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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가능성'만으로 대통령 직접 발표 이례적
전문가 "시추해봐야 정확한 매장량 확인" 의견 
시추 결정 주체·발표 과정 등 의문점 여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경북 포항시 영일만 깊은 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발표를 두고 시추 결정 과정과 성공률 등에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특히 통상 사업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절차를 거쳐 시추에 나서는 기존 석유 개발 사업과 달리 '매장 가능성'만으로 대통령이 직접 국정 브리핑까지 나서면서 혼란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은 석유공사가 2022~2031년 10년 동안 해양주권 확보 및 에너지 안보 강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수립한 국내 대륙붕 탐사 마스터 플랜으로 추진하던 '광개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발견됐다. 석유공사는 2D 및 3D 물리탐사 끝에 가스전 이름인 '대왕고래' 유망구조 7개에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미국 휴스턴의 지질탐사전문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Act-Geo)'사에 분석을 맡긴 끝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탐사 자원량이 묻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이 실제 동해 심해에 대규모 가스전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동해 심해 가스전을 분석한 액트지오사의 소유주이자 고문으로 있는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 또한 이날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석유와 가스를) 발견한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말에 심해에 시추공을 뚫어서 평가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추를 통해 자원이 있는지 여부와 실제 매장량을 확인한 후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전까지는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은 '가능성'의 영역이라 섣부른 기대나 판단은 금물이라는 것.

실제
액트지오사의 분석 이후 정부 및 석유공사가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자문했을 때도 '현재로선 정확한 매장 여부 및 매장량을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파악
됐다. 정부가 국내외 전문가 자문단으로 구성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중립' 의견을 내거나 '정확한 매장량 등은 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시추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용역을 발주한 뒤 4월에는 연말 사용할 시추선 사용 계약을 맺었다.

석유·가스 존재 여부 확인 거쳐야

그래픽=김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깜짝 발표'에 나선 것이 이례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열고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나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며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과거 수차례 시추에 나섰으나 석유 탐사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시추 작업이 지층을 뚫어 실제 원유나 가스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인 만큼 통상 대통령실까지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도 "시추 계획 승인이라고 했지만 통상 그런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무원 조직에서는 공식적으로 부처 장관이 전결이나 대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140억 배럴'이라는 최대 규모가 산정되고 가스 말고도 석유가 언급됐다는 점 때문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현안을 챙겼다는 입장이다. 또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정보가 잘못 퍼지지 않게 시추 등 프로젝트 계획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각계에서도 정부의 이른 발표에 대해 '신중론'을 내비치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아직 탐사 초기 단계로 확신을 갖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며 "통상 최소치가 신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가적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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