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경식 서울대 교수(해양퇴적학)
“성공률 20%? 시추 전엔 아무것도 장담 못 해
수심 깊은 동해, 생산단가 천문학적으로 늘 수도”
최경식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의 석유 등 천연자원 매장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에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그가) 기자회견까지 나서는 것은….”

4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경식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한국 유일의 미국퇴적지질학회(SEPM) 앰버서더이다. 한국 정부의 동해 심해 자원 매장 평가 여부를 의뢰받은 미 액트지오(Act-Geo)의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의 입국·기자회견 예고 소식을 접한 최 교수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 교수는 해양퇴적학 전공으로 현장과 학계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박사후 연구원 시절 쉘, 토탈 등 다국적 메이저 원유회사 컨소시엄이 조성한 펀드에서 연구비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2004년 한국지질자원연구소, 2005~2006년 한국석유공사에서 실무를 하다 이후 교수가 됐다.

최근에도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불균질저류층 연구를 수행했다고 한다. 석유공사 재직 당시 이라크, 캐나다, 카자흐스탄 석유 개발 사업 등 해외 신규사업 담당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현재는 아브레우 박사와 같이, 갯벌을 포함한 해양퇴적층(저류층)의 불균질 구조 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한다.

“20%, 5번 중 1번 성공한다는 의미 아니다”

최 교수는 지난 3일 정부의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깜짝 발표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시추 성공 확률이) 20%라는 보도가 계속 나오는데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시추 전에는 무엇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를) 5번 중 1번이 성공한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10번 뚫어 모두 실패하거나 한 번만 뚫어도 바로 성공할 수도 있으니까요. (확률의 근거 자료는) 물리탐사 데이터인데, 이것도 간접 자료잖아요. 숫자로 표현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해요.”

최 교수는 상업 생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일 것으로 강조했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을 두고 경제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자원개발은 경제성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 수심이 깊은 동해는 생산단가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심해자원 개발, 오랜 경험 축적 없이 성공 어려워

최 교수는 자원 개발 과정과 정책에 정치가 과도하게 덧씌어질 경우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했다. “자원이 없는 한국도 자원이 있었다면 더욱 안정적 경제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런 관점에서도 지속적으로 (자원개발을 위한) 역량과 인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는 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면 되는데 지금 (정부의) 방식은 이런 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실무진 발표라면 모를까,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말했으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줬다”고 덧붙였다.

“자원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런 경험의 축적 끝에야 겨우 성공할 수 있어요. (이 사업에)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실패한다고 해도 그 과정 속에서 사회가 얻어낼 게 있어야 합니다. 정치권이 밀어주니 하는 사업이고 아니면 접는 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633 곤돌라로 잘릴 위기 '남산 어머니 나무'‥100년 음나무 금줄 둘렀다 랭크뉴스 2024.07.21
27632 ‘MS발 먹통’에 윈도우 기기 850만대 영향…지연 항공편만 3만편 랭크뉴스 2024.07.21
27631 견인 경쟁에 신고자도 치고 갔다…죽음까지 부른 레커차 논란 랭크뉴스 2024.07.21
27630 고가폰 찾는 인도 소비자들…삼성 폴더블 먹힐까 랭크뉴스 2024.07.21
27629 전국에 강풍…수도권 최대 60mm 예보 랭크뉴스 2024.07.21
27628 “연두 번호판 싫어요” 1억 넘는 수입 법인차 '뚝' [car톡] 랭크뉴스 2024.07.21
27627 남부지방 호우특보…전남 남부 최대 120mm 랭크뉴스 2024.07.21
27626 전남 시간당 50mm↑ 장대비‥수도권 호우예비특보 해제 랭크뉴스 2024.07.21
27625 "성심당 같다" 천안 시민도 엄지 척…매출 251억 찍은 그 빵집 랭크뉴스 2024.07.21
27624 한국인, 한해 닭 '26마리' 먹는다…20년 만에 두배 랭크뉴스 2024.07.21
27623 장마철 도로 치사율 9.14명…시속 50㎞으로 달려야 안전했다 랭크뉴스 2024.07.21
27622 [단독]‘가사노동자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목표 달성률 22%에 불과 랭크뉴스 2024.07.21
27621 '일도 구직도 안하는' 대졸 400만 '역대 최대'…팬데믹 추월 랭크뉴스 2024.07.21
27620 형이 언니가 됐다…‘함께 성전환’ 베트남 형제에 무슨 사연이 랭크뉴스 2024.07.21
27619 'IT대란' 항공사들 "서비스 재개"…2만여편 지연에 피해 지속 랭크뉴스 2024.07.21
27618 1주택자 부담 줄어든다고? '7월의 불청객' 재산세 절세 꿀팁은 [Q&A] 랭크뉴스 2024.07.21
27617 AI 반도체 휘젓는 큰 손…손정의·올트먼 '탈 엔비디아' 선언 왜 랭크뉴스 2024.07.21
27616 복귀-사직 거부 전공의 4천716명 어떡하나…"내년 3월 못돌아와" 랭크뉴스 2024.07.21
27615 "이 학교 나오면 의대 직행"…日에 이런 고등학교가 뜨는 까닭 [줌인도쿄] 랭크뉴스 2024.07.21
27614 민주 경선 첫날 “당대표 이재명” 환호성…인천·제주 90.75% 압승 랭크뉴스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