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NYT, 헤르손 보호시설 아동 46명 행방 추적
러시아 당국 “아이들 이동은 인도적 개입”
헤르손 어린이집에서 지내던 아이들.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데려가 강제로 입양시킨 과정이 공개됐다.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인의 정체성을 박탈하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이 우르카리아 헤르손에서 아이들을 영구적으로 이송한 과정을 추적해 보도했다.

NYT는 1년에 걸쳐 헤르손 어린이집(Kherson Children’s Home) 아이들의 친척과 보호자, 크림 반도 두 어린이 시설의 보호자, 러시아 변호사, 국제 전쟁 범죄 변호사 및 전문가, 역사학자, 군사 전문가 등과 110차례 이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경찰 및 정부의 실종자 명부를 종합해 헤르손 어린이집 아이들 46명의 이름과 사진을 찾았다. 아이들의 보호자가 제공한 사진을 참고해 2022년과 2023년 사이 최소 13차례에 걸쳐 아이들의 소재를 확인했다. 또 러시아 관리가 텔레그램에 게시한 비디오와 사진, 러시아 선전 매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등에서 아이들을 발견했다.

해당 데이터를 이용해 러시아 연방 입양 웹사이트에서 수천 개 프로필을 조사한 결과 헤르손 어린이집 출신 어린이 22명이 러시아에서 입양 및 위탁 보호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Vkontakte에 공개된 러시아 관리와 아이들의 모습.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 캡처

헤르손 어린이집은 아동 46명을 보호하고 있었다. 모두 영유아였으며 일부는 뇌성마비 같은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 몇몇 아이만이 양육권을 가진 부모가 있었다. 나머지는 문제 있는 가정에서 구출되거나 버려진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직원들은 아이들을 인근 방공호로 대피시켰다. 헤르손 어린이집은 총격이나 포격을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사정을 알게된 헤르손 지역 목사는 아이들을 자신의 교회로 데려오라고 권했다. 직원들은 난방, 전기, 음식이 있는 홀호파 교회의 지하실에 아이들을 숨기고 창문에 기저귀 상자를 쌓아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헤르손이 러시아 지배 아래 놓인 2022년 4월 25일, 러시아 관리들은 교회로 찾아와 아이들을 원래 시설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아이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선전용 영상을 촬영했다.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빼앗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측근들이 주도했다.

침공 2주 후 러시아 아동 권리 담당 마리아 르보바벨로바는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러시아의 아동 보호 시설에 이주시키고 싶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이들이 영구적으로 러시아 가정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푸틴 대통령은 ‘완전한 문화적 동화’를 추구했다. 이를 위해 가장 어린 우크라이나 주민부터 영구적으로 이주시키고 우크라이나에서 추방하고자 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행동이 크렘린의 침공을 정당화하고 푸틴을 구원자로 만들기 위해 계획된 캠페인이라고 본다고 NYT는 전했다. 하버드대학교의 우크라이나 역사가 세르히 플로히는 “그들은 아이들이 러시아인이라고 깊게 믿었다. 아이들을 납치해 러시아화를 가속화하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시민권 요건을 완화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최대 5년이 아니라 90일 안에 아이들이 러시아 시민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헤르손과 다른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보호자가 위탁 아동과 고아를 대신해 러시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헤르손 어린이집의 새로운 원장이 된 친러시아 인사 자발스카 박사는 어린이집을 새로운 러시아 지원 행정부의 사업으로 공식 등록했다. 이를 통해 시설과 아이들에 대한 통제를 합법적으로 인정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헤르손과 다른 세 개 지역을 불법으로 편입하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을 되찾기 위한 저항을 시작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지배력을 잃기 전 아이들을 러시아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2022년 10월 21일, 러시아 당국은 버스와 앰뷸런스를 동원해 아이들을 크림 반도로 옮긴 뒤 아동 시설 2곳에 나눠서 보냈다.

러시아 당국은 아이들을 이주시킨 행위가 인도적 개입이며 현재 러시아가 헤르손을 통제하고 있기에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러시아 국내법이 국제적 의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스티븐 랩 전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는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임무라고 간주하는 것은 실은 노골적인 ‘전쟁 범죄’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어로 작성된 출생증명서.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 캡처

2022년 겨울,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입양보내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러시아어 이름을 만들어주고 러시아 출생증을 신청했다. 의료 지원을 받게 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 사회보장번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아이들은 러시아 시민권을 받고 러시아 가정으로 입양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러시아 당국이 아동들의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박탈하기 위한 의도를 드러냈다”며 “이는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적과 이름 세탁이 마무리된 아동 22명의 사진은 러시아 연방 입양 사이트에 올라왔다. 그들은 크림 반도 출신 아이로 소개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적어도 두 명의 아이는 러시아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어린이 7명은 우크라이나 당국과 제3자인 카타르 중개인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여전히 러시아의 보호 아래 있다.

NYT는 전쟁 중 러시아로 강제로 끌려간 아동 수를 1만9500명으로 추산하지만 정확한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헤르손 어린이집 사례는 거대한 현실의 축소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465 정부, 사직 전공의 '1년 내 재수련 불가' 완화 검토 랭크뉴스 2024.06.13
29464 3호선 女승객 돈 뜯는 '여장 남자'…"나도 봤다" 목격담 속출 랭크뉴스 2024.06.13
29463 “한국 완전 망했네” 그 교수 “돈 준다고 아이 낳지 않는다” 랭크뉴스 2024.06.13
29462 5개월 만에 100만봉 팔고 美수출까지…'서울라면' 열풍 왜 랭크뉴스 2024.06.13
29461 권익위 ‘명품백 종결’…야 ‘공직자 배우자도 처벌’ 청탁금지법 개정 추진 랭크뉴스 2024.06.13
29460 주민 30%가 고령자인데... 15층 아파트 엘리베이터 24대 다 멈췄다 랭크뉴스 2024.06.13
29459 "회사 다니기 너무 좋다" MZ들 환호하는 '이 회사' 복지 봤더니… 랭크뉴스 2024.06.13
29458 [속보] "불법 공매도로 부당이득 50억 넘으면 최대 무기징역" 랭크뉴스 2024.06.13
29457 공정위 “쿠팡, 검색순위 조작”…과징금 1400억 부과·檢 고발 랭크뉴스 2024.06.13
29456 정부 "'집단 휴진'은 의료법 위반하는 '진료 거부'‥엄정 대응" 랭크뉴스 2024.06.13
29455 [단독] 민주당, 새로운 ‘대북전단금지법’ 당론 추진 유력 검토 랭크뉴스 2024.06.13
29454 당정 “내년 3월 말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랭크뉴스 2024.06.13
29453 엽기적 수법 '또래 살인' 정유정, 무기징역 확정 랭크뉴스 2024.06.13
29452 “임성근 구하려 나를 고립”…채상병 전 대대장 ‘긴급구제’ 신청 랭크뉴스 2024.06.13
29451 ‘리니지 왕국의 몰락’...M&A로 위기 극복 선언한 엔씨소프트 랭크뉴스 2024.06.13
29450 [단독] 이재명, 野 간사단 불러 “상임위 유튜브 생중계 방안 찾자” 랭크뉴스 2024.06.13
29449 “의료계 집단 휴진 철회하라”… 뿔난 환자단체, 첫 대규모 집단행동 랭크뉴스 2024.06.13
29448 흉기 휘두른 ‘묻지마 범죄’ 형량은… 국민참여재판 직접 보니 랭크뉴스 2024.06.13
29447 결별 통보에 죽이려…‘교제폭력’ 20대 살인미수 혐의 기소 랭크뉴스 2024.06.13
29446 "입·눈 다 삐뚤어졌다"…구독 220만 中인플루언서 '충격 성형' 랭크뉴스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