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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지도, 낮지도 않은 음을 내는 비올라는 타 악기와의 아름다운 협주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정작 비올라만의 음색으로 주목받는 음악가는 드물다. 5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비올라를 최근 ‘독주’의 무대로 끌어올리며 주목받고 있는 비올리스트 박하양(25)을 지난 2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 열린 비올라 스페이스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2주간의 대장정, 지쳤을 법했지만 얼굴에선 생기가 넘쳤다.

비올리스트 박하양이 지난달 31일 오사카에서 열린 비올라 스페이스 연주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박하양 제공
그는 한국인으로 처음 지난 2022년 도쿄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분야지만, 세계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은 드물었다. 도쿄 콩쿠르 1위를 계기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무대에 섰다. 특히 지난달 29일 도쿄 공연엔 나루히토(徳仁) 일왕 부부와 딸 아이코(愛子) 공주까지 동석하며 일본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나루히토 일왕이 학창 시절 비올라 연주를 해 애정이 깊은 건 널리 알려졌지만 온 가족이 연주회에 참석한 건 26년만의 일이었다.

연주회 피날레는 버르토크 콘체르토. “버르토크 벨러가 이 곡을 썼을 때 혈액암이었어요, 2악장에서 오케스트라는 화음만을 내고 비올라가 기도하는 듯, 신에게 저를 받아달라고 말하는 듯 연주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 연주에선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마음이 전해졌던 것일까. 연주를 마치고 일왕 부부를 만났다. 만남은 지난해 공연에 이어 두 번째. 피날레 곡에 큰 박수를 보냈던 일왕 부부는 박하양에게 “대단한 연주였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지난 2022년 도쿄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한 박하양 씨를 지난 2일 도쿄 긴자에서 만났다. 김현예 특파원
일본인조차도 평생 한 번 만나기 어려운 일왕 부부를 만난 것보다 그의 마음을 울린 이는 따로 있다. 스승인 이마이 노부코(81)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오사카 공연을 앞둔 아침, 호텔 옆방에서 비올라 소리가 났다. 이마이였다. 60대 나이에 활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알려졌지만, 80대 스승은 무대를 앞두고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연습을 하고 있었다. 비올리스트가 설 수 있는 ‘비올라 스페이스 페스티벌’을 일본에서 지난 92년에 만든 것도 그였지만 스승은 치열함을 잃지 않았다.

비올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많은 비올리스트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뒤 비올라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그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비올라를 배웠다. 합창 시간, 친구들은 눈에 띄는 소프라노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만은 달랐다. 화음을 만들어 내주는 알토가 좋았다. “화음을 쌓고, 중저음을 내는 비올라와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며 웃었다. 영재 비올리스트로 유명세를 타면서 고등학교 2학년 나이에 대학을 진학했다. 대학 진학 후엔, 더 넓은 세상이 궁금했다. 구글 검색에 '국제 비올리스트'를 검색했다. 그렇게 만난 이름이 바로 이마이. 무작정 배우고 싶다며 연주 영상과 이력서를 보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전설’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왕립음악원을 거쳐 독일 크론베크르 아카데미에서 이마이 교수에게 사사했다. 처음 만났을 당시 이마이 교수가 한 말은 지금껏 가슴에 남아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라’ “선생님께서 나도 처음엔 혼자였다. 비올라 독주회를 하다 보니 무대가 커지고 콩쿠르가 생겨났다. 하양 씨도 한국서 이런 비올라 무대를 만들라”며 용기를 줬다고 했다.
비올리스트 박하양이 지난달 31일 오사카에서 열린 비올라 스페이스 연주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박하양 제공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한참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일본에서 비올라에 대한 관심을 높인 ‘스승처럼’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섣불리 입 밖에 내기 어려워했다. 그러면서도“비올라를 한 번도 숙명처럼 느껴진 적은 없지만 매년 연주를 하면 할수록 천천히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주는 멈추면 거기에서 끝이 나잖아요. 연주만 많이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음악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비올라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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