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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초월읍행정복지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자장면 만들다가 갑자기 투입된 심판이 경기를 다 망쳤다.” “경기에서 졌다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모신 심판을 모욕하나.”

해공 신익희를 배출한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의 조용한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16년 전통을 자랑하는 동네 축구대회 때문이다. 친목을 위해 마련한 동네잔치가 주민 갈등을 오히려 키웠다. ‘형님’ ‘동생’ 하며 정겹게 지내던 이웃 마을 주민끼리 말을 섞기는커녕 눈도 맞추지 않는다. 단순한 감정싸움이라고도 하고, 원주민과 신규 전입자 사이의 묵은 갈등이 축구대회를 계기로 분출된 것이라고도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계기는 지난달 12일 초월읍 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제16회 초월읍체육회장기 한마음축구대회’였다. 주민 수가 5만명 정도인 초월읍에는 동호인축구팀이 6개 있다. 읍체육회가 주최하고 읍축구협회가 주관한 축구대회 결승에서 일이 터졌다. 2개 조로 나눠 리그전을 한 뒤 조 1위팀끼리 맞붙은 경기였다. 결승 진출팀은 전통의 라이벌인 해공FC와 용수FC. 두 팀은 지난해 대회 때도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후반 7분 해공이 용수의 벌칙구역 안에서 파울을 얻어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용수 선수들은 “정당한 어깨싸움이었다”며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가 난 용수의 16번 선수가 경기가 재개되려던 찰나에 경기장 밖으로 공을 걷어차버렸다. 이를 신호로 용수 선수단 모두가 짐을 싸 경기장을 떠났다. 심판이 제지했으나 소용없었다. 용수의 몰수패가 선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초월읍축구협회는 사흘 뒤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공을 밖으로 차낸 용수 16번 선수와 심판에게 폭언한 골키퍼, 용수FC 축구팀에 최고 수위 징계인 ‘영구 제명’ 처분이 내려졌다.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읍내 축구인들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였다. 광주시축구협회는 징계 내용을 통보받고, 용수FC와 징계 선수 2명을 협회에서 제명했다. 용수FC는 광주시나 경기도 내에서 열리는 모든 축구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전례 없는 중징계 처분에 용수FC의 연고지인 용수리 전체가 들끓었다. 선수들과 주민들은 ‘대회 운영이 불공정했으니 징계 자체가 무효’라고 반발한다. 용수FC의 한 선수는 “결승전 심판을 보기로 되어 있던 주심이 갑자기 바뀌었다. 엄연히 정식 경기인데 행사장에서 자장면 만들고 있던 무자격자를 투입했다.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수FC 관계자는 “징계 대상자 조사와 소명 절차도 없이 사흘 만에 제명 처분이 이뤄졌다. 폭언과 경기장을 이탈한 건 잘못이지만,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 심지어 이의신청도 받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용수리 주민들은 읍축구협회가 ‘눈엣가시’인 용수FC를 지역 축구계에서 축출하려고 무리해서 초강수 징계를 내렸다고 본다 “작년 대회 때도 해공과 우리가 결승에 올랐어요. 그런데 선수 부상으로 엔트리를 채울 수 없게 돼 눈물을 머금고 기권했습니다. 그때부터 읍축구협회 눈 밖에 난 거예요.” 용수FC 관계자의 말이다.

초월읍축구협회는 친목 도모를 위한 경기라도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선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창순 초월읍축구협회장은 “경기 운영에 불만이 있으면 경기장 안에서 풀면 된다. 그런데 심판을 모독한 것도 모자라 집단으로 경기장을 이탈하고, 지역사회에 큰 분란을 일으켰다. 중징계를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원주민과 새로 유입된 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초월읍은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데, 용수FC는 신참자들이 주축인 팀이다. 오늘도 해공 선생의 고향 초월읍에선 주민들 마음 갈라지는 소리가 ‘쩍쩍’ 난다. ‘한마음’으로 어울리자고 연 ‘그놈의 공놀이’ 때문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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