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가맹점주·자영업자 “6.8% 수수료만큼 음식값 올려도 본전에 불과”
배민 “4년간 미루다가 올린 것… 포장 할인 프로모션 지원 예정”

“수수료 부담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굳이 누가 포장하러 올까요. 동네 포장 단골들이 떠날 판입니다.”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의 한 죽 전문 식당. 카운터 앞에는 주문 받은 죽이 담긴 쇼핑백이 서너 개 놓여 있었다. 모두 ‘배달의 민족’ 앱(애플리케이션)으로 포장 주문이 들어온 음식들이었다.

15년째 죽집을 운영 중이라는 임태경(58)씨는 “포장 주문 수수료 6.8%에, 결제 수수료 3%까지 생각하면 주문 1건에 거의 10%가 수수료로 나간다”며 “1만3000원짜리 전복죽 하나를 포장 주문하면 390원 수수료만 나가던 게 앞으로 1274원 나가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앱이 아닌 전화로 포장 주문을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래픽=정서희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입점 가맹점주·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배민의 새로운 포장 중개 이용료 부과 정책 탓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달 3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7월 1일부터 포장 주문에 새로 가입하는 점주를 상대로 포장 중개 이용료 6.8%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배민의 배달 주문 수수료와 같은 수치다. 배민 포장 수수료는 오는 30일 이후 신규 가입한 점주부터 적용된다. 기존 가입자들은 내년 3월 31일부터 포장 주문 수수료를 낸다.

서울 마포구에서 피자집을 준비 중인 예비 사장 한 모(44)씨는 “요즘은 다들 앱으로 주문하지 않나”라며 “앱을 통해 가게 홍보도 할 생각이었는데 수수료가 높아져 놀랐다. 임대 계약까지 모두 마쳤는데 다소 막막하다”라고 했다. 배민의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70%대다.

이에 배민 측은 포장 주문도 ‘플랫폼 이용 거래’인 만큼, 사용료와 같은 개념인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경쟁 업체인 요기요나 쿠팡이츠도 포장 주문 수수료를 도입했다. 요기요는 포장 주문에 12.5% 중개 수수료를 부과했고, 쿠팡이츠도 내년 3월부터 포장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공지했다. 배민 관계자는 “202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포장 주문 수수료도 함께 적용하려고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업계 고통을 분담하고자, 4년간 7차례에 걸쳐 무료 정책을 이어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배달 앱 포장 주문 마케팅 지원이나 포장 주문 할인 쿠폰 발급 등으로 포장 서비스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배민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배달 앱 자율규제 이행점검 자료’를 통해 포장 주문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배달의 민족 자회사 '딜리버리N' 앞에 오토바이들이 주차되어 있다. /뉴스1

업계 일각에서는 배민의 포장 수수료 유료화 정책이 경쟁 업체인 쿠팡의 쿠팡이츠(배달 앱)에 맞대응하고자 ‘무료 배달’ 정책을 추진했다가 발생한 출혈을 만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거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만큼 무료 배달 정책이 가능하지만, 배민은 출혈 경쟁에서의 손해를 포장 주문 수수료로 메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배민 측은 “일반 배달 주문도 배달비만 발생하지 않을 뿐, 포장 주문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개발 인력 유지·관리 등 플랫폼 서버 운영 비용은 들어간다”며 “출혈 때문이 아니라 그간 보류했던 포장 주문 수수료를 도입해야 할 때가 온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업계는 시장 점유율 70%대인 배민의 수수료 정책 개편에 따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아무리 반발한다고 해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배민 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만큼 음식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191 육아휴직 장려금 준다더니…“지원 0건” [팩트체크K] 랭크뉴스 2024.06.12
29190 대선 앞 바이든 차남 유죄 평결, 트럼프에 호재 아닌 악재? 랭크뉴스 2024.06.12
29189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 1년 내 재수련 불가 완화” 요청 랭크뉴스 2024.06.12
29188 가스공사 임원들 차익 실현? "이사 임명돼 매각 의무" 랭크뉴스 2024.06.12
29187 휠체어 탄 루게릭 환자 "죽더라도 조폭 같은 의사에 의지 안 해" 랭크뉴스 2024.06.12
29186 홍콩ELS 조정안 수용…배상 속도낸다 랭크뉴스 2024.06.12
29185 18일 전국 병원 ‘셧다운’ 위기…전의교협도 전면휴진 동참 랭크뉴스 2024.06.12
29184 추경호, 채 상병 어머니에 “할 일 못해 죄송···1주기 전 조사 종결 강력 촉구” 랭크뉴스 2024.06.12
29183 EU, 中전기차에 25% 추가 관세… 중국은 강력 반발 랭크뉴스 2024.06.12
29182 ‘중국 귀화’ 린샤오쥔 “中 국가 들을 때마다 자부심” 랭크뉴스 2024.06.12
29181 고민정 “경거망동 말라” 경고에… 배현진 “타지마할 좋았냐” 랭크뉴스 2024.06.12
29180 법원, ‘우크라 전쟁 징집 거부’ 러시아인 난민 지위 첫 인정 랭크뉴스 2024.06.12
29179 “화합의 길로 국제사회 되돌리는 일, 지도자 세대교체 돼야 가능”[2024 경향포럼] 랭크뉴스 2024.06.12
29178 "이제 겨우 초3, 악마화 우려" 제보 교사 "지금 필요한 건‥" 랭크뉴스 2024.06.12
29177 부안 지진 원인은?…‘함열단층’ 영향 줬나 랭크뉴스 2024.06.12
29176 아직 끝나지 않은 남양유업 사태...홍원식 전 회장, 400억원대 퇴직금 청구 소송 랭크뉴스 2024.06.12
29175 ‘등산로 성폭행 살인’ 최윤종, 2심도 무기징역 [플랫] 랭크뉴스 2024.06.12
29174 한·카자흐 정상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북한 핵·미사일 개발 규탄 랭크뉴스 2024.06.12
29173 루게릭 환자 성토 "조폭 같은 의사집단에 의지, 이젠 포기할 것" 랭크뉴스 2024.06.12
29172 '명품백 종결' 권익위 근거는‥최목사가 외국인? 랭크뉴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