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학교와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화장실, 버스 정류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백 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구속된 10대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제주지법 형사2부(홍은표 부장판사)는 오늘(5일) 성폭력처벌법상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등 혐의로 김 모 군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했습니다.
제주지방법원

■ 각 티슈에 휴대전화 숨겨 상습 불법촬영…피해자만 200여 명

재판부는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이나 식당 화장실, 고등학교 화장실 등 장소 가리지 않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동영상을 불법 촬영했고 이로 인해 생긴 다수의 피해자에는 아동과 청소년이 포함돼 범행이 극히 불량하다"고 김 군을 꾸짖었습니다.

이어 "불법 촬영 횟수가 상당하고 피해자들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야기했다"며 "대다수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수한 점과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군의 범행은 지난해 10월 한 교사에게 발각됐습니다. 해당 교사는 학교 체육관 화장실에 놓인 사각 화장지 통을 수상하게 여겨 살펴봤고 휴대전화가 숨겨진 걸 발견했습니다. 당시 휴대전화는 촬영모드로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교내 불법촬영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자 학교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리고 김 군은 이튿날 자수했습니다.

압수된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김 군의 불법촬영 횟수는 2백 번이 넘었고, 범행 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한 달가량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행 장소도 다양했습니다. 김 군은 학교 화장실뿐만 아니라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화장실, 버스 정류장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를 노렸습니다. 불법촬영 피해자는 교사와 학생 50여 명을 비롯해 식당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2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부 불법 촬영물이 텔레그램 등 SNS에 유포된 것으로 추가 확인되자 불법촬영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은 더 커졌습니다.

김 군은 1심 최후 변론에서 "성적 호기심에 저지른 범죄"라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지만, 대다수 피해자는 엄벌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 피해 교사 '항소'…교사노조 "성적 호기심 치부한 솜방망이 처벌로 범죄 악순환"

제주교사노조 제공

김 군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자 피해 교사 측은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피해 교사의 의사에 따라 전국 교사 서명운동 재전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사노조는 또, 교내 불법촬영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법기관의 강력 대응을 요구했습니다.

김 군 사건 이후에도 제주 도내 다른 학교와 경북 지역 2개 학교, 경기 지역 초등학교 등에서 교사를 상대로 한 불법 촬영 사건이 꾸준히 발생했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 4월 제주도 모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교직원 여자화장실 옆 칸에 숨어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교사를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습니다.

이 학생은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은 면했습니다.

제주교사노조는 "명백한 성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청소년의 단순한 성적 호기심으로만 치부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마는 온정주의가 학교 내 성범죄 사건 피해의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교육청은 학교 화장실 상단, 하단에 추가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학교 공간에 불법촬영 예방 장치를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불법촬영 장비를 확인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제주도교육청 "전문 업체 불법촬영 점검"…경찰 신고 당부

제주도교육청

제주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불법촬영 범죄 예방과 사후 대응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도 교육청은 학교 불법촬영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 등 관계기관 합동점검에 더해 전문업체가 1년에 두 차례 점검하도록 관련 사업을 위탁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학교 안에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를 만든다"며 "교내 불법촬영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바로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2686 베트남서 ‘교제 살인’ 한국 남성, ‘전직 프로게이머’였다 랭크뉴스 2024.06.10
32685 "어라 뭐지?" 봤더니 '질질질'‥"이건 멈춰야!" 번뜩인 남성 랭크뉴스 2024.06.10
32684 대남 오물풍선 국립중앙박물관서도 발견‥용산 대통령실 1km 이내 랭크뉴스 2024.06.10
32683 경찰청장 “오물풍선, 심각한 위협 아냐…대북전단 살포 제지 못해” 랭크뉴스 2024.06.10
32682 혁신당 찾아온 尹 정무수석‥조국, 뭘 건네나 봤더니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6.10
32681 정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체계 재설정 랭크뉴스 2024.06.10
32680 대북 확성기로 듣는 '다이너마이트'…"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랭크뉴스 2024.06.10
32679 “울음소리 샐까 봐” 탯줄 붙은 갓난아기 얼굴을 발로 랭크뉴스 2024.06.10
32678 ‘주가조작 무혐의’ 임창정 “이름에 먹칠해 참담” 랭크뉴스 2024.06.10
32677 尹 ‘보훈의료 혁신’ 언급에…“전국 보훈병원에 한의과 설치해 달라” 랭크뉴스 2024.06.10
32676 [단독]‘동해 원유’ 검증단 교수가 액트지오 대표 논문 공동저자…검증 객관성 문제 없나 랭크뉴스 2024.06.10
32675 이재오 "한동훈, 내 동생 같으면 당대표 못 나오게 한다" 랭크뉴스 2024.06.10
32674 [단독] 사고 낸 후 음주측정 거부... UN 김정훈 벌금 1000만 원 랭크뉴스 2024.06.10
32673 [단독]대왕고래 시추 헬리콥터 운영에만 9억 랭크뉴스 2024.06.10
32672 엔저 업은 일본車, 美서 포드·GM·스텔란티스 맹추격 랭크뉴스 2024.06.10
32671 “강대강 최선 아냐”… 대북 확성기 하루 만에 일시중단 랭크뉴스 2024.06.10
32670 기아 대표 경차에 'GT 라인' 첫 적용…분위기 반전 노린다 랭크뉴스 2024.06.10
32669 “푸틴, 이르면 6월 중 北 방문… 성사 시 24년 만에 방북” 랭크뉴스 2024.06.10
32668 “더 내고 더 받자” 590만원 이상 직장인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랭크뉴스 2024.06.10
32667 ‘얼차려 중대장’ 피의자 신분 입건… 경찰 출석 요구 랭크뉴스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