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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관계 악화 않길 희망, 한국 지도부 선택에 달려…채널 열려 있고 협력 지속 준비"
"北, 美 등과 협상의지 보여와…위협 멈추면 핵문제 해결"
일본엔 "우크라에 대한 입장 바꿔야 대화 가능할 것"
상트국제경제포럼서 연합뉴스 등 뉴스통신사들과 질의응답


세계 주요 통신사들과 면담하는 푸틴
(모스크바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면담하고 있다. [크렘린풀] 2024.6.5 [email protected] (끝)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하며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언급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등을 계기로 한러 관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달 7일 집권 5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한러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일을 할 때 어떠한 러시아혐오적(Russophobic) 태도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highly appreciate)"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를 구하려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추후 한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에 쐐기를 박으려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

푸틴, 세계 뉴스통신사들과 만남
(모스크바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면담하고 있다. [크렘린풀] 2024.6.5 [email protected] (끝)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답변에서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현재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달성한 관계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오늘날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우리의 협력의 여러 분야에서 특정 문제들을 만들어 애석하다"라면서 현재 냉각된 한러관계가 러시아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며 그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도 했다.

다만 이 발언에 대해 타스통신은 러시아판에서는 한국이 문제를 만들었다고 전했지만, 영어판에서는 "특정 문제들이 만들어졌다"며 문제를 일으킨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선택이 아닌 한국 지도부의 선택"이라며 "우리 쪽에서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는 지난해 12월 이도훈 주러시아대사 신임장 제정식 발언보다 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것이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둘러싼 북러 밀착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양국 관계는 냉각돼 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질의답변을 통해 북한과 관련,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의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북러 밀착 입장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한 뒤 답방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의 답방도 추진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미국 등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이러한 열망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회담의 동기로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북한을 두둔했다.

이어 "게다가 북한은 미국과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고 시험 발사장도 해체했다. 합의했을 뿐 아니라 실행했다"고 주장하며 "그들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가. 미국은 일방적으로 드러내놓고 합의를 위반했고, 당연히 북한도 합의 밖으로 걸어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위협을 받고 있고, 대응한다. 위협이 없다면 핵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들은 내내 위협을 받고 있다.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인터뷰하는 푸틴
(모스크바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면담하고 있다. [크렘린풀] 2024.6.5 [email protected] (끝)


푸틴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과 달리 일본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일본이 개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일본과의 대화는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만 가능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일본이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패배시키려는 시도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화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여기서 언급된 러시아와 일본의 대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싸운 양국이 적대 행위를 공식적으로 종식하는 평화조약을 체결을 위한 협상을 말한다.

일본과 러시아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 문제가 평화조약 체결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쿠릴열도는 우리의 주권 영토인데 왜 방문을 부끄러워해야하나"라며 "쿠릴열도는 2차 대전 결과로 우리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릴열도에 방문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바쁜 일정 탓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호국인 중국과 이란에 대해서는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경제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군사 훈련을 포함해 그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헬기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언급하며 "우리는 러시아와 이란 관계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만든 모든 것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며 새로운 이란 대통령과도 협력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이 주최하는 푸틴 대통령과 세계 주요 통신사 대표의 만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된 2021년 이후 3년 만에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박상현 연합뉴스 디지털미디어 상무를 비롯해 영국 로이터, 독일 dpa, 중국 신화, 미국 AP, 일본 교도, 프랑스 AFP, 이란 IRNA, 스페인 EFE, 이탈리아 ANSA, 튀르키예 아나돌루, 벨라루스 벨타 등 세계 16개 통신사 대표들이 참여했다.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세계 언론사와 인터뷰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러시아는 SPIEF에 비우호국 언론사를 초대하지 않았다. 또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집권 5기를 시작한 이후 서방을 비롯한 세계 언론사의 질문에 답한 것은 처음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행사에 한국과 서방 등 비우호국 언론사 대표들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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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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