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산부인과 단체 5곳 한자리서 긴급 기자회견
"의료진 부족·소송 리스크·낮은 수가로 고통"
고위험 산모 느는데 병원·의사는 되레 급감
저출생 문제와도 연관 "특단 대책 마련해야"
평생 이 말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이 자리에 섰다. 의대 증원이 아니라,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와 멸종 위기에 대한 얘기다.

의사들로 구성된 전국 산부인과 단체 5곳(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모체태아의학회·대한주산의학회·대한분만병의원협회)이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분만 인프라가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의사들은 한국일보가 지난달 보도한 '산모가 또 죽었다: 고위험 임신의 경고' 기획기사를 언급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산과 교수와 개원의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처음이다.

"분만 가르칠 교수도, 전공의도 없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산부인과 단체 5곳은 4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성공회빌딩에서 '절규하는 분만 의사들' 기자회견을 열고 분만 인프라 붕괴 현실을 호소했다. 송주용 기자


산부인과 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 모여 "산부인과 전문의가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저출생으로 분만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낮은 수가 △소송 리스크 △격무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산과(분만)에 지원하는 전공의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산과 전문의조차 분만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인양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0여 년 전까지는 산과 전공의 경쟁률이 2대 1은 됐는데 최근에는 산부인과 전체가 미달 상태로 충원율이 70% 수준"이라며 "특히 분만 의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08년 177명에서 지난해 103명으로 줄었다.

산과 의사를 가르칠 대학병원 교수들도 빠르게 줄고 있다. 교수가 줄어들면 갈수록 증가하는 고위험 산모 진료에 구멍이 뚫리고, 의대생들은 분만을 배울 기회를 잃게 된다.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정년 퇴임으로 2041년에는 현재의 31% 수준으로 교수들이 급감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분만 수요가 적은 지방에선 교수들이 더욱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소송에 내몰리고 병의원 폐업"

산부인과 단체는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수가 현실화와 소송 리스크 해결 등을 요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산부인과 단체는 이날 의료진의 '소송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 해 분만이 23만여 건이라면 산모 사망 50건, 뇌성마비 50건 정도 된다"면서 "사건 하나에 12억 원을 배상한다고 해도 저출산에 투입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국가가 (무과실 사고에 대한) 배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출산 가능한 병원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홍순철 고려대안암병원 교수는 "수도권에서도 분만 병원을 포기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분만 기관 감소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는 2013년 706곳에서 지난해 463곳으로 감소했다. 전국 시군구 250곳 가운데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도 72곳에 달한다.

홍재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정책이사는 "서울에서 작은 분만 병원을 내려면 30억 원이 필요한데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는 게 힘들다"며 "한 달에 25일 당직하고 매일 외래환자를 보고 있을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131 북, 5번째 ‘오물풍선’ 살포…군 “확성기 방송 준비” 랭크뉴스 2024.06.25
30130 여야 모두 참석한 첫 상임위, 삿대질·고성 속 ‘6분 만에 파행’도 랭크뉴스 2024.06.25
30129 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도 휴진 유예…서울대 이어 ‘빅5’ 철회 확산 랭크뉴스 2024.06.25
30128 과방위 정면충돌…與 "방송3법 방송장악" vs 野 '민원사주' 맹폭(종합) 랭크뉴스 2024.06.25
30127 밤거리 장악한 '6·25 폭주족'‥경찰, 속수무책 랭크뉴스 2024.06.25
30126 [단독] 보안 취약 업체 노렸나‥한 곳 뚫린 뒤 줄줄이 해킹 랭크뉴스 2024.06.25
30125 기피 신청까지 '셀프' 의결‥또 결함 드러낸 방통위 '2인 체제' 랭크뉴스 2024.06.25
30124 북한 “미국의 핵위협 등으로 총 78조달러 피해” 랭크뉴스 2024.06.25
30123 합참 "북, 대남 오물풍선 또 부양" 랭크뉴스 2024.06.25
30122 이렇게 ‘화끈한 라면’은 없었다…'매운맛 며느리'가 띄운 삼양주식 가치가 무려 랭크뉴스 2024.06.25
30121 반포 '아리팍' 110억 최고가 매수자, 뮤지컬 배우 홍광호였다 랭크뉴스 2024.06.25
30120 휴대전화, 노트북, 청소기까지‥'리튬 배터리' 안전한가? 랭크뉴스 2024.06.25
30119 인술 펼친 거목,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 별세 랭크뉴스 2024.06.25
30118 나경원·김민전 ‘사전투표 폐지법’ 추진…“투명성·공정성 부족” 랭크뉴스 2024.06.25
30117 [속보] 합참 “북한, 오물 풍선 또 날려”…이틀 연속 부양 랭크뉴스 2024.06.25
30116 “왜 내가 사니까”… 엔비디아 급락에 개미들 ‘멘붕’ 랭크뉴스 2024.06.25
30115 북, 오물풍선 이틀 연속 날렸다…밤 10시께 서울 진입 랭크뉴스 2024.06.25
30114 석유공사에 ‘당한’ 윤 대통령…국정브리핑 한번으로 끝내라 랭크뉴스 2024.06.25
30113 구청이 해주는 소개팅 ‘대박’…상견례때 100만원, 결혼하면 축의금·전세금 쏜다 랭크뉴스 2024.06.25
30112 ‘한강변의 마지막 재건축‘ 장미아파트, 대단지로 재탄생…최고 49층 4800가구로 [집슐랭] 랭크뉴스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