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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해저 연구선 탐해 3호 에 타봤습니다
탐해 3호가 해저를 탐사하는 상상도. 선미에서 가깝게 자리잡은 짧은 막대기들은 해저를 향해 커다란 소리, 즉 탄성파를 발사하는 ‘에어건’이다. 기다란 밧줄 8개는 해저에 맞고 돌아온 탄성파를 감지해 바다 밑에 어떤 광물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스트리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음파 발생 ‘에어건’·탄성파 포획 ‘스트리머’ 등 고성능 장비로 해저 구조 파악

희토류 등 자원 정밀 탐사에 최적…이달 서해 군산 분지로 첫 임무 나서


지난달 23일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통선에 올랐다. 통선은 바다에 떠 있는 배와 육지를 연결하는 일종의 해상 버스다. 엔진에 시동을 건 통선이 약 30분을 항해하자 눈에 들어온 것은 부산 근해에 떠 있는 ‘탐해 3호’였다.

통선이 탐해 3호 뱃전에 다가가 멈추자 길이 1m짜리 사다리를 수직으로 걸치고 승선했다. 배는 거대했다. 길이 92m, 폭은 21m에 이르렀다. 배수량은 해군 구축함과 비슷한 6900t급이었다.

탐해 3호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할 최신 해저 연구선이다. 1678억원이 투입돼 HJ중공업이 건조했으며, 지난해 7월 진수됐다. 그 뒤 탐해 3호는 시험 운전을 해왔다. 선내가 언론에 공개된 이날도 탐해 3호는 부산 근해에서 저속으로 시험 운전 중이었다. 탐해 3호는 지난달 31일 공식 취항했다.

바닷속에 투입돼 ‘펑’하는 커다란 소리, 즉 탄성파를 내는 장비인 ‘에어건’(빨간색 원)이 탐해 3호 내에 보관돼 있다.


‘펑’ 소리 발사해 해저 구조 파악

탐해 3호 내부로 들어서자 폭이 좁은 복도가 나타났다. 성인 두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형적인 선박 내부 복도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복도 옆에 달린 문을 밀고 들어가자 완전히 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연구원과 승조원들이 머물 숙소였다. 2인실인 해당 숙소에는 침대와 욕실, 책상이 갖춰져 있었고, 작은 테이블과 소파도 마련돼 있었다. 비교적 넓은 공간이었다. 3성급 호텔 객실 규모와 비슷했다.

탐해 3호는 한 번 출항하면 약 2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국 연안은 물론 태평양 같은 대양까지도 거뜬히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잘 갖춰진 생활 공간은 장기 탐사 때 받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한다. 탐해 3호에는 운동 시설과 병원도 갖춰져 있어 건강 관리에도 신경 쓸 수 있다. 연구원과 승조원을 합쳐 총 50명이 탄다.

이들이 탐해 3호에서 운영할 핵심 기기를 보기 위해 선미로 이동했다. 복도와 계단을 따라 몇분을 걷자 ‘에어건’이라는 장비가 나타났다. 에어건은 말 그대로 공기를 총처럼 쏘는 장비다. 탄성파라고 부르는, ‘펑’하는 소리를 바닷속에서 연속적으로 발사한다.

에어건은 가정용 진공청소기 본체 같은 모양새였다. 바다에 떠 있을 수 있도록 부력을 제공하는 대형 파이프에 이런 에어건 여러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얼레를 닮은 원형 장비에 감겨 있는 ‘스트리머’. 스트리머는 에어건에서 출발해 해저에 맞고 돌아오는 탄성파를 감지한다.


에어건이 소리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공기 압력은 무려 2000psi다. 일반적인 승용차의 타이어 공기 압력(30psi)보다 약 70배 강하다. 탐해 3호 관계자는 “물속에 잠긴 에어건에서 배로 진동이 전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게 에어건이 바닷속에서 발사한 탄성파는 해저에 맞은 뒤 수면으로 튕겨져 돌아온다. 돌아오는 탄성파를 감지하는 장비가 ‘스트리머’다. 탐해 3호의 또 다른 핵심 기기다.

스트리머는 기다란 밧줄처럼 생겼다. 이날 탐해 3호 내부를 살펴보니 스트리머는 얼레처럼 생긴 원형 장비에 꼼꼼히 감겨 있었다. 하지만 향후 본격적인 해저 조사가 시작되면 스트리머는 바닷속으로 연줄이 풀리듯 길게 전개된다. 스트리머는 에어건과 함께 수심 5~10m에 투입되는데, 에어건에서 발사된 뒤 해저에 맞고 돌아오는 탄성파를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잡아내기 위해 육상 트랙처럼 여러 줄 배치한다. 모두 8줄이고, 한 줄당 길이는 무려 6㎞다. 탄성파를 포획하는 일종의 대형 그물을 치는 셈이다. 탐사가 가능한 면적은 지난해 퇴역한 소형 해저 탐사선(2100t급) ‘탐해 2호’보다 4배나 넓다.

탐해 3호 내부에 설치된 ‘사이언스 랩’. 해저에 투입된 각종 탐사 장비에서 얻은 정보들이 집약되는 곳이다.


MRI처럼…“지구 내부 들여다볼 수 있어”

이렇게 잡아낸 탐사 정보는 탐해 3호 내에 있는 ‘사이언스 랩’이라는 시설로 전송된다. 사이언스 랩은 사람으로 따지면 각종 정보를 분석하고 저장하는 두뇌다.

이날 사이언스 랩으로 들어서자 한국 주변의 지도가 떠 있는 대형 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80㎡ 공간에 다수의 모니터와 컴퓨터, 서버들이 들어차 있었다. 에어건과 스트리머를 포함해 각종 탐사 장비로 모은 해저 정보가 이곳으로 집약돼 전산 처리되도록 구성돼 있었다.

최윤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장은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인체 내부를 보듯 탄성파와 각종 장비로 지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탐해 3호가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찾으려는 것은 뭘까. 해저 자원이다. 탄성파는 고체와 액체, 기체 상태의 물체와 부딪치고 나면 진폭이 모두 달리 변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목소리가 커지거나 작아진다는 뜻이다. 진폭 변화를 분석하면 단단한 암석 안에 들어가 있는 유체 상태의 석유나 가스를 찾아낼 수 있다.

김병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에너지연구본부장은 “과거에도 한국 주변 자원을 탐사하기는 했지만 탐해 3호의 최신 기술로 재차 탐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탐해 3호가 제주도 남쪽 해저인 ‘제7광구’에서 한국이 탐사를 벌일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7광구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으며, 지하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1978년에 50년 기한으로 한·일 공동개발 협정이 발효됐지만, 일본의 소극적인 자세로 이렇다 할 채굴 성과는 수십년째 없었다.

협정 종료가 임박해지면서 최근에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일 간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탐해 3호 취항으로 한국으로서는 양국 공동 자원 조사가 필요할 경우 동원할 기술적인 수단이 생긴 셈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탐해 3호는 이달부터 서해 군산 분지에서 첫 임무에 나선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장기 격리할 지하 저장소를 찾을 계획이다. 내년에는 태평양 공해로 나가 해저 희토류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메탄가스와 얼음이 결합된 심해 자원인 가스 하이드레이트도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2007년 동해에서 탐해 2호를 통해 실물을 세계 5번째로 확인했다. 최 센터장은 “탐해 3호를 이용하면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찾기 위해 동해뿐만 아니라 대양에서도 탐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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