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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 매대에 파파야, 두리안 등 열대과일이 진열돼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수입 과일 세율을 낮췄고 이후 열대과일 판매가 크게 늘었다.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 주변 매대를 둘러보던 주부 장예진(31)씨는 “동남아 야시장 같다”고 말했다. 과거 재래시장과 달리 상인들이 주로 파는 과일 종류가 확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 시장에선 최근 열대과일 판매가 부쩍 늘었다. 과육을 잘라 냉동으로만 팔던 두리안은 생과일째 진열돼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파파야, 망고스틴, 무지개망고 같은 열대과일도 한창 판매 중이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파파야 3개가 들어있는 바구니는 1개에 5000원, 태국산 망고는 5개에 1만원이었다. 망고스틴은 8개 묶음이 6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파인애플 1개를 2000원에 파는 상인도 있었다.

반면 사과는 3개 묶음에 1만원이었다. 일반 열대과일 1개보다 2~3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제철이 아닌 배는 매대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고물가 시대, 열대과일이 국내 과일보다 싼 진풍경이 벌어진 셈이다. 다른 시장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시장 풍경이 바뀐 배경에는 정부의 관세 정책이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망고·체리 등 수입 과일 5종에 대한 관세를 일시적으로 낮췄다. 이후 3월에는 이러한 할당관세 적용 품목에 자몽·아보카도·만다린·두리안·키위·망고스틴 등을 추가했다. 지난해부터 크게 오른 과일값을 낮추기 위한 대응이다. 이에 열대과일류 수입량은 지난 1월 4만4118t에서 지난달 7만4805t으로 70%가량 증가했다.

청량리 시장에서 8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형근씨는 5일 “정부가 싸게 과일을 푸는데 안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주변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남아 과일을 많이 사간다”며 “망고나 파파야는 과육이 부드러워 어르신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인근 주민 김모(73)씨도 “열대과일이 많은 모습은 신기하다. 외국인도 많아진 만큼 시장의 모습도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대응에도 사과와 배는 여전히 금값이다. 이상기후로 재배면적이 줄어든 사과와 배를 수입하려면 ‘동식물 위생·검역’(SPS조치)을 거쳐야 한다. 이런 복합한 절차 등을 감안해 사과와 배는 할당 관세 적용 품목에서 제외됐다.

사과와 배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한국인의 ‘과일 선호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1인당 연간소비량 기준으로 사과와 배는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비싼 가격 탓에 시장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망에서도 두 과일 판매량은 더 감소할 수 있다. 결국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른 과일이 사과와 배를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지금으로선 소비자들이 저렴한 수입 과일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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