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란다 산체스 피게로아 코티하 시장.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멕시코에서 여성 시장이 공공 장소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멕시코인들이 헌정 200년 사상 첫 여성 대통령 당선으로 환호한 다음날 유리 천장을 뚫었던 또다른 유력 여성 정치인이 비극적으로 숨졌다.
4일(현지시각) 멕시코 중부 미초아칸주 코티하 지역의 욜란다 산체스 피게로아 시장이 괴한들이 쏜 총을 맞고 숨졌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피게로아 시장은 지난 2021년 9월 사상 최초로 이 지역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돼 재임 중이었다. 그는 페이스북 프로필에 “코티하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나의 준비와 열망”이라는 문구를 적어 두고 일했다. 그가 숨지기 전날인 지난 3일 멕시코의 집권여당 국가재건운동의 대선 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멕시코 헌정 200년만에 첫 여성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피게로아 시장은 사람들이 오가던 도로에서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멕시코 법무부는 그의 경호원도 총격을 받아 함께 숨졌다고 밝혔다. 멕시코 수사 당국은 “피게로아 시장 일행이 흰색 트럭 안에 있던 괴한들에게 19발의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은 차량에서 총격을 가한 후 곧바로 도주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총격범들의 신원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국은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조직 ‘할리스코 카르텔-뉴제너레이션’(CJNG·Jalisco Cartel-New Generation) 소속 조직원을 유력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앞서 피게로아 시장은 이 조직원들로부터 줄곧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에는 가족과 함께 할리스코주 내 한 상점에서 쇼핑을 하고 이동하던 도중 무장 괴한에 납치됐다가 사흘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당시에는 국가방위군(GN)에 의해 구출됐다.
미국 시비에스(CBS) 뉴스는 당시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납치범들은 할리스코 카르텔-뉴제너레이션 소속으로 자신들이 이 지역 경찰력을 장악하려는 것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피게로아 시장 협박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피게로아 시장은 이 폭력조직 구성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지역 보안군을 장악하겠다’는 말을 들었고, 같은 날 오후 “코티하 경찰서장을 우리가 선택한 인물로 교체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비비시는 이 조직에 대해 “납치는 물론 마약 밀매에도 관여하고 있다”며 “특히 자신들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공무원을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피게로아가 시정을 이끌던 지역은 관광과 농산물 수출 산업으로 유명하지만, 마약 밀매 조직이 존재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폭력적인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