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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지난 3일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의 뺨을 때리고 있다. 사진 전북교사노동조합
지난 3일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책가방을 메고 학교 밖으로 나가던 3학년 A군을 교감이 제지했다. 말을 건네려고 잠시 뒷짐을 진 교감의 왼뺨으로 학생의 손이 날아왔다.

“개XX야, 개XX야, 개XX야, 개XX야, 개XX야.” 학생은 욕설을 내뱉는 박자에 맞춰 교감을 다섯 대 때린 뒤 달아났다. 이 영상을 공개한 전북교사노조 측은 “학부모는 학교 측을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A군은 2021년 초등학교 입학 이후 3년간 인천과 전북 익산·전주 등 7개 학교를 전전했다고 한다. 이 중엔 학교폭력, 교권침해에 따른 강제전학도 두 번 있었다. 강제전학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강한 처벌이다. 초·중학교는 의무 교육기관이라 퇴학 조치가 불가능하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은 학생이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보고 병원형 위(Wee) 센터인 전북대병원 치료를 권했으나, 학부모 거부로 성사되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렇게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강제전학으로 다른 학교에 떠넘기는 일을 교육계에선 ‘폭탄 돌리기’라고 부른다. 교사들은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학생에겐 전학이 아니라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학부모 동의 없이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보니 방치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강제전학 늘지만…반복되는 ‘금쪽이 폭탄돌리기’
김경진 기자

교권침해·학교폭력을 이유로 강제전학이나 퇴학을 당하는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가 가해 학생에게 강제전학·퇴학 조치를 내린 사례는 2020년 113건, 2021년 236건, 2022년 333건으로 2년새 3배로 증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무교육기관인 초·중학교에서는 퇴학을 하지 못해서 강제전학으로 처벌이 내려간 경우도 있기 때문에 퇴학과 묶어 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강제전학도 2019년 2127건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 667건까지 급감했다가 2021년 1001건으로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학교에서는 강제전학 조치를 당한 학생을 받기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거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지면 관련 법령에 따라 교육(지원)청이 학생을 배치한다”며 “학교의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다 전학을 받아준다. 전학을 받은 학교에서도 같은 이유로 전학을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협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전학, 또 강제전학…“치료가 근본 해결책이지만”
학교폭력, 교권침해 등으로 강제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들이 이 학교, 저 학교 전전하는 사례를 교육계에서는 '폭탄 돌리기'라고 부른다. 챗GPT가 생성한 관련 이미지. 챗GPT 제공
문제는 강제전학을 가더라도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북의 한 초등교사는 “작년에 학교를 졸업한 B군의 경우 중학교 가자마자 일주일 만에 학폭 2건이 벌어져 강제전학 됐는데, 또 전학 간 학교에서 두어 달 만에 학폭위원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학폭 건을 담당했던 전수민 변호사는 “과거 사례 중 강제전학을 여러 번 갔던 초등생이 더 이상 전학 갈 데가 없어 원 학교로 다시 복귀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교사들은 학교생활이 힘들 정도로 폭력적 성향을 띠는 학생은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부모 동의를 받는 게 힘들뿐더러 항의가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32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문제 행동, 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2106명의 교사 중 559명(26.6%)이 “조치 후 학부모 민원 등이 제기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 3월 주먹으로 내 복부를 4대 가격한 2학년 학생이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는데, 전학 이후 학생 측으로부터 아동학대로 고소 당했다”며 “문제 행동을 말리며 한 말을 꼬투리 잡아 정서적 학대라고 신고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북의 한 교사는 “문제 학생의 학부모에게 치료를 권하자 ‘우리 애 이모부가 의사인데 ADHD 아니라고 했다. 교사인 당신이 뭘 아느냐’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보니 강제전학 온 학생을 기피하는 교사들도 있다고 한다. 김학희 대한초등교사협회장은 “제가 있던 학교에서도 2022년 친구를 때리고 물통에 죽인 햄스터를 넣는 등 문제 행동을 일으킨 학생이 전학 온다고 하니 기존 선생님들이 우르르 병가를 내더라”고 말했다.



“학부모 동의 없이도 검사·치료받아야”
김영희 디자이너
이날 대한초등교사협회는 “학교장이 교육청에 학생의 정신건강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학부모 동의 없어도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다. 김학희 회장은 “검사 결과 치료가 필요하면 교육과 치료가 함께 이뤄지는 병원학교에 학생이 들어가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의 자유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방안이므로 법 개정 없이는 강제하기 어렵다”며 “관련 법안 제정을 준비 중이나 아직 22대 국회가 막 시작된 상황이라 시기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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