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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누워던 세종보 '가동' 준비 완료
환경단체 "세종보 재가동 결사반대" 농성
세종시 무대책...시민은 '캠핑농성'에 시큰둥
3일 오전 세종시 한솔동 세종보 옆으로 난 강변 자전거도로 위로 시민들이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가동보 수리를 마친 한국수자원공사는 6월 1일부터 보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보 상류 하천 바닥에 천막을 치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환경단체 운동가들 때문에 보를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육중한 콘크리트로 된 고정보 사이에 있는 3개의 가동보는 수량이 많을 때는 눕는다. 수량이 줄어들 때 보를 세우면 물을 가둘 수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도시 복판을 지나는 금강의 세종보를 이용해 ‘친수 도시’로 가려던 세종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환경부와 세종시는 5년 이상 누워 있던 보를 손본 뒤 5, 6월에 세워서 본격적인 강물 가두기에 나서기로 했지만, 환경단체들이 하천 바닥에 천막을 치고 누워 버티는 탓이다. 이들은 세종보 재가동에 '결사반대' 입장이어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3일 오전 세종시 한솔동 한두리대교 밑에서 만난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비가 와서 불어나는 강물이라면 우리 스스로 하천 밖으로 나가겠지만, 세종보를 세워서 불어난 강물은 피하지 않고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농성장은 세종보에서 상류 방향으로 600m 지점에 있다. 교각 옆으로 퇴적된 모래톱에 설치된 천막은 강수위가 1m만 올라도 잠길 것 같았다. 천막 주변엔 이들이 밤새 자리를 지키며 이용한 테이블과 의자 등 캠핑 용품들이 놓여 있었다.

이날 새벽 현장에 합류했다는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서울의 한강처럼 강물을 꼭 채워야 강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강처럼 따라갈 필요도 없다”며 보재가동에 반대했다. 특히 그는 “보를 세워 요트와 수상 스키를 타는 환경이 되면 소수만 이용하는 강이 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는 세종보를 가동해 이곳으로부터 상류 방향으로 중앙호수공원 – 금강보행교(이응다리) – 합강습지(생태관광) - 합강 캠핑장으로 연결되는 수변형 관광공원과 수상공연장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비단강(금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 강준구 기자


세종보는 콘크리트 덩어리로 된 하중식 고정보 3개와 전도식 가동보(각도를 기울여 넘쳐흐르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보) 3개로 구성돼 있다. 총길이는 고정보 125m, 가동보 220m다. 홍수기에는 보를 눕혀 물을 흘려보내고, 갈수기에는 보를 세워 적정량의 물을 유지할 수 있는 가동식 수중보다.

세종보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이전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계획(2006년 11월)에 따라 별도 추진된 시설물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던 정부가 이미 착공돼(2009년 5월) 진행중이던, 세종보 건설을 포함한 '행복지구 생태하천 조성 사업'을 선도사업에 포함(2009년 6월)시켰다. 그 바람에 '4대강 사업'처럼 알려져 문재인정부에서 해체 위기에 처하는 등 유탄을 맞았다. 그러다가 2022년 ‘4대강 사업 계승’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 출범, ‘금강 르네상스’를 공약한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으로 해체를 면했다. 특히 세종시의 세종보 가동 요구에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5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국수자원공사가 보 가동을 위한 기계류 점검과 보수 작업을 해왔다. 보 가동을 위한 모든 준비는 지난달 끝났다.

2015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한 세종시 홍보 사진. 당시엔 세종보 덕분에 금강에 상당한 양의 물이 유지됐다. 수면 위로 한두리교와 한솔동 첫마을아파트단지가 비친다. 관광공사는 국내 관광 자원을 발굴해 국내외에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관광공사 캡처


4월 말부터 지역 환경운동가들이 다리 밑에 텐트를 치고 주야로 자리를 지키면서 해당 농성장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요지가 됐다. 주중엔 서너 명의 활동가들이 자리를 지키고, 주말엔 전국에서 온 환경운동가들과 연대하는 식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이곳을 다녀간 이들은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국 환경운동가들이 세종을 찾으면서 보 재가동 문제는 전국 이슈로 확대되고 있지만, 세종시는 이렇다 할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권영식 세종시 환경녹지국장은 “하천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환경단체에게 환경부의 요청을 받아, 퇴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발송했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큰비가 내려 하천 수위가 올라가면 농성장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늘에서 비만 내리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3일 오전 세종시 한솔동 한두리교 아래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 이경호(왼쪽)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금강물이 흘러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세종보 가동을 저지하기 위해 하천 바닥에 텐트를 쳤다. 세종=정민승 기자


농성장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의 시선은 대체로 시큰둥했다. 자전거로 운동에 나섰다는 어진동 주민 최모(48)씨는 “전체를 보지 않고 벌이는 농성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새도 좋고, 수달도 좋지만 강물 수위가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그들도 거기에 적응할 것이고, 오리 등 물새들도 사시사철 찾는 등 도시도 더 아름다워지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반려견과 산책 나온 한솔동 주민 원도일(61)씨는 “강이 들판처럼 변해가고 있고, 많은 세금을 들여 건설한 시설이니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지 않겠느냐”며 “무조건적인 보 재가동 반대보다는 타협점을 찾는 데 힘을 더 쓰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보는 2018년 이후 6년 동안 작동되지 않았다. 그 사이 육지의 동물과 식물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육역화(陸域化)가 빠르게 진행됐다.

세종보가 가동돼 보 상류에 물이 차 있던 금강의 모습. 겨울철새들이 눈에 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보는 금강의 친수 공간 확보뿐만 아니라, 국립세종수목원, ‘세종판 청계천’으로 불리는 방축천과 제천, 정부세종청사 주변 실개천, 중앙호수공원 등 하천유지용수 공급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중요한 시설”이라며 “보 재가동과 비단강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전에 수립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조성된 세종보가 금강에 일정 수위를 유지하도록 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가동이 중단되면서 금강은 그 사이 육지의 동물과 식물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육역화(陸域化)가 진행되고 있다. 건천 수준의 수량을 보이고 있는 금강의 이 모습은 지난 200년 3월 촬영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종보의 가동보 구간이 세워진 모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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