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미 연구진, 동물원과 자연에서 찍은 기린 사진 분석
수유기 먹이 많이 찾는 암컷이 수컷보다 목 길어
수컷은 목 두껍고 앞다리 길어…짝짓기 경쟁에 유리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 포착한 기린 세 마리./위키미디어, Byrdyak


기린은 육지에서 가장 키가 큰 동물이다. 다 자라면 키가 6m에 이르고, 목 길이만 2m가 넘는다. 기린은 왜 그렇게 목이 길어졌을까. 진화이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은 목이 긴 기린은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 더 높이 있는 나뭇잎까지 먹을 수 있어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생존 능력이 뛰어난 최적의 개체만 살아남았다는 자연선택설이다.

미국 과학자들이 다윈의 생각이 옳았음을 새롭게 증명했다. 더글러스 케이버너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야생 기린과 사육 중인 기린의 신체 비율을 조사해 먹이 활동이 기린의 긴 목을 만들었다고 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포유류 생물학(Mammalian Biology)’에 공개됐다.

다윈은 목이 길면 먹이 경쟁에서 유리했다고 했지만 이후 수컷 사이의 경쟁이 기린의 목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2022년 중국 과학자들은 선사시대 기린의 화석을 분석해 목을 휘둘러 상대를 가격하는 싸움에서 목이 긴 기린이 살아남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린의 긴 목은 자연선택이 아닌 번식을 위한 성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케이버너 교수는 기린 목에 대한 논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가 먹이경쟁이 아니라 찍짓기 경쟁 때문이라는 가설이 맞는다면, 수컷 기린의 목이 암컷보다 더 길어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사진 공유 사이트에서 동물원의 기린을 찍은 사진 수천 장과 지난 10년 동안 찍은 야생 기린의 사진을 분석했다. 데이터의 일관성을 위해 기린이 서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만 골라 살폈다. 기린의 키는 직접 재기 어려워 신체 부위의 비율을 계산해 비교했다.

그래픽=손민균

연구진은 성체 기린의 사진을 분석해 암컷 기린이 수컷보다 목과 몸통이 모두 길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수컷 기린은 암컷보다 앞다리가 더 길고 목이 더 두꺼웠다. 이런 경향은 야생 기린이나 사육 중인 기린이나 모두 같았다. 성별에 따른 신체 비율의 차이는 태어난 직후에는 없었다가 3살부터 성적으로 성숙해지면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암컷 기린이 높은 가지에 달린 나뭇잎을 먹기 위해 목을 쭉 뻗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암컷이 새끼를 배고 수유를 하는 시기에 더 나은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기린의 목이 길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윈이 주장했던 자연선택설처럼 먹이를 다투는 생존 과정에서 기린의 목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기린 목을 제외한 신체 부위의 차이는 성선택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수컷의 목이 암컷보다 두꺼운 이유는 짝짓기 경쟁에서 목을 휘둘러 싸울 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마찬가지로 수컷 기린은 앞다리가 길수록 암컷에 올라타기 쉽고 수컷들과 싸울 때도 유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암컷보다 앞다리가 길어졌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린의 짝짓기 시간이 짧아 실제로 앞다리가 길면 유리한지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어떤 수컷이 번식에 더 유리한지 유전자를 분석해 밝힐 계획이다. 케이버너 교수는 “키가 큰 마사이 기린의 개체수는 서식지 손실과 밀렵으로 지난 30년 동안 급격히 줄었다”며 “진화 과정에 얽힌 기린의 짝짓기와 생존에 대한 정보를 밝혀 개체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Mammalian Biology(2024), DOI: https://doi.org/10.1007/s42991-024-00424-4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101 [단독] 홍색 전기차 밀려온다… BYD 연내 국내 상륙 랭크뉴스 2024.06.06
31100 한국, 마침내 일본 제쳤다...1인당 GNI 3만6194달러[숫자로 보는 경제] 랭크뉴스 2024.06.06
31099 서울대병원 "전공의 사태 해결 안되면 17일부터 전체휴진" 랭크뉴스 2024.06.06
31098 "본 것 중 가장 끔찍"…해변 걷다 기절할 뻔한 '기괴한 생명체' 랭크뉴스 2024.06.06
31097 서울의대·서울대병원 17일부터 전체 휴진 결의… “정부 조치 때까지 지속” 랭크뉴스 2024.06.06
31096 “동해 석유 15년 탐사했지만 장래성 없어”…작년 철수한 호주 기업 랭크뉴스 2024.06.06
31095 '이건희 신경영' 31주년·...“가보지 않은 길 가자” 외친 이재용 랭크뉴스 2024.06.06
31094 윤건영 "대한항공, 김정숙 기내식비 현 정부와 같다고 밝혀" 랭크뉴스 2024.06.06
31093 [속보] 서울대병원 교수들 “전공의 사태 해결 안되면 17일부터 전체 휴진” 랭크뉴스 2024.06.06
31092 [단독]삼성전자 "연구개발조직 주64시간 근무"...미래먹거리 위기감 랭크뉴스 2024.06.06
31091 [속보] 서울대병원 "17일부터 필수의료 제외 전체 휴진" 랭크뉴스 2024.06.06
31090 이번엔 라이브로 모습 보인 김건희 여사···단계적 확대? 랭크뉴스 2024.06.06
31089 국민의힘 "김정숙 타지마할 의혹 점입가경‥고소 빨리하시길" 랭크뉴스 2024.06.06
31088 동의도 확인도 없는 ‘밀양 성폭력 가해자 신상공개’…“정의구현 앞세워 이익 추구” 비판 랭크뉴스 2024.06.06
31087 “풀 듯한데 못 풀겠다”···난감한 모평에 8000명 몰린 입시설명회 랭크뉴스 2024.06.06
31086 [단독] 보유세 부담 커진 고령층이 소비 줄인다? 오히려 늘렸다 랭크뉴스 2024.06.06
31085 [단독]삼성전자 '미래먹거리' 위기..."연구개발 조직 주64시간 근무" 랭크뉴스 2024.06.06
31084 출생률 제고를 위한 성욕과 교미의 정치경제학[에디터의창] 랭크뉴스 2024.06.06
31083 알리·테무 등 왕서방 진입에...국내 이커머스 희망퇴직에 사옥이전까지 랭크뉴스 2024.06.06
31082 尹 악수하며 한마디 '툭'‥조국 뭐라했나 봤더니.. 랭크뉴스 20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