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에스케이(SK) 그룹 쪽에 유입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시민사회에서 이들 부부에게 재산 환원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사람의 천문학적 재산은 정경유착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성공적으로 불린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법률로는 책임을 묻기 어려워 ‘합법적 돈세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번 소송에서 지금까지 에스케이가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자산인 것처럼 속이고 세탁해 불려왔다는 사실이 발각됐다. 설령 범죄수익을 법적으로 환수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가지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서로 먹겠다고 다투는 것은 법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불법자금의 세탁을 막고 있는 현행법 취지에 맞게 사회에 환원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및 위자료·재산분할 항소심 소송에서, 두 사람의 순재산 4조115억여원을 원고 65%, 피고 35%의 비율로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전 선경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줬고 그 돈이 에스케이 그룹 성장과 최 회장 재산형성에 기여했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인정한 결과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수백억원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최 전 회장이 이동통신사업을 인수하려 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당시 4대그룹(삼성·현대·대우·엘지)이 통신사업에 뛰어들 수 없게 ‘장벽’ 등을 만들어줬다며, 이런 여건들 속에서 에스케이 그룹이 크게 성장한 만큼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를 높게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사실상 에스케이 그룹이 정경유착의 혜택을 받아 성장했다고 본 셈이다.

하지만 300억의 비자금이 전달된 시기는 1991년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정 전의 일이고, 노 전 대통령과 최 전 회장이 사망해 수사도 어려워 법적 처벌이나 환수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선 부부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조 단위의 재산을 만든 핵심적인 종잣돈이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노태우 정부의 불법적인 정치자금이었다면 그들도 일정 부분은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적으로 환수가 어렵다면 전 국민적인 문제 인식 공유를 통해서 최 회장과 노 관장 쪽에 책임감 있는 대응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역시 “법적으로 몰수하기에는 시효 문제가 있을텐데, 그것을 떠나서 도의적으로 사과하고, 기업인으로 받는 재산 분할은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615 “우주 탐사도 돈이 된다”…태양 관측선 공개한 KAI, 우주정거장 제시한 보령 랭크뉴스 2024.07.16
25614 "여기로 놀러 가면 기차표 반값"…정부 '지역 소멸' 대책 보니 랭크뉴스 2024.07.16
25613 2030세대 젊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온다 “4시간 월 119만원” 랭크뉴스 2024.07.16
25612 ‘수출 훨훨’인데 한은은 ‘수입 부진’ 우려, 왜?… “日 ‘제조업 공동화’ 전철 밟을라” 랭크뉴스 2024.07.16
25611 출근 전공의 고작 44명 늘었다…수련병원 내일까지 결원 확정 랭크뉴스 2024.07.16
25610 진짜 하루가 길어졌다… 온난화에 지구 자전 느려져 랭크뉴스 2024.07.16
25609 자영업자 은행 연체율 9년6개월 만에 최고치 랭크뉴스 2024.07.16
25608 박지원 “이재명, 대통령 되려면 ‘친명 파벌’ 해체해야” 랭크뉴스 2024.07.16
25607 “임성근과 통화 없었다”는 전직 경호처 인사, 딴 사람과 통화에선 “통화했다” 랭크뉴스 2024.07.16
25606 외국인 전문인력도 11%가 불법 체류…“관리 사각지대” 랭크뉴스 2024.07.16
25605 “임성근과 통화 없었다” 전직 경호처 인사, 당시 녹취록엔 “통화했다” 랭크뉴스 2024.07.16
25604 방산·암호화폐 트럼프 수혜주 강세…코스닥 2차전지는 내려 [오후 시황] 랭크뉴스 2024.07.16
25603 수도권에 수요일 새벽·밤, 걷기 힘들 정도 ‘폭우’···18일까지 중부에 쏟아진다 랭크뉴스 2024.07.16
25602 "홍명보가 그냥 싫은 거잖아"... 침착맨, 뿔난 축구 팬에 사과 랭크뉴스 2024.07.16
25601 곽상도 측 "남욱에 받은 돈은 변호사비"…2심서도 무죄 주장 랭크뉴스 2024.07.16
25600 인천공항에 오물풍선 띄우나…김여정, 대북전단 대응 변화 예고 랭크뉴스 2024.07.16
25599 '쯔양 협박' '난교 파티'…날뛰는 '사이버레커' 규제 법안 나올까 랭크뉴스 2024.07.16
25598 [Why] 美 JP모건이 전과자를 고용하는 이유 랭크뉴스 2024.07.16
25597 “무서워서 잠 못 잤다”…전남 진도 천둥번개 제주에서도 찍혔다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4.07.16
25596 황희찬도 인종차별 당했다…상대팀 선수 도발에 동료가 주먹 날려 랭크뉴스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