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991년엔 비자금 불법으로 볼 수 없어” 판단
“공소시효 지난 범죄수익 분할 가능한가” 논란

재계 서열 2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할 수밖에 없어 경영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판결의 내용 및 판결이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노 관장에게 분할하라고 판결한 이유 중 하나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유입됐고, 노 전 대통령의 후광 덕분에 SK그룹이 성장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된 게 없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만약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노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을 딸(노소영 관장)의 기여로 보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SK그룹의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1991년쯤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들어갔고, 노 전 대통령의 후광 덕분에 SK그룹이 성장했기 때문에 재산분할 과정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를 높게 판단한 것이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들어갔다고 본 재판부는 당시 시점에서는 이를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제정됐으므로 뒤늦게 불법으로 인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공소시효가 지난 범죄로 수익을 취득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의미가 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관장의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린다. 김 여사는 이번 재판에서 노 전 대통령이 1991년쯤 최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지급했다는 증거로 두 장의 메모를 제출했다. ‘1998.4.1 현재’, ‘1999.2.12 현재’라고 적힌 메모에는 각각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이 메모와 함께 선경건설이 1992년 12월 노 전 대통령에게 발행한 300억원 상당의 약속어음 등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최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약속어음은 선경건설이 노 전 대통령 측에 300억원을 주겠다는 의미인데, 거꾸로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최 선대회장이 300억원을 받고 증빙의 의미로 약속어음을 줬다고 봤다.

부장판사를 지낸 홍창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중대성을 고려하면 아무리 이혼소송이더라도 노 전 대통령 관계자를 소환해 증인신문할 필요성이 있다”며 “재판에서는 한 차례도 증인신문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의 메모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시각으로 작성됐는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판결이 “수긍할 만한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대표변호사는 “상대방 명의로 취득한 주식(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기본적으로 특유재산이지만, 그 형성과 유지에 (노 관장이)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기 때문에 공동재산이 된다는 판결”이라며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1988년 당선 축하 파티에 참석해 지지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조선DB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215 임성근, 청문회 도중 ‘현직 검사’에게 문자로 조력 구해 논란 랭크뉴스 2024.07.19
27214 [단독] 이진숙, 대전MBC 사장 때 서울 집 근처서 법인카드 87건 사용 랭크뉴스 2024.07.19
27213 롯데 신동빈 회장 “혁신하지 않으면 선두지킬 수 없어” 랭크뉴스 2024.07.19
27212 ‘MS발 먹통’에 전세계 마비…항공기 결항에 수술 취소도 랭크뉴스 2024.07.19
27211 마지막 토론회서도 ‘공소취소 청탁’ 두고 충돌···한동훈 “개인 차원 부탁” 나경원 “나와 동료 명예 훼손” 랭크뉴스 2024.07.19
27210 "02-800-7070 대통령이냐" 묻자‥"기억 안 나" "답 못해" 랭크뉴스 2024.07.19
27209 이종섭 “내 사의 표명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탄핵’ 언급” 랭크뉴스 2024.07.19
27208 뉴욕증시, 오류 없이 정상 개장…크라우드스트라이크 9% 급락 랭크뉴스 2024.07.19
27207 "새벽 3시까지 조명 쏴"…싸이 흠뻑쇼 리허설에 주민 고통 랭크뉴스 2024.07.19
27206 'MS 클라우드 오류' 항공사 대란…"순차적 복구 중"(종합2보) 랭크뉴스 2024.07.19
27205 급경사길에서 갑자기 뒤로 밀리다 '쾅'… 어린이 48명 태운 유치원 버스 큰일날뻔 랭크뉴스 2024.07.19
27204 최악의 글로벌 IT대란…항공·통신·금융 '동시다발 마비'(종합2보) 랭크뉴스 2024.07.19
27203 러 법원, ‘스파이 혐의’로 WSJ 기자에 16년형 선고 랭크뉴스 2024.07.19
27202 열변 없이 93분간 여러 주제 넘나들며 횡설수설… 그래도 “트럼프 원한다” 열광 랭크뉴스 2024.07.19
27201 "채상병 사망 진상 규명하라"... 순직 1주기 촛불 든 시민들 랭크뉴스 2024.07.19
27200 "5세대 HBM도 하반기 출하"…삼성, 라인 재배치로 AI칩 주도권 쥔다 랭크뉴스 2024.07.19
27199 ‘후보 사퇴’ 존슨·트루먼, 바이든의 좋은 선례일까 랭크뉴스 2024.07.19
27198 SPC에 수사정보 주고 금품 받아…전 검찰 수사관 징역 3년 랭크뉴스 2024.07.19
27197 초등생 성폭행 여교사, 출소 후 청년주택 입주…주민들 '발칵' 랭크뉴스 2024.07.19
27196 가뜩이나 적은 장애인 콜택시, 장마철엔…“3시간 기다려” “외출 포기” 랭크뉴스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