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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스

[서울경제]

"글 보고 울컥했어요. 구성원들을 생각하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일 SK(034730)그룹의 한 직원은 전날 최태원 회장이 사내 포털망에 올린 '구성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에 이 같은 댓글을 달았다. 이 직원은 "부디 하시는 일이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라며 "저는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직원들도 응원을 보냈다. 또 다른 직원도 댓글을 통해 "멀리서나마 응원한다"며 "SK그룹의 역사와 명예를 바로 세워달라"고 적었다.

최 회장 개인 총수의 사생활로 여겨질 수 있는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에 SK 직원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바로 SK의 성장사를 부정한 판결 내용 때문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유입됐다고 인정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 개인 문제에서 그룹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제로 비화되면서 구성원들의 동요가 있었다"며 "한 목소리로 최 회장의 단호한 대처를 응원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내 포털망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외 사업 현장에서 촌음을 아껴가며 업무에 매진하는 구성원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라며 "개인사에서 빚어진 일로 의도치 않게 걱정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가사소송 판결은 우리 그룹의 역사와 근간을 부정하고 뒤흔들었다. 지난 71년 간 쌓아온 SK 브랜드 가치, 그 가치를 만들어온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도 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과 20억 원의 위자료를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최 회장은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판결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긍하기 어렵다”며 “우리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해온 역사가 정면으로 부정당한 것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이동통신사업 진출에 대한 특혜설과 관련해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정경유착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실력으로 이뤄낸 것”이라며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다른 경쟁 후보들을 압도하는 최고 점수를 얻어 제 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했으나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며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어렵게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상고를 통해 진실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 회장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그룹의 성장은 비성장적인 자금 지원이나 특혜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오늘의 SK는 수많은 구성원 패기와 지성, 노력과 헌신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동요하는 구성원에게 결속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판결의 파장으로 많이 힘드실 줄 알지만, 저와 경영진을 믿고 흔들림 없이 업무와 일상에 전념해 주시길 부탁한다”며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 흔들림 없이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며 더욱 판판한 SK를 만들겠다. 다시한번 구성원 모두에게 저의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에게 편지를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날 그룹 주요 경영진들과 긴급 회의를 주재하며 향후 대응방안 구상에도 나섰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였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온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사진 설명


CEO들도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의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앞으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 회장은 구성원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더 이상의 이미지 훼손을 막고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구성원들에게도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룹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관련해서도 신사업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방향성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며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인공지능(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는 연초부터 그린·반도체 등 사업별로 수십 개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포트폴리오 조정과 최적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따로 또 같이’ 경영 철학에 따라 중복됐던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TF의 결과들은 이달 25일을 전후로 열리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SK가 최 회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를 기점으로 고강도 쇄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 재편과 동시에 SK㈜의 배당 확대 등 추가 주주 환원 정책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재산 분할금에 큰 조정이 없다면 당장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그룹 DNA인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며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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