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2심에서 사실상 패소함에 따라, SK그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노 관장의 재산 분할 비율을 35%까지 인정해 주는 게 과하다며 채증법칙위반이나 심리미진 등의 이유로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럼에도 최 회장 입장에서는 연체 이자 등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세기의 이혼’ 항소심 결과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최 회장이 SK(주)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그보다는 SK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최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SK실트론이 고성장하고 있어 현재 상황대로라면 SK실트론 지분 매각만으로 최 회장은 지배구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스1

5일 IB 업계에 따르면, 만약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1조3800억원을 분할해줘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될 시, 최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현금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SK(주)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했다가 5년 뒤 콜옵션을 행사해 일정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해 주며 되사오는 방안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모회사 현대홀딩스의 지분을 H&Q코리아에 매각한 것과 비슷한 식이다. 혹은 최 회장이 SK(주) 주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는 방안이 있다. 이미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 749만9030주에 대해 담보 대출 및 질권 설정이 돼 있어, 추가로 담보 대출을 받는다면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만약 최 회장이 SK(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더 받는다면, 배당을 늘려 이자를 감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4만원대에 머물렀던 SK(주) 주가는 이달 3일 장 중 한때 19만원대로 급등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혹은 은행권 대출보다 상환 방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사모대출펀드(PDF)를 끌어와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관심 갖고 지켜보는 쪽은 최 회장의 개인 지분이 많은 SK실트론이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는 SK(주)가 51%를 직접 보유 중이며, 19.6%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SK실트론의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PE 관계자는 “최 회장 지분은 소수지분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매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SK(주)의 보유 지분까지 묶어서 51% 이상의 경영권 지분 형태로 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SK실트론의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자했을 뿐, 경영권에는 큰 미련이 없다는 시각에서 나온 추측이다.

그러나 SK실트론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최 회장 보유 지분만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SK그룹이 이미 SK하이닉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을 통해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를 해둔 상태여서 경영권 자체를 매각하는 건 무리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자기가 보유한 SK실트론 소수지분만 팔되, 몇 년 안에 상장해서 몇 퍼센트(%)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겠다는 식으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도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최 회장이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 지분을 개인 명의로 사들인 것을 두고 ‘사익 편취’로 판단했는데, 최 회장은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2심에서 올해 초 승소했다. 설령 최 회장이 이번에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한다 하더라도 상고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이 ‘지분을 취득할 당시 사익을 편취한 것인지’ 여부가 행정소송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SK실트론 지분이 시장에서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는다면, 최 회장은 얼마를 현금화할 수 있을까. 이혼소송 항소심에서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가치를 7500억원으로 봤지만, 이는 공정가치일 뿐 시장 가격과는 다르다.

SK실트론은 SK그룹에 인수된 뒤 꾸준한 실적 개선을 통해 몸값을 높여왔다. 2017년 93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이듬해 1조3400억원으로 늘었으며, 2022년에는 2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조원 넘는 매출을 내며 SK그룹 반도체 밸류체인 내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의 호황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SK실트론의 기업가치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반도체는 전방 산업의 업황이 개선된 뒤 후방 산업이 뒤따라 개선된다.

SK실트론의 현재 시장 가격은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방식으로 추산해 볼 수 있다. SK실트론의 지난해 EBITDA는 약 6755억원이었다. 여기에 경쟁 업체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적용해 최 회장 지분 가치를 추산해 볼 수 있다. 일본 신에츠화학의 경우 EV/EBITDA가 10배에 육박하며,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는 8배, 일본 섬코는 17배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 역시 최고 12~13배의 EV/EBITDA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토대로 SK실트론 기업가치를 추산해 보면 약 8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이 기업가치대로 최 회장이 지분을 판다면, 약 2조6000억원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에서는 SK실트론의 올해 EBITDA를 8530억원으로 전망한다. 이를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10조~11조원대로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602 "원내대표 대화 없다" 선언에‥민주, 단독 원 구성 강행 수순 랭크뉴스 2024.06.07
31601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결정, ‘제자 사랑’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 [사설] 랭크뉴스 2024.06.07
31600 민주, 액트지오 회견에 "맹탕…상임위서 동해 석유 의혹 조사"(종합) 랭크뉴스 2024.06.07
31599 ‘인도 출장’ 논란에 반격 나선 친문···“김정숙 여사 식사비는 105만원” 랭크뉴스 2024.06.07
31598 "민희진, 하이브 떠나라" 국제청원 4만명 돌파…작성자 알고보니 랭크뉴스 2024.06.07
31597 '20년전 성폭행' 소환에 밀양시 난감…"부정 이미지 낙인 우려" 랭크뉴스 2024.06.07
31596 "김구라 믿고 편히 산다?" 그리, 7월 해병대 간다 랭크뉴스 2024.06.07
31595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공개 유튜버 고소 당해 랭크뉴스 2024.06.07
31594 법원 '경기지사 방북비 쌍방울 대납' 인정…이재명 기소 여부 관심 랭크뉴스 2024.06.07
31593 '대북송금' 이화영 징역 9년6개월…이재명 수사 탄력 랭크뉴스 2024.06.07
31592 광주 도심서 흉기 난동 2명 부상…용의자 검거 랭크뉴스 2024.06.07
31591 "코뼈 부러지고 피범벅"…60대 택시기사 무차별 폭행한 승객 랭크뉴스 2024.06.07
31590 "동해 심해 7곳에서 유망구조‥입증 방법은 시추뿐" 랭크뉴스 2024.06.07
31589 “전화 무서워” 전 세계 콜포비아 늘고 있다 랭크뉴스 2024.06.07
31588 '음주 뺑소니' 김호중 구속기한 연장 신청…檢 "조사할 게 많다" 랭크뉴스 2024.06.07
31587 액트지오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 확인 못한 건 리스크” 랭크뉴스 2024.06.07
31586 ‘밀양 성폭행’ 신상털기, 진정·고소 잇따라…“영상 다 내려” 랭크뉴스 2024.06.07
31585 “본사가 가정집” 의혹에… ‘동해 석유’ 액트지오 결국 인정 랭크뉴스 2024.06.07
31584 오늘 밤부터 전국 비 쏟아진다…"천둥·번개 동반할 듯, 주의를" 랭크뉴스 2024.06.07
31583 나라스페이스, IPEF서 100대 기후 스타트업 꼽혀 랭크뉴스 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