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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은 서울 관악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2022년 8월 관악구 상습 침수 지역에선 일가족 3명이 반지하 방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다.

올여름 평년보다 더 큰 폭우가 예상되지만 침수 취약 지역 반지하 거주민의 안전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막이판 설치 등의 치수 대책 보완과 취약계층 거주 환경 개선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8월 유례없는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주택가에서 물막이판 없는 반지하 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사고 지역에서 불과 90m 떨어진 곳이다. 반지하방 거주자 이모(80)씨는 “재작년에도 수해를 겪었지만 집주인이 비용 문제로 물막이판을 설치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맞은편 반지하 주택에 사는 30대 남성 강모씨도 사정이 비슷했다. 그는 입주 당시 물막이판 얘기를 먼저 꺼냈지만 집주인이 거절했다고 했다.

돈 없는 사람들은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에 계속 들어오고 있다. 2년 전 침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한 반지하 주택에 사는 장모(69·여)씨는 “월세 40만원으로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어떻게 방을 구하느냐”며 “그나마 집주인이 아는 친구라 겨우 싼 값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에 입주한 장씨는 방이 침수됐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 입주를 결심했다. 장씨는 기초연금 50만원과 노령연금 38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빠듯한 살림에 비싼 지상층 입주가 어려웠다고 했다. 1984년 폭우로 집이 잠긴 경험이 있는 장씨는 그날의 공포가 되풀이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사는 캄보디아 출신의 마이펜(29)씨도 2022년 관악구 서원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물난리를 겪었다. 당시 그는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집에서 여권과 가방만 챙겨 겨우 대피했다. 집주인이나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그에겐 이사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새로 이사한 집도 홍수위험지도상 침수심 5m 이상의 침수 위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동네에 있다. 3평 남짓한 반지하 방엔 당장 지난주에도 빗물이 들어왔지만 그는 월세 36만원에 보증금 500만원인 이 방을 떠나기 어렵다.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들 생활비를 보내려면 더 비싼 방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민의 지상층 이주를 지원하는 ‘반지하 특정 서울형 주택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와 강씨, 장씨 모두 해당 제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바우처는 2022년 8월 10일 이후의 신규 반지하 입주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수 대책뿐 아니라 근본적 거주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수해 재난은 물막이판 등의 물리적 대책뿐 아니라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재난행정적 차원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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