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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프로젝트 주요 쟁점

탐사 분석 美 ‘액트지오’ 신뢰성 논란
대표 오늘 방한… 기자회견도 예정
대통령이 직접 발표 정치 논쟁 우려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부터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분석된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시추 탐사에 들어간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세계적 시추 업체인 노르웨이 시드릴과 시추선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3일 포항 영일만 앞바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발표를 둘러싸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매장이 확인되더라도 경제성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석유업계와 학계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정부 발표대로 석유·가스 생산이 이뤄지면 천문학적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과 별개로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데다 화석연료 감축을 뼈대로 한 ‘탄소중립’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향후 탐사·개발 과정의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대왕고래’라는 비밀 프로젝트명을 붙여가며 극비리에 준비한 동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주요 쟁점을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따져봤다.

석유·가스 부존량이 최대 140억 배럴에 이른다는 정부 발표의 근거를 제시한 곳은 미국 심해 기술평가 기업 ‘액트지오(ACT-GEO)’다. 발표 이후 온라인에선 액트지오 본사 주소가 평범한 가정집이며, 직원 수가 최대 10명에 불과하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며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액트지오는 바닷속 물리탐사 데이터를 평가하는 컨설팅 기업이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4일 “엑슨모빌, 쉘과 같은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심해 탐사 자료를 확보하면 액트지오와 같은 ‘서비스 컴퍼니’에 분석을 의뢰한다. 액트지오는 그런 컨설팅을 하는 기업 중 하나”라며 “물리탐사 결과를 해석하는 일종의 하청업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탐사와 시추, 생산시설 설치 등을 총괄하는 ‘시행사’ 역할을 한다. 석유공사는 그간 호주의 탐사 전문기업 우드사이드와 물리탐사 및 시추 작업을 수행했다. 액트지오는 이번에 석유공사가 확보한 물리탐사 자료를 해석해 탐사자원량(매장 추정량)을 도출하는 작업을 맡았다.

2016년 설립된 액트지오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를 비롯해 볼리비아 브라질 미얀마 등 다수 개발 프로젝트의 평가 작업을 수행했다. 석유공사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액트지오 직원들은 메이저 석유개발 기업 출신으로, 심해탐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경력의 전문가들이 소유주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를 중심으로 개발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한다”고 설명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석유공사의 요청으로 5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해 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광구 평가 관련 사항을 설명하는 자리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석유공사는 본격적인 시추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액트지오의 결과 회신을 받은 뒤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위치한 ‘대왕고래-1’ 탐사를 위한 감독관·헬기·잠수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시추 작업은 통상 1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노르웨이 시추 기업인 시드릴사와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이 2008년 건조한 웨스트 카펠라는 올 12월부터 동해에서 약 40일간 시추 계약을 이행하게 된다. 하루당 용선료(배 사용 비용)로 6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공사 측은 대왕고래-1 탐사 인력과 기자재를 운송하기 위해 헬리콥터 운영 업체 등도 물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첫 시추에서 석유·가스 매장이 바로 확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최대 지름 36인치(91.44㎝)인 시추공 하나를 꽂는다고 해도 바다 면적을 감안하면 마치 바늘 하나를 꽂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번 뚫어서 실패하다 11번째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큰 영역”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그동안 국내 해역에서 48공의 시추를 진행했다. 1998년 7월 울산 앞바다 대륙붕에서 동해 가스전 탐사 시추에 성공했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대륙붕보다 깊은 심해(深海)여서 고도의 시추 기술이 필요하다. 물리탐사 데이터가 실제 시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장량이 어느 정도 확인된다 하더라도 (광구의) 지반이 튼튼하지 않다거나 품질이 좋지 않을 경우 상업 개발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데 대한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물리탐사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어느 정도 확인됐을 것이라는 분석과 불확실성이 큰 탐사 초기 단계에서 정치적 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에너지 개발 전문가는 “아직 확실하게 경제성이 확인된 단계가 아님에도 막대한 규모의 자원 개발 가능성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며 “정치 논쟁으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하락세의 지지율을 전환하기 위한 발표는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논평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과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탐사시추 계획을 당장 취소하라”(환경운동연합),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무책임한 계획”(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고 비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울산 동해 가스전 개발 당시엔 탄소중립이 지금처럼 이슈가 아니었다. ‘울산 시민들이 2년간 쓸 수 있다’는 경제적 측면만 거론됐다”며 “에너지 자립 확보와 탄소중립은 양립하기 어려운 난제”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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