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 대통령 발표에 주민들 반응 엇갈려
“경제위기 타개용…탄소중립 역행 ”지적도
1976년 박정희 때 매장 가능성 첫 언급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가 잔잔한 물결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포항/연합뉴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크다는 윤석열 대통령 발표에 포항·경주 시민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공원식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의 영일만 석유·가스 개발 추진에 대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공 회장은 “그동안 포항 앞바다에 가스가 많이 매장돼 있어 대기업이 와서 시추한다는 ‘썰’만 나돌았는데, 대통령이 직접 발표해서 사실로 확인해준 것이다. 석유·가스가 정말 나온다면 국가 전체에도 좋고, 관련 산업이 포항으로 몰리면 ‘제2의 영일만 기적’을 만들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실제로 우리 지역에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면 기쁜 일이다. 산업 지도가 완전히 바뀌고,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다만, 현재까지 어느 정도 규모로 연료가 매장되어 있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일만 앞바다 석유 매장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처음 발표했고, 2016년에는 포항 앞바다에서 천연가스 3600만톤이 묻힌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실제 포항 시내에선 천연가스가 분출됐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1988년에는 흥해읍 성곡리의 단독주택에서 지하수공을 뚫다가 천연가스가 배출되는 것을 확인하고 가스보일러에 연결해 난방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유망구조 도출지역이 표기된 이미지. 연합뉴스

하지만 안전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원식 회장 역시 “포항에서는 지열발전으로 인해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다. 본격적인 시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 문제를 철저히 검증하도록 요구하겠다”고 했다. 해안 마을인 경주 양남면 주민 배아무개(70)씨도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 시추 작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석유를 개발하면 유가 정책에는 좋겠지만, 바닷가에 사는 우리는 지진이나 해일 피해 등 안전성 문제가 제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바다가 주요 생활 터전인 어민들도 걱정이 크다. 김광철 포항시 어민회장은 “당장 시추를 어디에서 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좌표를 알아야 어민들도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해상 풍력발전에 석유 시추까지 요즘 바닷가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말했다. 포항수협 관계자도 “구체적인 시추장 위치나 파이프 방향을 어디로 뻗을지 등을 살펴봐야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한 정부가 기후위기 정책에 역행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전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석유 매장 가능성 유무를 떠나 화석 연료 에너지인 석유를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개발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괜히 민생이 어렵고 경제 성적표가 좋지 않으니 위기 타개용으로 발표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 방식도 아주 구시대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129 권익위, 김건희 명품백에 “처벌할 수 없는데 소환하면 직권남용”…대통령 신고 의무도 ‘자동 소멸’ 주장 랭크뉴스 2024.06.12
29128 덴마크 “너무 매워…버리세요” 핵불닭볶음면 리콜에 “그들은 원래…”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6.12
29127 [정치행간] 박지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여당 내 반란표 8표 이상 가능성 높다" 랭크뉴스 2024.06.12
29126 [단독] 통합 AI 반도체 회사, 리벨리온이 존속법인... 기업가치도 더 커 랭크뉴스 2024.06.12
29125 “굉음 뒤 경사로 무너져”…50년 된 부산 상가 아파트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6.12
29124 꽃 한 송이 꺾었다가 절도범 된 할머니... 피해 아파트 "합의금 35만 원 내라" 랭크뉴스 2024.06.12
29123 윤 대통령,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조금 전 공동언론발표 랭크뉴스 2024.06.12
29122 '동해 가스전 발표' 주가 뛰자‥가스공사 임원들 주식 매도 랭크뉴스 2024.06.12
29121 예측 못한 단층서 발생…"한반도 규모 6 이상 강진 언제든 가능" 랭크뉴스 2024.06.12
29120 [단독] '유류세 감면' 석달 추가 연장…인하율은 20%대 초중반으로 랭크뉴스 2024.06.12
29119 영탁 허락 없이 '영탁 막걸리' 이름 못 쓴다…막걸리업체와 상표권분쟁 소송서 이겼다 랭크뉴스 2024.06.12
29118 서울대 이어 연대 교수도 "무기한 휴진"… 40개 의대는 의협 휴진 동참 논의 랭크뉴스 2024.06.12
29117 죽음의 얼차려 50분, 쓰러지자 가해 중대장 “일어나, 너 때문에…” 랭크뉴스 2024.06.12
29116 "진실 밝히고 박정훈 명예회복"‥아들 순직 1년 만에 '첫 입장' 랭크뉴스 2024.06.12
29115 권익위, 김여사 명품백에 "직무관련성 없어 신고대상 아냐"(종합) 랭크뉴스 2024.06.12
29114 가스公 주가 뛰자…임원들 대거 팔았다 랭크뉴스 2024.06.12
29113 ‘얼차려 사망’ 훈련병 쓰러지자 가해 중대장 “일어나, 너 때문에…” 랭크뉴스 2024.06.12
29112 또 기소된 이재명... 대북송금 의혹에 "검찰 창작 수준 떨어져" 랭크뉴스 2024.06.12
29111 [단독] 통합 AI 반도체 회사, 리벨리온이 존속법인 된다 랭크뉴스 2024.06.12
29110 “‘김 여사 가방’ 대통령 신고 의무 없다” 권익위, 이틀 지나 부연 설명 랭크뉴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