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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1년차에 세상 등진 강동구 새내기 공무원
반복되는 공무원 순직···“여전히 인식 보수적”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3월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언·욕설 등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서울 강동구청 새내기 공무원이 사망 3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4일 취재 결과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재해보상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공무원 A씨(사망 당시 30대)의 순직을 승인했다.

A씨는 2020년 1월 강동구청에 임용돼 주차관리팀에서 일했다. A씨는 불법 주·정차 단속 항의 민원 응대를 맡았다.

A씨는 민원인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가족 등 주변인들에게 고충을 호소했다. 민원인들은 전화로 A씨에게 폭언·욕설을 하거나, 직접 방문해 주차딱지를 내던지는 등의 행동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임용 1년 만인 2021년 1월6일 한강에 투신했다. A씨의 시신은 투신 두 달 만에 서울 광진경찰서 수난구조대에 발견됐다.

A씨는 사망 3년이 지나서야 순직을 최종 인정받았다. A씨 유족은 2022년 8월 인사혁신처에 순직 승인을 신청했지만, 1심 격인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심의회)는 지난해 5월 순직을 불승인했다. 심의회는 A씨가 겪은 스트레스가 민원 업무를 하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 정도이며 자살의 원인이 불명확하다는 취지로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A씨 유족은 2심 격인 재해보상위원회에 심사를 다시 청구했다. 재해보상위원회는 심의회의 판정을 뒤집고 “반말, 욕설, 인격모독 등에 노출되는 기피부서에서 불법 주·정차 민원 응대 업무를 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무 이외의 자살에 이를 개인적인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악성민원으로 공무원들이 목숨을 끊는 일은 A씨 사례 외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김포시에서는 9급 공무원이 항의성 민원과 신상공개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악성민원은 2020년 4만6079건, 2021년 5만1883건, 2022년 4만1559건으로 해마다 4만~5만건이 제기된다.

반면 악성민원에 대한 공직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인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공무원 직종별 자살 순직 현황’을 보면, 2018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일반공무원 순직 인정 비율은 30.4%에 그쳤다. 순직을 신청한 69명 가운데 21명만 승인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강화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악성민원으로 인한 죽음이 잇따르자 정부도 지난달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 ‘2024년 민원행정 및 제도개선 기본지침’ 등을 연달아 내놨다. 민원인의 폭행 등 위법행위를 기관장이 직접 고발하도록 하고, 폭언·욕설을 하는 민원인의 통화를 녹음하거나 끊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보다 강화된 대책이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기관장 고발 의무화는 좋지만 위반 시 처벌 등 강제성이 없는 점은 아쉽다”며 “청원경찰이나 안전요원을 배치하면 효과적인데 이와 관련한 인력과 예산이 늘지 않았다”고 했다.

A씨 순직 신청을 대리한 조창연 조창연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일반 노동자의 경우를 봐도 (위기상황에서) 조직이 버팀목이 되면 힘든 게 좀 덜한데, 공무원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민원 대응을 본인이 해야 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팀이 돕기보다는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조 노무사는 이어 “악성민원에 노출되는 공무원 개인에 대한 조직적 보호는 물론, 순직 심의에서도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공무원 개인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충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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