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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2005년 소년원 나와 글 남겨
또 다른 가해자 2016년 억울함 호소
신상 공개 유튜버 "피해자 측과 연락"
3일 한 유튜버가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신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캡처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가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가해자들이 과거에 남긴 글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년 전 사건을 재조명해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다는 2차 가해 논란에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는 "피해자 측과 연락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성폭행범 "피해자 평범하지 않아"



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해자 중 한 명인 A씨가 2005년 8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명으로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A씨는 당시 6개월간 소년보호시설 퇴소 후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보고 글을 남겼다.

그는 "소년부 재판에서 2월 7일 날 6호 단기를 받고 7월 29일 날 퇴원(퇴소)으로 나왔다. 이 사건에 관한 게 나쁜 것은 안다"며 "내 나이 때는 한참 여자들도 만날 나이들이고 즐겁게 놀 시기에 이런 나쁜 사건에 포함된 것이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는 피해자를 몇 번 만나지도 않고, 성관계를 갖지도 않았는데 자꾸 피해자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이렇게 억울하게 소년원을 다녀왔다"며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려고는 했지만, 피해자가 안 좋게 볼까 봐, 3명이란 걸 싫어해서 안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내 죄명을 보니까 강간미수라고 쓰여 있어야 되는데, 특수강간으로 돼 있는 걸 봤다. 나는 성관계하지도 않았다"며 "나는 밀양시 테니스장에 (있던) 4명 중에 포함돼 있었다. 2004년 5월 22일 테니스장에 4명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나는 피해자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A씨가 지난 2005년 8월 억울함을 호소하며 쓴 글 중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면서 "저희 밀양에 친구들 때문에 사회에 물의 일으킨 점에 대해 정말 나라에 사과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 피해자도 문제가 있는 아이"라며 "자기가 밀양에 왔다고 저희 친구들한테 이리저리 전화통화를 했다. 그렇게 만나다가 술을 먹게 되고, 저희도 남자라서 호기심에 이렇게 사건이 난 것 같다"고 피해자 탓을 했다.

또 "정말로 밀양 사건에 대한 진실은 저희 44명만 안다. 아무도 모른다. 피해자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평범한 그런 여학생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리만 크게 다 뒤집어썼다. 하지만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안다"고 글을 맺었다.

그는 이 무렵 또 다른 SNS에 "이 사건은 언론, 누리꾼이 만든 가장 더러운 사건. 아무 힘없이 가해자만 고통받는 사람. 아무 죄 없는 사람들도 같은 밀양 사람, 같은 친구라고 죄인 취급하는 누리꾼들. 죄 없는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세상"이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2016년에도 가해자 "강간범 낙인찍혀 힘들다"



다른 가해자인 B씨가 올린 글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2016년 3월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밀양사건 OOO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명 글을 올렸다. B씨가 글을 올린 시점은 2016년에는 밀양 성폭행 사건을 다룬 tvN드라마 '시그널'이 방영되면서 사건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때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B씨가 지난 2016년 3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 보배드림 캡처


그는 "인터넷에 떠 있는 내용을 보면 44명이 집단으로 강간을 했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진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재판부에 실질적으로 처분받은 인원은 실형 10명이고 소년부 송치 16명, 나머지 인원은 공소권 없음이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제 공소권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해학생들은 처분을 받았다. 최고형 2년, 나머지 10개월형 등 강간죄가 성립돼 실형을 살았고, 제 상황처럼 무혐의받은 사람들도 저처럼 강간범이란 낙인이 찍혀 힘들게 살아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가해 학생들과 무혐의 학생들이 쇠파이프로 기절시킨 후 캠코더와 동영상을 촬영해 협박하고 금품갈취 및 집단 강간을 했다는 사실은 가해 학생 본인들만 아는 내용일 것"이라며 "공소장에는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밀양 성폭행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됐고, 도의적인 측면에서 그간 억울한 면이 있어도 감내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B씨는 "가해자로 몰린 억울한 사람들보다 피해 여학생이 입은 상처가 저희보다 더욱 크니 도의적인 측면에서 그동안 강간범이라고 신상이 떠도 무관심이 답이라 생각하며 해명을 하지 않았다"며 "이젠 해명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 지긋지긋한 사슬을 끊어버리고 싶다. 길고 긴 누명을 벗고 싶다"고 말했다.

신상 공개 유튜버 "피해자 가족 허락 구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한 유튜버는 이날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피해자에게 허락을 구했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현재 저를 돕겠다며 가해자들의 신상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있다. 감사하지만 크로스체크(대조 확인)가 돼야 한다"며 "혹시라도 다른 가해자들의 신상을 올리는 분이 있다면 저와 확인 한 번만 더 하고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지난 1일부터 실명과 사진, 근황 등 가해자 2명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는 사건과 관련한 44명 가해자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튜버는 이들이 정기 모임을 하며 당시 사건에 대해 떠들고 다니고 있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전했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는 고등학생 44명이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가해자 10명을 기소했고, 기소된 이들은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았다. 20명은 소년보호시설로 보냈다. 나머지 14명은 합의로 공소권 상실 처리됐다. 44명 중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아 전과기록이 남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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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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