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문가들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난 2월 23일 접속 차단을 심의의결한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 대통령의 양심고백’ 영상. SNS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연설 짜깁기 풍자 영상’을 수사하는 경찰이 영상 제작자로 지목된 A씨를 소환해 조사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사 방향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0일 ‘윤 대통령 연설 짜깁기 풍자 영상’ 제작자로 지목된 A씨를 불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3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사항 등을 물었다.

경찰은 먼저 A씨에게 대통령 명예훼손 의도가 있었는지를 추궁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문에서 “윤 대통령이 하지 않은 발언을 마치 윤 대통령이 발언한 것처럼 짜깁기해 영상 내용 자체가 허위 사실로 보인다”라거나 “해당 영상이 교묘하게 편집돼 실제로 윤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을 거라고 오인할 정도라서 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인은 진술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누군가 A씨에 대해 사실도 아닌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렸다면 A씨는 어떻게 느꼈겠냐”라고도 질문했다.

A씨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다른 영상물을 제작한 것을 두고도 경찰은 “윤 대통령을 비방하는 다수의 동영상을 제작했는데, 계속 비방하는 동영상을 제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또 경찰은 A씨가 “챗GPT 등 인공지능(AI) 관련 사이트에 가입했는지”, “AI 기술을 이용해 동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하는지”도 물었다. “딥페이크 영상의 정의를 아는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편집한 사실이 있는가” “특정인·특정 단체로부터 지지 여부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적 있는가” 등도 질문했다. 특히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그 밖의 기간이라도 ‘선거운동’을 위해서는 해당 영상이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해 만든 ‘가상의 정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알고 있는지도 물었다. 모두 A씨가 공직선거법을 알고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질문들이었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질의에 대해 “영상 내용이 특정 후보나 정당을 두고 한 발언이 아니고, 비난의 대상인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의 후보자도 아니어서 불법 선거운동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과 배치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지난 3월 기자와 통화하면서 “(A씨의 영상에서) 딥페이크는 사용된 적 없고, 혐의도 명예훼손 혐의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수사가 언론·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언론 관련 법제를 전공한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법원 판례는 ‘의견’이라고 볼 수 있으면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지 않는 판단을 하고 있고, 특히 고위공직자 비판에 대해서는 폭넓게 면책성을 인정한다”며 “대통령의 정책 시행에 대한 풍자 영상은 공공의 이익과 직결돼 ‘비방 목적’이 부인될 수 있는데도 처벌을 시도하는 것은 대통령 비판을 포함해 다른 유사한 표현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에 소속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도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짜깁기해서 현 상황에 대해 제작자가 평가하는 의견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윤 대통령이 발언했으리라고 믿을 가능성이 없는 일에 대해 여당이 형사 고발을 해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일반 시민의 대통령을 비판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태”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찰청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 풍자영상 작성자·유포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풍자 영상 공유자 “처음엔 황당, 수사받고 나니 공포”송모씨(40)는 심심풀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육아·아동, 미술·카페 관련 게시물을 올리곤 했다. 여느 사람들처럼 웃긴 영상도 공유했다.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대...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030600035

“차단하지 말라” 윤 대통령 짜깁기 풍자 영상 직접 올린 시민단체들심의기구가 열람을 차단하고, 경찰이 수사 중인 ‘윤석열 대통령 연설 짜깁기 풍자 영상’을 시민사회단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올렸다. 해당 영상에 대한 차단과 수...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4011527001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5337 “사람 사는 동네 맞냐”…밀양시로 향하는 분노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6.06
35336 이준석 “한동훈 기억나는 건 눈밭 90도 인사···친윤·반윤 답해야” 랭크뉴스 2024.06.06
35335 이기면 좋지만 져도 괜찮아…총수들의 ‘야구 사랑’ 랭크뉴스 2024.06.06
35334 "헬스하다 주저앉고, 소변이 콜라색"…요즘 2030 이 병 주의보 랭크뉴스 2024.06.06
35333 빅5 중 병상 가동률 가장 낮은 서울대…오늘 총파업 가결시 '비상' 랭크뉴스 2024.06.06
35332 탈북민단체 "애드벌룬 10개 이용 대북전단 20만장 살포" 랭크뉴스 2024.06.06
35331 5월 세계 평균기온, 또 ‘역대 최고’… “12개월 연속 ‘가장 더운’ 달” 랭크뉴스 2024.06.06
35330 “텔레그램은 못 잡아” 경찰이 한 말…피해자가 수사 나섰다 랭크뉴스 2024.06.06
35329 교감 뺨 때린 초3 학부모 "아이가 일방적 때렸다? 진위 가려야" 랭크뉴스 2024.06.06
35328 여야 지도부 오늘 현충일 기념식 참석‥원구성 논의 주목 랭크뉴스 2024.06.06
35327 "밀양 가해자, 제 조카 맞다"…무허가 국밥집 결국 철거됐다 랭크뉴스 2024.06.06
35326 “밀양 성폭행 3번째 가해자, 다니던 대기업서 임시발령” 랭크뉴스 2024.06.06
35325 엔비디아 시총 3조달러 돌파… 1조원 담은 서학개미 웃음 랭크뉴스 2024.06.06
35324 영화값 숨은 500원…정부, 부담금 일괄폐지 개정안 입법예고 랭크뉴스 2024.06.06
35323 21층서 1층까지 문 두드리며 “불이야!” 용감한 고교생 랭크뉴스 2024.06.06
35322 ‘미르의 전설 2·3’ 저작권 소송 7년 만에 대법원 “파기 환송” 랭크뉴스 2024.06.06
35321 “용광로인가요?”…하수구 사진 한 장에 ‘부글부글’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6.06
35320 대북 단체 “오늘 새벽 포천서 전단 20만장 북한 쪽으로 날려” 랭크뉴스 2024.06.06
35319 與 "징글징글, 거기 안 간다"…과방·법사위 野싸움닭 누구길래 랭크뉴스 2024.06.06
35318 또 보냈다…탈북민단체 “트롯 USB, 삐라 20만장 살포” 랭크뉴스 20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