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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 흑돼지 거리 ‘한산’
시민들이 3일 낮 12시쯤 제주시 건입동 흑돼지거리 입구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낮 12시 제주시 건입동 ‘흑돼지거리’. 흑돼지를 취급하는 10여개 음식점이 몰려 있는 곳이다. 저녁 영업 식당을 제외하곤 대부분 문을 열었지만,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줄자 일부 식당은 호객행위에 나섰다. 한 식당에선 외국인 관광객 한 팀만 식사하고 있었다. 내국인의 발걸음은 거의 없었다. 거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흑돼지거리는 제주시 구도심을 대표하는 맛집 거리다. 인근 상인 양모(43)씨는 “코로나와 엔저 상황에 손님이 줄어도 버텨온 곳인데, 최근 비계 삼겹살 논란 이후 외지 손님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제주 관광 이끄는 내국인 믿음 잃어
3일 낮 12시쯤 제주시 건입동 제주 흑돼지거리의 한 식당에서 외국인 관광객 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관광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관광객 90% 안팎을 차지하는 내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 요인은 바가지요금 등 고물가와 ‘비계 삼겹살’ 논란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29일 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엔 제주에서 주문했던 삼겹살 사진과 “98% 이상이 비계….”라는 글이 올라오지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또 제주 여행 시 통갈치 요리를 먹는데 16만원이 나왔다는 내용, 4일 기준 음료와 디저트를 먹으면 10만원 가까이 나온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물가 관련 게시물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적이 나오자 일부 제주시내 음식점은 뒤늦게 고등어구이(노르웨이산) 한 마리의 가격을 종전 1만2000원에서 1만원으로 내리기도 했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자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다. 일본과 동남아 여행이 ‘제주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이야기가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며 제주행 발걸음이 더욱 줄었다.



제주행 비행기는 줄고 국제선은 늘어
제주국제공항 항공사진. 최충일 기자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500만9278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8% 줄었다. 지난해(1337만529명)에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388만9502명보다 3.7% 감소했다. 특히 내국인은 지난해 1266만1179명으로 2022년 1380만358명에 비해 8.3% 줄었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며 씀씀이도 감소했다. 제주관광공사의 ‘2024년 1분기 제주방문 관광객 카드 소비와 내비게이션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이 사용한 신용카드 소비액은 5415억8900만원이다. 지난해 동기 6205억6400만원보다 12.7% 감소했다.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제주행 항공편도 줄었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제주국제공항을 잇는 국내선 운항 편수(출발 기준)는 2만5579편으로 1년 전(2만6109편) 대비 2%(530편) 감소했다. 공급 좌석 역시 487만2606석으로 전년(499만8236석)보다 2.5%(12만5630석)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선 운항은 1285편에서 4658편으로, 국제선 공급석은 24만5362석에서 85만1100석으로 각각 3.6배, 3.5배 증가했다.



제주도·관광업계 ‘비상대책위’ 구성키로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제주관광협회가 지난달 29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관광대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강동훈 제주관광협회장, 변덕승 제주도 관광교류국장, 고승철 제주관광공사 사장. 최충일 기자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제주도는 조만간 제주지사와 민간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제주관광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비상대책위는 관광산업 대표와 관련 기관 관계자, 전문가 등 25명 안팎으로 구성한다. 관광 주요 사안별 위기 진단과 해결방안 마련, 사후관리 등을 맡게 된다. (가칭)’제주관광서비스센터’도 설치한다. 이곳에선 제주관광공사와 제주관광협회가 함께 충분한 관광정보를 제공하고 관광 관련 민원을 접수하는 즉시 대응해 불편사항을 해소해준다.



양질 서비스 기본….“이미지 개선 파격 마케팅 필요”
제주시 애월읍 항몽유적지 코스모스 꽃밭을 찾은 관광객. 최충일 기자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격대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본에 충실하고, 국민 관심을 다시 이끌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성화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며 “업계와 함께 국민이 꼭 가보고 싶을 만큼의 호기심을 자극할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제주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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