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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대표 출신 초선의원 이준석의 100분 인터뷰
김현기 논설위원
정치 입문 13년 만에 극적인 역전승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준석 의원(39). 여전히 백팩 차림에 금배지도 “분실할 것 같아서” 착용하지 않는다. 의원이 됐지만, 승용차를 마다하고 경기도 동탄 자택에서 KTX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려 공유 자전거 ‘따릉이’로 출근할 것이라 한다. 어찌 보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고, 어찌 보면 참으로 철두철미한 정치인이다. 이 의원을 만나 가장 묻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엄석대’였다. 그는 21대 국회 마지막에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페이스북에 “그렇게 갈취당하고, 얻어맞으면서도 엄석대의 질서 속에서 살겠다고 선언한 학생들”이란 짤막한 글을 남겼다. 엄석대는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등장인물이다. 무기력한 담임교사의 묵인하에 급우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군림하는 반장이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엄석대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엄석대에게 꼼짝 못 하는 학생들에 비유했다. 하지만 사실 궁금했던 건 소설의 뒷부분이었다. 엄석대는 담임 교사가 바뀌면서 권력을 잃고 몰락의 길로 간다. 굴종하던 급우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엄석대의 악행을 폭로한다.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인 전학생 한병태는 달랐다. 다른 급우들과 달리 처음에 꽤 엄석대에 저항했던 한병태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석대가 쓰러진 다음에야 등을 밟는 건 비열한 변절자”라며 엄석대를 챙긴다. 그렇다면 과연 현 정국에서 끝까지 엄석대를 지킬 한병태는 누구일까.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일까. 이 의원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이 의원은 자신을 한병태에 대입해 생각하는 듯했다. “내가 윤 대통령 탄핵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한병태와 같은 심리적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까지 했다. 의외였다. 자신은 저항을 해봤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 대통령을 배신할 윤핵관들의 비겁함을 질타할 것이라는 대목은 의미심장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의원은 ‘열린 결말’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일까. 이사로 분주한 여의도 의원회관 530호에서 100분 동안 이야기를 들었다.

“임기단축 개헌안에 가장 당황할 이는 대통령 아닌 이재명 대표
나보고 싸가지 없다 하지만 명패 집어던진 사람도 대통령 됐다
이재명 중도·협치 이미지 구축 인상적…대선 승자에 가장 근접”

윤 대통령 주변, 탄핵에 대한 ‘근자감’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난 달 30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정현 기자

Q : 채 상병 특검 재의결에서 이탈표가 예상보다 적었는데.

A :
“첫째, 실제 국힘 이탈표가 적었을 수 있다. 둘째, 민주당 내에서 전략적 투표를 했을 수 있다. 역으로 향후 협상에서 다른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겠구나 싶었다.”

Q : 민주당이 그런 고도의 전략적 생각까지 한다는 것인가.

A :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수 싸움을 그렇게 높게 평가한 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모습들, 즉 국민연금 개혁안 절충, 25만원 차등 지급 수용 등 모습을 보면 본질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의 주장에서 크게 후퇴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에겐 ‘이재명이 오히려 가운데(중도)로 오려고 한다’ ‘타협을 하려고 한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효율적인 협치 이미지 구축을 하고 있다. 좋은 참모와 소통을 하고 있거나, 심적 여유가 생겼거나 둘 중의 하나라 본다. 이런 태세 전환은 인상적이다.”

Q :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윤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세 차례 전화통화가 앞으로 스모킹건이 될 것으로 보나.

A :
“윤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는 주역이었음에도 탄핵에 대해 연구를 잘 안 한 것 같다. 당시 국민들은 (논점이 맞지 않는 보도도) 기대감을 갖고 호응하며 받아줬다. 채 상병 관련도 마찬가지다. 여론은 이미 윤 대통령에게 심리적 탄핵을 진행하고 있다.”

Q :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폰으로 통화했다는 것도 이례적인데.

A :
“실은 대통령이 내가 국민의힘 대표일 때 그 번호로 전화했다. 하지만 당시는 취임 직후이고 익숙한 사람들과의 통화를 위해 그러나보다 했지만, 아직도 그걸 직접 쓰고 있을 줄은 몰랐다. 밖에 알려지면 안 될 일을 장관과 직접 소통하려 한 건지 모르겠다.”

Q : 이른바 탄핵열차가 가속화됐다고 보나.

A :
“탄핵은 어떤 경우에도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례를 보고 ‘설마 형사적 판단이 안 끝난 사안에 탄핵이란 정치적 판단을 내리겠는가’라며 탄핵이란 엄청난 국가적 리스크를 정치적 반등의 기회로 쓰려 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주변 인사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Q :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는 말인가.

A :
“유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것(탄핵)에 대한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있다. 윤 대통령은 (탄핵을 피하려면)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부터 복원해야 한다. 나한테는 안 그래도 된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김기현 전 대표 등에게 ‘그때는 오해가 좀 있어 미안하다. 한 번 더 같이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해보자’고 해야 한다. 그게 대통령의 정무적 역량이다.”

Q : 여전히 국힘 의원들은 “무조건 충성”을 외치고, 대통령실도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데.

A :
“박근혜 정부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인화성 물질(국정교과서 문제, 세월호 참사 대응 미흡 등) 옆에서 담배를 피웠다면 지금 윤 정부는 아예 유조선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대통령제 보완할 그림자 내각을


Q :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보나.

A :
“나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전해 듣기로는 달리 할 게 없어서라고 하는데, 내가 그 위치에 있었다면 중소 지방 거주 체험 등 할 게 너무 많을 것 같다. 정치인은 부족한 걸 채워나가야 한다. 당장 선거도 없어 어디 가서 축사나 하는 당 대표가 왜 되려 하는지 모르겠다. 채 상병 특검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는 걸 보면 앞으로도 윤 대통령에 맞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 같다.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은 높긴 하겠지만 (다른 후보가) 치고 나올 공간이 충분하다. 한동훈은 사실 대안부재란 말 속에 올라오는 인물 아니냐. 솔직히 석 달 전 자기들을 몰살시킨 장수를 다시 뽑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 아니냐.”

Q : 보수층에선 이 의원을 향해 ‘싸가지가 없다’ ‘대통령 욕이나 한다’고 지적하는데.

A :
“얼마 전 서울대 강연에서 대통령을 멍청한 사람(stupid person)이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싸가지 없다고 평가하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이다. 누군가를 싸가지 없다고 말할 자유가 있으려면 누군가를 멍청하다고 말할 자유도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하늘 같은 사람이니까 그런 용어 쓰면 안 된다는 것 아니냐.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명패 집어던지는 사람(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또 아무리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듣지만 동탄에선 흠이 안 돼 선택을 받은 것 아닌가.”

Q : 대통령제를 어떻게 바꾸는 게 좋나.

A :
“으뜸 권력이 대통령이든 총리든, 아니면 그걸 둘로 나누든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수퍼맨은 없다고 본다. 난 오히려 대통령제를 보완할 방법으로 선거 과정에서 그림자 내각(섀도 캐비닛)을 도입하면 좋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어떤 공직을 약속하면 선거법 위반이 돼 버린다. 바꿔야 한다. 같이 일할 사람을 미리 선명하게 보여주면 정책적, 도덕적 검증이 자연스레 이뤄져 청문회 부담도 많이 줄어든다.”

Q : 윤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은 가능하다고 보나.

A :
“임기 단축안을 던지면 가장 당황할 사람이 이재명 대표라고 본다. 개헌 이니셔티브를 대통령이 가져가게 돼 (야당이) 못 받을 것으로 본다.”

Q : 여의도 권력은 이미 이재명 대표에게 넘어갔다는데.

A :
“동의하지 않는다. 보이는 의석수 때문에 그런데, 여당이 한심해서 그런 거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Q : 다음 대선 승자에 가장 근접해 있는 건 이재명인가.

A :
“지금으로선 그렇다.”
통 큰 군축, 핵 재처리 능력 필요


Q : 여성징병제는 필요한가.

A :
“통 큰 군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걸어만 다니면 95%가량 다 징병한다. 하지만 여성(전원) 징병제는 오히려 현 상황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점진적으로 소방·경찰 등 현장직 공무원에 임용되고 싶은 여성에게 의무 복무를 시켜보는 건 어떨까 싶다. 아마 1년에 수요가 1만 명 정도 생길 것이다.”

Q : 미국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우리가 전액 부담하더라도 잠재적 핵 능력을 확보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A :
“윤 대통령이 나와 대화할 때 그에 대한 관심이 좀 있었다. 잠재적 핵 능력뿐 아니라 핵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핵 재처리 문제는 절실하다. 일본도 확보하고 있는 능력 아닌가. 우리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과 결부해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 물밑에서 몰래 하고 있어 성과가 안 보일 뿐이라 믿는다. ‘대통령이 설마 그것도 안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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