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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김대철(44)씨와 아내. 오른쪽은 2004년 김씨가 말레이시아 국제대회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당시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상태에 빠진 전 인라인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가 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고인이 삶의 끝에서 좋은 일을 하고 간 사람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대철(44)씨가 3월 15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간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5일 밝혔다. 인라인스케이트 국가대표 출신인 김씨는 대한익스트림스포츠 연맹 이사를 역임했으며, 익스트림 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건강했던 김씨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2월 13일이었다. 두 딸과 여행 중이던 김씨의 아내는 남편에게 심상치 않은 메시지를 받았다. ‘방금 크게 기침을 했는데 목이 부어오른다’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곧장 ‘119를 불러 병원에 가라’고 답장했다. 가벼운 기침 한 번에 아내가 이토록 걱정한 것은 약 2주 전 김씨가 갑상선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혹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아내는 수술 부위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고 했다.

아내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김씨가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던 중 심정지에 빠진 것이다.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김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김씨가 병원에 있던 한 달 동안 기적을 꿈꾸던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때 김씨의 여동생이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김씨의 마지막 길을 의미 있게 보내주자는 뜻이었다. 김씨 여동생 부부는 이미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완료한 상태였다. 김씨 여동생은 “언니(김씨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지만 제 뜻에 동의해 줬다”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 채널에 밝혔다.

김씨 여동생은 고인을 ‘부모님 같은 오빠’라고 기억했다.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씨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을 살뜰히 챙기던 오빠였다. 책임감이 강하고, 밝고 유쾌했으며,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다고 유족은 회상했다. 김씨 아내도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선하고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씨 입관식 날 김씨 아내와 아이들이 관에 남긴 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두 딸에게도 자상한 아빠였다. 김씨의 입관식 날, 두 딸은 김씨가 잠든 관에 ‘아빤 최고의 아빠야’라고 적었다. 김씨 아내도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고맙고 사랑해’라는 문구를 남겼다.

김씨 아내는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때 아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고, ‘아빠는 영웅이다’ 이렇게 기억할 것 같아 다행”이라며 “수혜자분들이 남편 대신 살아계셔서 저희에게 큰 위로가 되고 열심히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 수혜자의 편지를 받은 뒤 자신도 장기기증 서약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씨 아내는 마지막으로 그리운 남편을 향해 이런 인사를 남겼다. “여보, 지난 19년 동안 함께 나눈 사랑과 행복한 기억들 잊지 않고 살아갈게.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우리에겐 선물이었어. 하늘나라에서 우리 가족 모두 지켜줘. 당신은 듬직하고 다정한 최고의 아빠이자 남편이었어. 사랑해.”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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