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당시 밀양 사건과 최진실 손배소 변론 동시에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 인터뷰 통해 알려져
배우 고(故) 최진실. 연합뉴스

20년 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 폭로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이어져 다시금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배우 고(故) 최진실씨가 피해 여중생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준 사실이 재조명됐다.

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04년 밀양 성폭행 피해자에게 도움을 줬던 최진실’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글에는 과거 최씨가 광고 모델을 맡았던 건설사로부터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을 때 변호를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이 소개됐다.

사연은 이렇다. 당시 강 변호사는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인 A양의 법률대리를 무료로 맡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최씨의 피소 사건까지 무료 변론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씨 무료 변호를 두고 일각에서 ‘유명 연예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강 변호사는 결국 최씨에게 수임료를 받기로 했다.

이때 묘안을 생각해냈다. 최씨에게 받은 수임료를 A양을 돕기 위한 기부금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강 변호사는 2016년 6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밀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난리가 났다. 일단 (A양을) 피신시켜야 된다고 생각해 어머니와 딸 둘을 서울로 이주시켰다”며 “피해자를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교육청에 항의한 끝에 한 고등학교로 전학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온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이어 “(그때 A양 가족은) 살림살이 없이 도망 나온 상황이라 먹고살 수가 없었다”면서 “내가 최진실씨에게 (내게 줄 수임료 대신) 1000만원을 준비하라고 해서 그중 500만원은 성폭력상담소 지원비로 보내고 나머지는 피해자(A양) 어머니에게 보냈다. 최진실씨 역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흔쾌히 응했다”고 전했다.

밀양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남학생 44명이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일이다.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으로 범행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이들은 범행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신고하면 유포하겠다’고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일부만 기소했고 나머지는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다. 기소된 10명도 이듬해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는 데 그쳤다.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다. 전과도 남지 않았다.

2004년 12월 기자회견에 나선 최진실(맨 오른쪽)과 강지원 변호사(맨 왼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4년 언론 인터뷰에서 강 변호사는 “최진실은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들과 비슷한 처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여중생 성폭력 피해자들도 2중, 3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데 최진실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이혼까지 하는 고통을 겪은 데다 이번 소송으로 또 다시 피해자가 됐다”라고 말했다.

당시 최씨는 모델 계약 중이던 건설사로부터 “최진실과 아파트 분양광고 모델 계약을 맺고 광고를 제작했지만 (남편의) 폭행 사건 등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사생활 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기업 이미지가 훼손돼 큰 손해를 봤다”며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이었다.

강 변호사는 “이는 개인 대 개인의 소송이 아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반여성적인 사회적 편견을 배경으로 한 사건이기 때문에 무료 변론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가정폭력이나 이혼은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위기에 처한 약자를 돕는 차원에서 반여성적 소송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732 46억원 횡령 뒤 해외도피 건보 40대 팀장…검찰, 징역 25년 구형 랭크뉴스 2024.06.28
26731 보금자리론 금리도 내렸다…7월 금리 0.1%p 인하 랭크뉴스 2024.06.28
26730 이해인 "키스마크 내 잘못"…성추행 피해자와 나눈 문자 공개 랭크뉴스 2024.06.28
26729 [속보] 열 달 만의 ‘트리플 감소’… 5월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줄어 랭크뉴스 2024.06.28
26728 “손흥민 이미지 값인데 아깝냐며 수억 요구”…진실공방 랭크뉴스 2024.06.28
26727 입마개 안 한 맹견이 어린이 놀이터에?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6.28
26726 한국 석탄 49% 캐낸 88살 탄광 문 닫는다…내후년엔 1곳뿐 랭크뉴스 2024.06.28
26725 ‘사고력’은 죽었다···‘퍼즐’ 맞추기로 전락한 수능[책과 삶] 랭크뉴스 2024.06.28
26724 AI 사진 편집, 5.5세대 이동통신 지원… 갤럭시Z플립·폴드6 맞서는 中 폴더블폰 랭크뉴스 2024.06.28
26723 [2보] 5월 생산 0.7%↓…소비·투자까지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 랭크뉴스 2024.06.28
26722 ‘꿈의 비만약’ 위고비, 뇌 신경회로 자극해 포만감 높인다 랭크뉴스 2024.06.28
26721 흑인 아동 5명 입양한 백인 부부, 창고에 가둔 채 노예처럼 부렸다 랭크뉴스 2024.06.28
26720 묘 빼앗긴 부친 숨지자, 두 딸 처절한 복수혈전…왕도 감동했다 [이숙인의 조선가족실록] 랭크뉴스 2024.06.28
26719 '가족이라고 못 봐줘'… 유류분 이어 친족상도례도 손질 랭크뉴스 2024.06.28
26718 아리셀 분향소 앞 "나라 지키다 돌아가셨나"…경찰 "깊이 반성" 랭크뉴스 2024.06.28
26717 팔짱 끼고 사과하더니…“망하게 한다고 말한 적 없어”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6.28
26716 석탄 49% 캐낸 88살 탄광 문 닫는다…내후년엔 1곳뿐 랭크뉴스 2024.06.28
26715 [인터뷰] 나토 수장 "韓 우크라 무기지원 합법…북러와 동일시 시도 틀려" 랭크뉴스 2024.06.28
26714 볼리비아, 쿠데타 시도 관련 17명 체포…“3주 전부터 모의” 랭크뉴스 2024.06.28
26713 당대표 후보에 줄서기?‥'러닝메이트' 논란 랭크뉴스 20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