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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14일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군 복무 시절 부대에서 몇 건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나이도 성별도 계급도 달랐던 그들은 끈으로, 총기로 자기 목숨을 끊었다. 특기 번호 3411. 정훈공보병이었던 내게는 정훈장교와 함께 그런 사건들이 언론에 왜곡돼 나가지 않게 '관리'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말은 거창해 보여도 사실상 전화 오는 외부인들에게 읍소하는 일이었다.

상병 때였나. 알고 지내던 장교 한 명이 어느 날 갑자기 목숨을 끊어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평소 밝은 성격의 인물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모두가 허탈해하고 있던 때, 지휘관으로부터 황당한 지시가 내려왔다. "애인이랑 헤어졌거나 가족 문제는 없는지, 아니면 빚진 게 있는지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부하가 죽었는데 그 원인을 찾기보다 어떻게 해서라도 외부로 돌리는 데 관심이 있어 보였다.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망자에게서 그런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부대 때문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라면 억울한 죽음은 언제든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트라우마 이런 건 나중 문제고, 생존 장병들이 언론 이런 데 접촉이 돼서는 안 된다." 채 상병이 실종된 직후,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포7대대장과의 통화에서 남은 장병들의 트라우마보다 그들의 언론 접촉을 우려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언론을 막을 생각부터 한 그를 보며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권과 언론은 사건 기록이 경찰에 이첩됐다가 회수된 과정,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통화한 목적 등에 주목한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의 통화 내용은 그보다 본질적이고 중차대한 문제를 드러낸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변명하고 은폐하고 회피하기 바쁜 군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고, 국가 안보와 장병의 목숨보다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한 인물들이 지휘관 자리에 앉아 군을 통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망 사건이 일어나면 혹여 자기들 진급에 걸림돌이라도 될까, 덮고 무마하려는 군의 고질적인 병폐는 끊이지 않고 있다. 10년 전엔 윤승주 일병, 가깝게는 이예람 중사의 사망 뒤에도 그런 시도들이 있었다. 중대장의 가혹행위로 훈련병이 사망한 육군 을지부대(12사단) 사건도 훈련병들이 휴대폰을 가질 수 없었던 예전 같았으면 '온열질환 사망' 따위로 묻혔을지 모른다. 가해 중대장을 귀향 보내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 군의 태도는 그런 불신을 더욱 가중한다. 이러니 "입대할 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남의 자식, 죽으면 누구세요?"라는 조롱이 쏟아진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라며 격노했다고 한다. 사건의 진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던 만큼, 일선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지휘관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물을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에는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휘하 사병이 임무 수행 중 죽었는데 졸병 목숨은 중시하지 않고 해당 사건이 자기 출세 가도에 끼칠 영향이나 걱정하면서 주판알 튀기고 있는 인물이 지휘관을 해선 안 됐다고 생각한다. 이 고질적 책임 회피를 뿌리 뽑지 않는 한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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