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3일 열린 경남 산청군의회 정례회 본회의. 산청군의회 제공


경남 산청군의회가 17년째 군의회 회기 중에 군수를 상대로 군정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수와 다수 군의원들의 당적이 오랜 기간 같은 상황에서 군의회가 군정을 감시해야 하는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청군의회는 지난 3일 제298회 산청군의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이승화 군수와 관계 공무원을 출석 시켜 군정질문을 하기로 한 ‘군수 및 관계공무원 출석요구의 건’을 부결시켰다고 5일 밝혔다.

출석요구안은 더불어민주당 최호림 군의원의 제안으로 의장 등 4명이 공동발의해 상정됐다. 이번 정례회 기간에는 군의회가 2024년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를 꾸려 활동한 뒤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는 중요한 회기다.

안건은 본회의장에서 찬반 토론을 거쳐 진행된 기명 투표에서 찬성 1명, 기권 2명, 반대 7명으로 부결됐다. 군의회 구성은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군정질문의 의사일정이 부결됨에 따라 이승화 군수와 관계 공무원들은 오는 20일 예정된 제2차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이 군수는 2022년 7월 취임했지만 군정질문을 받으러 의회에 출석한 적이 없다. 지난해 회기의 경우 군의회는 군수를 제외하고 부군수와 공무원들만 출석을 요구해 군정 질문을 했었다.

산청군의회 회의규칙에는 ‘본회의는 그 의결(재적의원 수의 과반)로 군수 또는 관계 공무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출석요구건은 전국의 모든 의회가 조례로 정해 놓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출석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공무원이 대리출석·답변하게 할 수 있다. 단체장이 불출석했다고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산청군의회에 따르면 회의록 확인 결과, 역대 산청군수들이 의회 출석 요구를 받지 않은 기간은 2007년 12월(산청군의회 제165회 정례회) 이후부터 올해까지 17년째다. 그동안 전현직 군수 3명(3선 군수 1명 포함)이 군정을 맡았지만 의회는 군수들의 출석을 단 1차례도 요구한 적이 없었다.

다만 2010년 9월과 12월 군의회 군정질문에서 산림·행정 과장들의 답변이 미진해 당시 이재근 군수가 자진해서 보충 답변을 한 적은 있다. 이는 2002년(제4대 군의회)부터 2007년까지 두 명의 군수들이 의회 회기 중 15차례 출석해 군정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군의원들이 군수의 출석을 요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산청군은 전통적인 보수지역이라 역대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군수와 의원이 당선된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하고 있다.

다른 지역 의회 관계자들은 “정책 결정권자의 의중이 중요한 만큼 의원들은 대부분 본의회에 시장·군수를 출석시켜 정책에 대한 답변을 받는데 이처럼 오랜 기간 지자체장의 출석을 요구한 적이 없는 의회는 처음 들어본다”라고 입을 모았다.

초선 의원인 최호림 군의원은 군의회가 ‘식물의회’라고 비난했다. 그는 “군수와 의원들이 ‘국민의힘’이라는 같은 정당 소속이라고 해도 너무한다. 모종의 뒷거래까지 의심이 된다”라며 “의회의 감시기능이 상실됐으며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청군의회 정명순 의장(4선)은 “출석요구 안건은 반대 의견들이 많아 부결된 것”이라며 “군정에 대한 군수의 답변은 다른 방식으로도 들을 수 있고 의회의 행정 감시도 의원들의 활동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931 화성 화재 사망자 23명 전원 신원 확인…사고 이후 3일만 랭크뉴스 2024.06.27
30930 세브란스병원 무기한 휴진 첫날 “외래 진료 평소 수준…수술 취소 없어 " 랭크뉴스 2024.06.27
30929 60회 대종상은 열릴 수 있을까…주최측 “파산은 채권자 기득권 때문” 랭크뉴스 2024.06.27
30928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 신원 모두 확인…20명은 하청업체 소속 랭크뉴스 2024.06.27
30927 박수홍 울린 '친족상도례' 효력 잃었지만…父 처벌은 불가할듯 랭크뉴스 2024.06.27
30926 尹 대통령 “김진표 회고록, 멋대로 왜곡... 개탄스러운 일” 랭크뉴스 2024.06.27
30925 "나라를 위해 죽었냐, 뭘 했냐" 분향소 설치 말라는 파출소장 랭크뉴스 2024.06.27
30924 [단독] “건달 출신 못 믿어” 野 압박에… 김성태 “난 기업가” 탄원서 랭크뉴스 2024.06.27
30923 새 대법관 후보자에 노경필·박영재·이숙연 임명 제청 랭크뉴스 2024.06.27
30922 김진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제기…깜짝 놀랐다” 랭크뉴스 2024.06.27
30921 '강제추행' 입건된 동탄 청년 변호사 "CCTV 봤더니‥이상" 랭크뉴스 2024.06.27
30920 “미친 여자” 의사협회장 갈수록 가관…“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상] 랭크뉴스 2024.06.27
30919 김진표 전 의장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말했다" 랭크뉴스 2024.06.27
30918 [B스토리] ‘베트남 사람 1인 1병씩’… 베트남서 뜨는 아침햇살 랭크뉴스 2024.06.27
30917 이제 가족 돈 빼돌리면 처벌... 친족상도례 70년 만에 대수술 랭크뉴스 2024.06.27
30916 [속보] 화성 화재 사망자 신원 6명 추가 확인…23명 신원 모두 확인 랭크뉴스 2024.06.27
30915 ‘전범기업이 회사 모태’ 인정해도…법원 ‘서로 달라’ 강제동원 부정 랭크뉴스 2024.06.27
30914 [속보] 화성 아리셀 화재 사망자 23명 전원 신원확인‥유족 통보 완료 랭크뉴스 2024.06.27
30913 오죽하면 180보마다 감시카메라…국가정원 망친 '비양심 도둑들' 랭크뉴스 2024.06.27
30912 [속보] 野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내달 3일∼4일 중 표결" 랭크뉴스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