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취한 증세로 응급실 7번 찾은 50세 여성, 장내 알코올 발효 진단"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술을 마시지 않아도 알코올 중독에 걸릴까? 캐나다에서 장내 미생물에 의한 탄수화물 발효로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자동양조 증후군'(Auto-brewery syndrome)을 앓는 50세 여성 사례가 보고됐다.

자동양조증후군 진단 과정
자동양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은 표준 진단법이 없어 증상이 나타나면 가족력, 혈중 에탄올·간 효소 검사, 포도당 섭취 후 에탄올 검사, 위장 세균·곰팡이 배양 등을 거쳐 진단한다. [CMAJ/Rahel Zewude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캐나다 토론토대 라헬 제우드 박사팀은 4일 캐나다 의학협회 저널(CMAJ)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데 알코올 중독 증세로 2년간 7번이나 응급실을 찾은 50세 여성이 자동양조 증후군으로 진단돼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과거 명절 때 와인을 한 잔 정도 마셨고 근래에는 종교적 신념으로 술을 전혀 마시지 않지만,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말이 어눌하고 알코올 냄새가 나며 혈중 에탄올 농도가 높아지는 증상을 보였다.

그는 응급실 방문 때마다 지속적인 무기력증과 졸음으로 1~2주간 휴가를 내야 했고 식욕이 억제돼 거의 먹지 못했으며 무기력증과 졸음이 1~2개월마다 재발했다.

연구팀은 이 여성이 7번째 응급실을 찾았을 때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정신과 의료진의 진단을 통해 자동양조 증후군 진단을 내렸다.

자동양조 증후군은 탄수화물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알코올로 발효되는 희귀질환이다. 1948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장 파열 소년의 장 내용물에서 알코올 냄새가 났다는 보고로 처음 알려졌으나 병의 실체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으로는 1952년 일본에서 처음 진단됐고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첫 사례가 확인됐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례로 드물게 발견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는 100건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양조 증후군의 원인은 장내 미생물 군집에서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것이다. 맥주 발효에 쓰이는 출아형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칸디다균(C.albicans, C.tropicalis, C.glabrata),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 등이 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원인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고 표준 진단법도 없다. 치료법도 항진균제 처방과 저탄수화물 식단 등으로 제한적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장내 미생물 보충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고, 장내 미생물 이상 증식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며 경과를 관찰 중이다.

환자는 6개월 동안 증상이 없었고 포도당 경구 섭취 후 30분~48시간 사이에 실시되는 검사에서도 에탄올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현재 탄수화물 섭취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제우드 박사는 "자동양조 증후군은 환자와 그 가족에게 상당한 사회적, 법적, 의학적 문제들을 초래한다"며 "이 환자 사례는 이 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임상 진단과 관리에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Rahel Zewude et al., 'Auto-brewery syndrome in a 50-year-old woman', http://dx.doi.org/10.1503/cmaj.231319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887 '우크라 참전' 이근 2심도 집행유예... 법원 "정의감도 있었다" 랭크뉴스 2024.06.18
26886 "새벽 4시 오픈런" 집단휴진·진료축소 애타는 시민들 랭크뉴스 2024.06.18
26885 합참 “북한군, DMZ 작업 중 지뢰폭발로 사상자 다수 발생” 랭크뉴스 2024.06.18
26884 "850만 원 피해" 신고하자 은행이 128만 원 돌려줬다 랭크뉴스 2024.06.18
26883 '정치 13년, 최악의 순간은?' 묻자‥이준석 즉각 "尹 입당" 랭크뉴스 2024.06.18
26882 “발로 밟고 소변 본 하수구서 건져올리고…” 中훠궈 식재료 공장 고발 랭크뉴스 2024.06.18
26881 [영상]"휴대용 선풍기가 폭발한다고?"…잘못 사용했다간 결국? 랭크뉴스 2024.06.18
26880 판다 보내고 일방적 비자 면제까지…중국, 호주에 적극 구애 랭크뉴스 2024.06.18
26879 북한군 20~30명 또 휴전선 넘어와…경고사격에 북상 랭크뉴스 2024.06.18
26878 북한군 또 군사분계선 넘었다…합참 "지뢰매설 작업 가능성" 랭크뉴스 2024.06.18
26877 ‘짧게 일하고 월급은 같게’… 매출 4배 껑충, 워라밸 효과 랭크뉴스 2024.06.18
26876 “원장님 ‘학회 가서’ ‘치과 가서’ 쉽니다”…동네병원 휴진사유 백태 랭크뉴스 2024.06.18
26875 '세기의 이혼' 최태원, 직접 판결 입장 밝히며 잇단 '정면돌파' 랭크뉴스 2024.06.18
26874 검찰, 이화영 전 부지사 추가 기소…“경기지역 업체들로부터 5억원 뇌물 수수” 랭크뉴스 2024.06.18
26873 최태원 이혼 항소심 판결문 경정…고법 “재산분할비율에 영향 없어” 랭크뉴스 2024.06.18
26872 의사협회 “협박하나”…리베이트 의사 1천명 수사 맹비난 랭크뉴스 2024.06.18
26871 [속보] 최태원 이혼 재판부 "중간계산 오류, 재산분할 비율 영향 없어" 랭크뉴스 2024.06.18
26870 서울고법 "최태원 판결문 오류, 재산 분할 비율 영향 없어" 랭크뉴스 2024.06.18
26869 푸틴, 김정은과 단둘이 산책하고 차 마시며 대화할 듯 랭크뉴스 2024.06.18
26868 ‘다 튀겨버리겠다’···치맥의 성지 대구, 100만 축제 돌아온다 랭크뉴스 202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