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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숏컷 여성 폭행’ 사건 관련 그래픽. 이아름 기자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A씨는 20대 남성 B씨로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B씨는 A씨를 공격하면서 ‘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라고 말했다. B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심신미약”이라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는 B씨의 항소심 공판을 앞둔 지난달 24일 법원에 1심 재판기록 열람을 신청했다. 재판 내내 한 번도 A씨에게 사과하지 않은 B씨가 재판부에 7차례 제출했다는 반성문 내용도 궁금했다. 일주일 후 A씨가 받은 기록물에는 가해자가 쓴 반성문, 최후 의견진술서가 모두 빠져있었다. 심신미약을 주장한 의중을 파악하고자 정신감정서도 열람을 신청했지만 불허됐다.

이의를 제기할 방법도 없었다. 법원 관계자는 ‘보통 반성문은 잘 허가가 나지 않는다. 원래 관행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사과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반성문은 7건이나 제출됐다”라며 “피해자가 읽을 수 없는 반성문으로 감형을 결정하는 것이 정의로운지, 피해자가 배제된 채 재판부에만 구하는 용서가 옳은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해자가 소송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지를 재판장 재량에 맡겼다. 재판부가 이를 불허해도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없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이유로 형사사법 체계는 피해자의 권리와 요구를 제한해 왔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의 알 권리 침해, 절차상의 피해자 배제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았다. A씨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다면 그나마 법적 대응도 어려워진다”며 “현행 사법 체계에서 피해자는 그저 재판의 관객일 뿐”이라고 말했다.

교제관계의 여성을 감금·성폭행한 ‘바리캉 폭행’ 사건 가해자도 재판부에 하루 한 번꼴로 반성문을 냈지만 피해자에겐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피해자도 재판기록 열람이 불허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이 일었다.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역시 재판기록 열람이 막혀 민사소송을 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돼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바리캉 폭행 사건 피해자 등을 대리한 조윤희 변호사는 “경험상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에선 피해자의 기록 열람을 재판부가 허가해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재판부는) 피해자가 기록을 확보한 뒤 본인의 유불리에 따라 증언해 진술이 꾸며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피해자의 충분한 진술 기회가 보장될 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피해자 권리 보호와 재판의 공정성 보장이 대립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문제”라며 “피해자도 반성문·사과문을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지난 2월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권을 강화하고자 법원이 소송기록 열람을 거부한 결정에 대해 피해자가 불복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지난달 폐기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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