 인디브랜드 판매 호조 이어져
국내 화장품주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중국사업 위축 여파로 부진에 허덕이던 K-뷰티 산업이 부활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최근 수출이 급증한 업체들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일본 진출한 K-뷰티 ‘깜짝실적’
코스맥스엔비티 호주공장 / 사진=코스맥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는 ‘시장 다각화 전략’으로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아모레퍼시픽의 연결기준 1분기 매출은 911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727억원으로 12.9% 늘어났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1분기 매출은 5.6% 증가한 7409억원,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631억원을 기록했다. 애경산업 화장품 사업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31억원과 99억원으로 각각 7.6%, 13.7% 증가했다. 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에도 해외사업이 호조세를 보인 덕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재고 축소 등의 영향으로 1분기 매출은 감소했으나 미주 매출이 40%,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매출이 52% 각각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을 방어했다. 미국에서는 라네즈 신제품 출시 효과로 도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은 1분기에 중국과 일본에서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매출은 9.9% 성장한 2135억원, 일본 매출은 3.6% 증가한 93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화장품 기업의 주가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는 지난 5월 14일 장중 17만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썼다. 증권가 예상을 웃돈 호실적을 발표한 것이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배경이다. 코스맥스는 1분기 매출이 5268억원, 영업이익이 454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예상치 평균)인 385억원을 17.9% 웃돌았다. 국내 매출은 물론 중국, 미국 등 해외 법인 매출까지 고르게 성장하면서 어닝서프라이즈를 냈다는 분석이다. 코스맥스의 중국 법인 매출은 1분기 1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8.5% 늘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법인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43.2%, 25.8% 증가했다.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코스맥스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30%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8월 말 15만3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 3월부터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른 중소형 화장품주들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며 주가가 올랐다. 색조 전문 화장품 기업 클리오와 화장품 ODM 업체 코스메카코리아는 최근 한 달 새 30%가량 올랐다. 클리오의 1분기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컨센서스인 79억원을 소폭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영업이익은 62.5% 급증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8.3% 늘어나 137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맥스와 함께 국내 양대 화장품 ODM 기업인 한국콜마도 상승세다. 5월 주가는 15% 이상 뛰었다. 한국콜마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48억원과 324억원으로 모두 1분기 기준 최대다. 1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367억원)에 못 미쳤지만 전년 대비로 보면 168.9%나 급증했다.

증권가에선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대체로 컨센서스에 부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의 베이징공장 생산 중단과 연우의 중국 영업사무소 전환 등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K-뷰티 열풍이 올해도 이어진 것이 중소형 화장품주들이 강세를 보인 배경이다. 해외에서 중저가 인디 브랜드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맥스의 경우 미국과 일본 고객사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고 중국에선 메이크업 카테고리와 인디 브랜드 위주로 매출이 늘었다. 한국콜마는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여름을 대비한 선(SUN)제품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해외 화장품 수출액은 약 23억 달러로 작년 1분기(18억9000만 달러)에 비해 21.6% 증가했다. 비중국 지역 수출액은 지난해 1분기 12억5000만 달러에서 올 1분기 16억9000만 달러로 35.1% 증가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수출이 중심이 된 한국 화장품 산업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중국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비중국 수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중소 브랜드 화장품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화장품 유통업체도 고공행진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가 사내 화장품 전시대 앞에서 인기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 한국경제신문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투도 중소형 화장품주 열풍에 합류했다. 5월 들어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주가가 두 배 급등했다. 미국과 유럽 화장품 유통망 시장 진출 전략이 적중하며 1분기 증권가 예상을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실리콘투는 온라인 플랫폼 스타일코리안닷컴을 통해 400개에 육박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100개 이상의 국가에 도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이 온라인 플랫폼은 일본, 러시아 등 각 나라에 맞는 스핀오프 사이트를 개설하며 현지 맞춤형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폴란드에 물류창고를 보유하고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실리콘투는 중소 화장품 기업 중에서도 압도적인 실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7.1% 증가한 294억원, 같은 기간 매출은 158.4% 늘어난 1499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매출액(1100억원)과 영업이익(13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북미 지역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 수출이 급증하며 수혜를 봤다.

올 1분기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93%에 달한다. 미국이 35.7%로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 외 국가는 네덜란드 8.8%, 한국 6.5%, 인도네시아 5.9%, 말레이시아 4.8% 순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미국 수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유통 인프라를 가진 실리콘투가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며 “2024~2025년 추정 순이익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실리콘투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증권사들의 올해 실리콘투 매출 추정치는 7075억원, 추정 영업이익은 1367억원이다. 매출은 작년보다 2배,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 늘었다. 내년엔 매출 1조9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코스닥 상장 당시 기록했던 연간 매출액(994억원)의 11배에 달한다. 증권가는 내년 영업이익도 2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실리콘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실리콘투는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대형 브랜드가 주도하던 시장에서 유통망이 없는 중소형 브랜드들과 손잡으며 영향력을 키운 것도 성공 요인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대부분 국가의 소비 성수기가 하반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한국 화장품의 인기 상승과 함께 실리콘투는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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