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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득 연기 헤치고 주민 대피 도와
어르신들 주무실 거란 생각에 문 쾅쾅
김민준군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 했을 뿐”
지난 1일 경기 남양주 진접읍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21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며 화재를 알리고 대피를 도운 김민준(16)군. 남양주북부경찰서 제공

최근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고등학생이 꼭대기 층부터 걸어 내려오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주민 대피를 도왔다. 그 학생 김민준(16)군은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 진접읍 지상 22층짜리 아파트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 지난 1일 오후 9시25분쯤이다. 이 아파트 21층에 사는 김군은 당시 방에서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김군이 무언가 타는 냄새를 맡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복도는 연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불이 났다고 직감한 순간 ‘우리 아파트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살고 계시는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어르신들은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주무실 거라고 김군은 걱정했다. 아무래도 거동이 불편해 재빨리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이었다.

김군은 일단 방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를 깨워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이들 부자는 바로 위층인 22층부터 맨 아래 1층까지 22개층을 비상구 통로로 뛰어 내려가며 각 층 현관문을 두드리며 “불이야!” 소리쳤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연기는 아파트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유일한 탈출구인 비상구 통로 역시 연기로 가득했다. 제 한몸 챙기기에도 급박한 상황에서 김군 부자는 매캐한 연기를 뚫고 주민들이 건물을 빠져나가도록 도왔다. 얼굴과 몸을 보호할 수단도 없이 가벼운 옷만 걸친 상태였다.

김군 부자의 활약과 소방 당국의 신속한 진압으로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화재는 2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개층 넘게 걸어 내려오며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군은 “그때는 몰랐는데 (아파트에서) 나오고 나서는 힘들더라”고 말했다. 김군은 당시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에 후송됐다. 구호 과정에서 연기를 많이 마신 탓이었다. 현재는 완전히 회복했다고 한다.

광동고 2학년인 김군은 5일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김군이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인명 대피를 유도하고 재산 피해를 막았다고 경찰은 평가했다. 오지형 서장은 표창을 전달하며 “시민 안전을 위해 헌신과 용기를 보여준 김민준 학생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군은 국민일보에 표창장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며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멋쩍어했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겸손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 상을 받아도 되나’하는 기색으로 의아해하면서도 “막상 (표창장을) 받으니까 기분 좋다”고 해맑게 말했다. 연기 흡입으로 인한 후유증이나 피로감은 싹 가신 듯했다.

그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분을 근처 분식집에서 만났다”며 “‘그날 불이 났다고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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