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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개편 골든타임] <중> 쳇바퀴 도는 최저임금
근로장려금 6년새 1.1조나 급증
정부가 임금 상승 부담 받쳐줘도
지원효과 논의 않고 합의 7번 그쳐
사실상 공익위원이 결정권 쥔 채
노사는 사퇴·퇴장 반복하며 갈등
4일 2차회의도 금액 등 격론 예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달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왼쪽)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2011년 7월 1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심의가 파국을 맞았다. 위원들이 원하는 임금안을 계속 제시해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최저임금위에 참여하는 노동계(근로자위원)와 경영계(사용자위원) 모두 위원 사퇴를 공개 경고했다. 이 ‘엄포’는 그해에만 일어난 특별한 일이 아니다. 5년 뒤인 2016년에도 근로자위원이 2017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위원 사퇴를 결정했다. 2019년에도 역시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근로자위원들이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잘못됐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가깝게는 2022년과 2023년에도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모두 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최저임금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36년 동안 매년 이뤄지는 최저임금 심의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한 교섭’이다. 회의 도중 고성부터 퇴장, 위원 사퇴, 위원장 사퇴 요구까지 반복되면서 위원회의 본래 목적인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화와 합의 정신은 사라졌다. 현 제도를 고치지 않고는 최저임금의 대안인 근로장려세제 확대, 최저임금 영향률 급감과 같이 달라진 환경에 맞는 ‘최저임금 논의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에도
26.9% vs 동결
대립…독립성 논란 꼬리표
=2일 노동계와 경영계, 학계에 따르면 노사와 전문가들의 최저임금 심의에 대한 공통된 지적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위원 구성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 비율로는 3개 주체로 힘이 고르게 배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익위원이 심의의 키를 쥔다. 임금 수준은 늘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각 위원들의 표결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공익위원이 노사 어느 쪽으로 손을 들어주느냐가 심의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해 임명하고 공익위원 중에서 최저임금위 위원장이 선출된다. 노사의 갈등을 중재할 공익위원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늘 나오는 배경이다.

두 번째는 임금 결정 기준이다. 법에서는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고려해 임금을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절대 기준이 아니다 보니 산식이 자주 바뀐다. 2000~2010년에는 경제성장률, 물가 인상률이 핵심 지표였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취업 증가율을 고려했다. 자주 바뀌는 산식은 결정된 임금 수준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비판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거나 내리려는 정권에 따라 ‘맞춤형 산식’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정해지면 번복할 수 없다. 매년 노사는 최저임금 결정 직후 제도에 따라 이의 제기를 신청했지만 수용된 전례가 없다.

세 번째 우려는 노사의 무리한 임금 수준 제시다. 임금 수준은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계속 반복하는 식으로 조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표결이 일반적이다. 이렇다 보니 노사 모두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기선 제압식으로 악용한다. 일례로 올해 최저임금을 정한 지난해 최저임금위 심의에서 근로자위원은 26.9%를 인상안으로 제시했다. 5년간 추이를 보면 근로자위원은 2020년 19.8%를 시작으로 15% 선 아래로 제시한 전례가 없다. 경영계도 마찬가지다. 경영계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동결을 주장했다. 매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삭감안이다. 심지어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2%, -2.1%를 주장했다. 그 결과 노사의 최초 요구안 인상률 차이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14년 동안 20% 선 아래로 내려간 경우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이 노사 합의로 이뤄진 경우는 제도 시행 36년 동안 일곱 번에 그쳤다.

◇‘정부가 부담’ 근로장려세제, 역대 최대…영향률도
반 토막
=
최저임금 심의는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최저임금의 중요 요인이 상대적으로 심의에서 뒷전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상황이 근로·자녀 장려금의 급격한 확대다. 근로장려세제로도 불리는 이 지원금은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이뤄지는 구조 덕분에 최저임금의 최적의 대안제도라고 늘 평가받아왔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릴 경우 커지는 민간의 임금 지급 부담을 정부가 나눠 갖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확대될수록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의 요구치나 갈등 수위도 한층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심의에서 근로장려세제 효과가 심도 깊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올해 근로·자녀 장려금은 6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약 80만 가구가 늘어난 558만 가구가 지급 대상이다. 복지를 최우선으로 여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만하더라도 약 5조 원대였던 장려금 규모가 1조 1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근로장려금 맞벌이가구 소득 요건 상한을 3800만 원에서 4400만 원으로 올리는 등 장려금 혜택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과 함께 최저임금 심의의 핵심 지표인 최저임금 영향률 변화도 올해 눈여겨봐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영향 근로자는 임금근로자 1653만 5000명 중 65만 명으로 영향률이 3.9%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8.6%와 비교하면 4년 만에 절반 수준이다.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09년부터 15년 동안 영향률과 근로자 수 모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향률이 낮다는 의미는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임금근로자가 플랫폼 노동자처럼 비임금 근로자로 이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노동계가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와 같은 최저임금 미적용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배경이다. 최저임금 심의가 올해부터 임금 수준의 ‘높이’에서 ‘넓이(적용 범위)’로 급격하게 판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본격화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올해 노사 갈등이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위 1차 전원회의에서는 노동계에서 공익위원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4일 열릴 2차 전원회의에서도 노사는 임금 수준, 업종 구분 적용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지낸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장려세제는 최저임금의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임금이 낮으면서 근로 의욕이 있는 국민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는 취지라는 점이 고용시장과 기업 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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