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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CJ 전방위 협업
신세계·CJ '反쿠팡 연합군' 뜬다

[서울경제]

정용진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신세계(004170)그룹과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001040)그룹이 본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업계에서는 두 그룹이 ‘반(反)쿠팡 동맹’을 맺어 쿠팡에 맞서는 동시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류·상품·미디어 전방위 협업


임영록 신세계 경영전략실장과 김홍기 CJ 지주사 대표 등 두 그룹 최고경영진은 5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온·오프라인 유통과 물류, 콘텐츠 등 전체 사업 부문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의 ‘CJ-신세계 사업 제휴 합의서(MOU)’를 체결했다. 재계가 프로젝트별로 협업한 사례는 적지 않지만 그룹사 차원에서 모든 계열사 사업 분야별로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마켓 배송 등 대한통운이 전담


이번 협약을 계기로 신세계의 SSG닷컴과 G마켓 등 e커머스 부문과 CJ대한통운(000120)은 물류 협업을 강화한다. 우선 G마켓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익일 보장 택배 서비스를 CJ대한통운에 맡긴다. 김포와 오포의 SSG닷컴 물류센터는 매각을 통해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규모의 경제'로 위기 돌파 나서


이번 협업으로 신세계 e커머스 부문은 고객 편의를 확대하고 물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CJ대한통운은 대폭 늘어난 물량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두 그룹은 CJ제일제당(097950)이마트(139480)를 중심으로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한다. 또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멤버십 혜택도 공유한다.

우리나라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사끼리 힘을 합쳤다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대외무역 성장 촉진 지원을 위해 해외 창고 건설 지원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의 성장에 힘입어 중국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지난 5년간 10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해외 전자상거래 총액은 5776억 위안으로 지난해보다 9.6% 증가했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의 전략적 제휴로 보인다”며 “유통 쪽 대기업집단에서는 신세계와 롯데가 가장 크고 식품 등 생활필수품 공급선으로 보면 CJ의 규모가 가장 큰데 앞으로 이런 협력 사례는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물류 분야 협력을 하는 것이라면 계열사 대표끼리 만나 협약을 맺었을 것입니다. 임영록 신세계 경영전략실장과 김홍기 CJ 지주사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는 얘기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번 협력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세계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

신세계와 CJ그룹이 5일 맺은 사업 제휴는 업계가 지금까지 체결한 그 어떤 양해각서(MOU)의 내용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재계 11위 신세계의 정 회장과 13위 CJ그룹의 이 회장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자들로 사촌지간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협력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정까지 주문해도 익일배송 가능


신세계그룹은 우선 유통 물류 사업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에 맡겨 비용을 절감하고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다. 협약에 따라 신세계 G마켓의 익일 합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CJ대한통운이 전담한다. 스마일배송은 주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아왔다. G마켓이 CJ대한통운의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하면 다음 날 도착이 보장되는 주문 마감 시간이 오후 8시에서 자정으로 늦춰지게 된다.

G마켓과 CJ대한통운은 판매자(셀러)가 도착 보장 모델에 동의하면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스마일배송 품목을 늘릴 계획이다. SSG닷컴은 쓱배송과 새벽배송·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에 맡긴다. 김포 NEO센터 두 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CJ도 제3자 물류 본격 확대 계획


SSG닷컴은 CJ대한통운 위탁에 따른 물류 비용 절감을 바탕으로 이마트의 식료품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대폭 늘어난 물량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J대한통운이 국내 기업과 협업해 처리해온 물량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물량이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번 물류 협력을 모범 사례로 삼아 CJ대한통운은 자사 물류(1PL)의 제3자 물류(3PL) 전환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CJ-신세계 사업 제휴 합의서 체결식’에서 김홍기(왼쪽) CJ주식회사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신세계·CJ



'가성비 핫템' 기획단계부터 협력


또 두 그룹은 CJ제일제당과 이마트를 중심으로 협업 상품을 개발한다. 지난해 8월 이마트·SSG닷컴·G마켓은 CJ제일제당의 신제품 13종을 선론칭해 판매한 바 있다. 신세계와 CJ그룹은 “양 사가 수십 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결합한다면 고물가 시대에 고객에게 진정 힘이 되는 ‘가성비 핫템’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상품 기획 단계부터 양 사가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밝혔다. 두 그룹은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멤버십 혜택 역시 공유한다. 신세계는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CJ는 CJ ONE 포인트 멤버십을 각각 갖고 있다.

신세계와 CJ그룹이 이처럼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내 유통시장은 최근 수년간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쿠팡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는 급기야 지난해에 연결 기준 매출액 29조 4722억 원을 거두며 31조 8298억 원을 기록한 쿠팡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e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3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G마켓을 인수했지만 기대만큼의 경쟁력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도 신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CJ는 CJ대로 쿠팡과 ‘햇반 대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 업계는 과거 햇반 연간 매출의 10% 수준인 900억~1000억 원가량이 쿠팡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알리가 CJ대한통운에 맡겨오던 물류 물량을 놓고 입찰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에는 CJ대한통운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일각선 "중소 유통사 타격" 우려도


신세계와 CJ의 이번 제휴를 놓고 업계에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알리와 테무 때문에 긴장감이 높아져 있는데 대기업끼리 합종연횡하면 경쟁이 더 과열될 것”이라며 “아무래도 중소 유통 채널과 제조사의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학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마트가 쿠팡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CJ 같은 ‘선수’에게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 것 같다”며 “3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도 타이밍을 놓쳐 e커머스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이마트가 죽고 사는 문제 앞에서 ‘마지막 한 수’를 던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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