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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인천 계양구 세종병원 심혈관센터 진료실 앞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 이후 전공의 비중이 높던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진료와 수술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 병원 신규 환자가 소폭 늘었다.


옥진우(21)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심부전증을 진단받았다. 충남 보령에 사는 옥씨는 ‘큰 병원’인 경기도 수원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아왔다. 왕복 5시간씩 차를 타고 간 뒤 1시간을 병원에서 대기하다 의사를 만나는 건 고작 3분이 전부였다.

그러던 옥씨는 지난 3월 중순 병원 입원 중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 증상을 호소했다. 옥씨의 심장은 기능이 1%밖에 남아있지 않던 상태였다. 심장 이식을 해야 했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전공의가 없어 곧바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옥씨를 받아 줄 병원을 찾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수소문했지만, 전공의가 없어 수술 스케줄을 잡기 어려운 건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2차 병원으로 범위를 넓혀 알아보던 중 인천 계양구 세종병원과 뒤늦게 연락이 닿았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이 직접 구급차에 올라 옥씨를 데리고 왔다. 당시 옥씨는 심정지가 발생해 위급한 상태였다.

김 센터장은 “에크모(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주입하는 장치)를 삽입한 채 하루 만에 체중이 10㎏이나 찔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폐부종이 심해지면서 코와 모든 기관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며 “일주일만 먼저 왔어도 환자나 의료진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큰 병원만 알아보다가 지체된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나흘간 김 센터장이 밤을 새며 옥씨를 돌봤다. 신체 신호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지난 3월 30일 심장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이후 옥씨는 회복하면서 상태가 좋아졌고 퇴원을 기다리고 있다. 옥씨는 지난 30일 국민일보와 만나 “아파서 포기하고 싶던 순간이 많았는데, 큰 병원과 달리 여기서는 내 이야기도 들어주고 ‘회복할 수 있다’고 격려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세종병원 2층 심장센터와 뇌혈관센터 앞에는 대기 환자들로 북적였다. 하루 약 1500명 환자가 찾던 병원은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환자가 8%가량 늘어났다. 이 중 상당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넘어온 신규 환자로 추정된다.

대기실에서 만난 권모(55)씨는 “2년 전 심장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큰 병원(상급종합병원)은 대기도 길고 집이 멀어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2차 병원인 세종병원은 심혈관 응급환자를 100% 수용하는 심혈관네트워크 핫라인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중증·응급·경증 환자를 모두 돌본다.

하지만 모든 2차 병원이 이곳처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때문에 환자가 찾지 않는 경우도 많은 데다 중증·응급 환자를 치료한 뒤 받는 보상 체계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환자들은 받아주는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해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가 시작된 지 100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은 “2차 병원은 이번 사태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3차 병원(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지 못해 병원에서는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며 “똑같은 점수를 받아도 보상이 반 밖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3차 병원만 다시 재투자를 하게 되고, 결국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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