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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원서 접수 3개월 앞두고 현장 혼돈
인문계열 등 특정학과 목표 학생들
무전공 확대에 정원 축소 불안감 커
입시현장선 합격선 예측도 어려워
서울 한 학원에 붙어 있는 입시 관련 홍보물. 연합뉴스

“꾸준히 철학책을 읽고 인권 관련 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철학과 입학을 준비해왔는데, 무전공 선발이 크게 늘어 걱정이 많다. 안 그래도 적은 정원이 더 쪼그라들어 당장 진학도 문제지만, 입학 뒤에도 소속된 학과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 서글프다.”(광주의 고3 노아무개군)

“철학과나 사학과 등을 가려는 학생이 매해 한 반(20~25명)에 꼭 2~3명씩은 있다. 이런 과에 입학하려고 고1 때부터 준비한 학생들이 있는데 3년간의 노력이 의미 없어질 판이다.”(광주의 고3 담임 ㄱ 교사)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3개월여 앞두고 입시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일고 있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51곳과 국립대 22곳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28.6%인 3만7935명을 무전공 선발할 계획이다. 전년(9925명)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입시 현장에서는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기존에 특정 학과를 준비해온 학생들은 당장 입시 전략을 바꿔야 할 처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전공 선발 규모가 커진 만큼 다른 학과의 정원은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시모집에서 ‘문·사·철’(어문·역사·철학) 계열은 선발 인원이 한자릿수 안팎인 대학이 많아 수험생 우려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경북의 한 고교 ㄴ 교사는 “전년도 입시 결과가 무용지물”이라며 “무전공 선발은 그것대로 예측 불가능성이 높고, 인문계열 등 특정 학과를 목표로 학생부를 준비한 학생들은 문이 좁아져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내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충돌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택할 수 있도록 해, 학생의 진로·적성을 존중하고 과도한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일반고 1600여곳(2023년 기준)은 이미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면서 고교학점제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경기의 한 고교에서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인 이아무개 교사는 “무전공 선발은 내신 성적 위주인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많이 뽑고, 수능 최저등급까지 보는 대학이 늘었다”며 “학생이 진로·적성에 맞게 수업을 택하도록 한다는 고교학점제와는 달리 일부 과목이 수능 대비 수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전공 선발 확대로 문·이과 유불리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정시를 막론하고 이과생이 점수가 더 높아 대학들이 문·이과 구분을 두지 않고 선발한다면 이과생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마땅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채 무전공 선발 확대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의 한 고교 교사는 “안 그래도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 등으로 문과생들이 어려운 상황인데, 교육부가 이런 현실은 보지 않고 무작정 정책을 밀어붙이니 문과반을 맡는 교사로서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무전공제가 도입되면 융합교육이 중요해져 학생들에게 인문학 등 기초 소양이 요구돼 오히려 기초학문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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