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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5억~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
시추 통해 경제성 따져봐야 생산·개발까지 이어져 
"성공 시 국내 기름값 안정…관건은 상업 생산 여부"
동해 가스전. 한국석유공사 제공


경북 포항시 영일만 깊은 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깜짝 발표가 나오면서 앞으로 이어질 시추 및 상업 개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실제 매장량과 경제성 등 본격 생산까지 따져봐야 할 조건들이 많이 남아 있어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크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12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첫 번째 시추공 작업을 시작으로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본격 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동해 심해에 석유와 가스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만 검증된 만큼 이제 첫걸음을 뗀 정도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석유·가스 개발은 ①물리 탐사 자료 취득 ②전산 처리 ③자료 해석 ④유망 구조 도출(석유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⑤탐사 시추(지하자원을 찾기 위해 땅속 깊이 구멍을 파는 작업) 개발·생산 등 단계로 진행된다. 앞으로 5, 6단계를 더 거쳐야 하고 탐사 시추로 자원의 존재를 확인해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할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1공 시추 작업은 최소 3개월이 예상돼 최종 결과는 2025년 상반기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밝힌 탐사 시추 성공 확률은 20%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동해 가스전이 11개 시추공을 뚫은 뒤에야 발견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확률"이라며 "연말에 시추공을 뚫어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겠지만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문가들과 추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번 시추할 때 1,000억 원 정도가 드는데 10회 정도 시도할 여력이 없는 만큼 효과적으로 빠르게 성공을 거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보통 첫 시추 탐사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7∼10년, 생산 기간은 약 30년으로 보는데 이대로라면 실제 생산은 2035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2월부터 1차 시추…2026년까지 최소 5,000억 원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번에 새로 발견된 심해 가스전은 앞서 2021년까지 상업 생산이 이뤄진 동해 천해 가스전보다 1km가량 더 깊은 바닷속에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정부는 동해 가스전과 8광구와 6-1광구 일대에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 가스와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심해 가스전은 (깊이가) 1㎞보다 더 들어간다"며 "실제 (가스·석유가) 발견돼도 생산에 굉장히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뤄진 가스전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 말대로 2026년까지 5회 시추하려면 최소 5,000억 원이 드는 셈이다. 정부는 이 비용을 정부 자체 재정과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이후 개발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해외 메이저 정유 기업의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추를 해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어서 (시추) 과정에서 관계 부처, 국회와 협의해 최대한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시추 과정 이후 어느 정도 비중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할지도 따져 볼 계획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면 국내 투자 비중을 높이고 반대로 실패 가능성이 커진다면 해외 투자 유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장량이 사업성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신중한 검토 필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뒤 동해 석유·가스 매장 관련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부가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한 '탐사자원량1'은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이다. 매장 예상 자원 비율은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는 최소 3억2,000만 톤에서 최대 12억9,000만 톤, 석유는 최소 7억8,000만 배럴에서 최대 42억2,0000만 배럴이 부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는 우리나라가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쓸 수 있는 양이다.

실제 상업 생산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기름값 안정화와 원유 도입 단가 인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4위 원유 수입국이자, 원유 소비량은 세계 7위에 달할 만큼 기름을 많이 쓰는 국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원유 도입 시 필요한 유조선, 보험료 등 각종 물류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기름 소비를 줄이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인 유류세도 낮출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및 전문가들도 실제 매장량과 경제성까지 확인된 것은 아닌 만큼 상업 생산이 시작될 때까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순일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예상대로라고 해도 "삼성전자 시가 총액의 다섯 배 계산은 나오기 힘들다"고 경계했다. 그는 "(이번 심해 가스전은) 실제 생산까지 이뤄진 동해 가스전 인근이고 정부 발표도 가스 비중이 훨씬 크다"며 "많은 양의 가스가 매장돼 있으면 원유보다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는 초경질유가 소량으로 함께 나오곤 하는데 이렇게 되면 휘발유 등 여러 석유 제품으로 많이 팔아 이익을 많이 내는 원유를 전제로 한 정부의 계산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원 개발은 1% 가능성만 있어도 뛰어 들고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라며 "아직 경제성이나 실제 매장량 등 구체적으로 확인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 공식 발표까지 한 것은 앞으로 작업을 진행할 관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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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자원량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된 유망구조의 추정 매장량으로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것.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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