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확성기 방송을 통해 접경지역 군인의 마음을 빼앗으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도록 정신전력을 와해할 수 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3일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확성기로 전파된 정보로 인해 최근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김정은의 권위도 무너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접경지역 군부대를 주기적으로 ‘교방(주둔지 교체)’할 정도로 남측과 맞닿은 군인들의 사상 이완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실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접경지를 통한 북한 군인의 귀순만 14번에 이른다. 류 전 대리는 “북한은 대남 확성기가 있다고 해도 성능이나 전력 수급 현실로 볼 때 사실상 맞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북 전단은 오물풍선으로 맞섰지만, 확성기까지 켜지면 손쓸 방도가 없기 때문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인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도 “북한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이등병의 편지’를 흥얼거릴 정도로 확성기로 흘러나오는 한국 노래와 뉴스의 영향은 대단하다”고 전했다. 태 전 의원은 “접경지역 군인들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새카만 밤에 굶주린 배를 붙잡고 근무를 서던 중 트로트 등 한국 노래가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면 그렇게 귀에 잘 박힌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오물풍선 도발 등을 다시 감행하면 반드시 확성기를 다시 켜겠다고 예측 가능한 경고를 해둬야 한다”며 “확성기가 남북 대결을 격화하는 장치가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자제하도록 해 충돌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1970년대 북한 측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전방지역 군인들은 확성기 방송을 듣는 게 군 복무의 낙”이라며 “본인만 듣는 게 아니라 후방에 이를 전달해 이들이 일종의 ‘안테나’ ‘중계탑’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사상교육이 투철할 때도 확성기 방송은 잘 먹혔는데, 최근 문화적으로 남측에 훨씬 경도된 ‘장마당 세대’에 대한 체제 이완 효과는 강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북한이 얼마나 아파하는지는 앞선 남북 간 고위급 회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15년 8월 북한이 남측 확성기에 포탄까지 쏜 뒤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여했던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관심사는 오로지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다른 문제는 거의 꺼내지도 않은 채 확성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한국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대가로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725 [재테크 레시피] 살인적 폭염에 탄소배출 주목… ‘이곳’ 투자하면 수익률 10% 랭크뉴스 2024.06.25
29724 기업형 임대주택은 ‘전세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올앳부동산] 랭크뉴스 2024.06.25
29723 "美 부자들이 바이든의 '부자증세' 지지한다"…왜? 랭크뉴스 2024.06.25
29722 여당의 금기 깼다…'채상병 특검법' 꺼낸 한동훈의 노림수 랭크뉴스 2024.06.25
29721 전국 대체로 맑음…'더위 주춤' 낮 25∼29도 랭크뉴스 2024.06.25
29720 "15초 만에 삼켰다"…1000도 치솟는 리튬 열폭주, 피해 키웠다 [화성 리튬공장 참사] 랭크뉴스 2024.06.25
29719 '클릭' 실수 한 번에…벌금 1282억 날벼락 맞은 '이 회사'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6.25
29718 완충상태인 1차 리튬전지…꺼질 때까지 폭발·유독가스 위험 랭크뉴스 2024.06.25
29717 '방송3법' 법사위 상정, 과방·국토위 전체회의…여야 격돌 예고 랭크뉴스 2024.06.25
29716 리튬 전지 분리막 손상되면 화재 위험... 일차전지 뭐길래 랭크뉴스 2024.06.25
29715 가톨릭·성균관의대 오늘 휴진 논의…정상 진료 기대감 커져 랭크뉴스 2024.06.25
29714 83년 만에…105세 할머니 美 명문대 졸업장 받은 사연 '폭풍 감동' 랭크뉴스 2024.06.25
29713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에 다시 커지는 '공급망 교란 공포' 랭크뉴스 2024.06.25
29712 “갖가지 혐오 발언 견디며 긴 시간 돌아왔다”…고 변희수 하사 안장식 랭크뉴스 2024.06.25
29711 "고생대 때 모습과 똑같네"…살아있는 화석이라는 '이것' 또 발견 랭크뉴스 2024.06.25
29710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6%대 급락…한때 6만 달러선 무너져 랭크뉴스 2024.06.25
29709 크기가 무려 2.2m…해변서 거대하고 기이한 물고기 발견, 정체는? 랭크뉴스 2024.06.25
29708 EU, 내달 러 동결자산 수익으로 우크라 군사지원 개시 랭크뉴스 2024.06.25
29707 제지공장서 숨진 19세 수첩엔 “파트 에이스 되기” 랭크뉴스 2024.06.25
29706 '너무 올랐나' 美 엔비디아 주가 5%↓…시총 3조달러 아래로 랭크뉴스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