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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항소심 판결 후폭풍]
SK경영권 흔든 비자금 '쪽지 한장'
메모·약속어음 핵심 증거로 채택
특수관계인 기여 인정도 이례적
변호인 "SK 우호지분" 언급에
盧측 "향후 상황 의견표명 부적절"

[서울경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을 선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법원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 38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으나 기여도는 물론 자금 출처 등까지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최종 판결을 앞둔 대법원에서도 해당 부분에 대해 고심할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 유입은 없었다’는 입장과 함께 증거 채택에 대한 신빙성 등을 중점으로 향후 재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과거에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제출한 비자금 관련 메모.


2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2개 메모에 따르면 ‘1998년 4월 1일 현재 선경 300억 원, 최 실장 2억 원, 최 상무 32억 원, 노재우 251억+90억 원’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999년 2월 12일 현재라고 적힌 또 하나의 메모에는 ‘선경 300억 원, 최 서방 32억 원, 노 회장 150억 원, 신 회장 100억 원’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 1일과 1999년 2월 12일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보관해온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과 함께 노 전 대통령 자금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노 관장에 대한 SK㈜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 활동 기여도를 인정했다. 이 증거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건네는 대신 최 회장은 담보로 선경건설 명의 어음을 전달했고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재산 분할 액수가 1심 대비 20배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다”고 항변했다. 메모 속 ‘선경 300억 원’의 의미는 통상 약속어음의 경우 발행인(선경그룹)의 소지인(노태우)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받았다는 증거’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995년에 진행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사건에서 나온 최 전 회장 진술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최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한 해(1988년)에 30억 원을 준비해 갔는데 노 전 대통령은 “사돈끼리 돈을 주고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물리쳤다고 진술했다.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결과 등을 근거로 “SK그룹에 비자금 유입이 없었고,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반박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일단 노 관장이 SK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 활동에 기여했다고 판단을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법조계 안팎의 의견은 분분하다. 구체적인 물증 없이 일방의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만을 핵심 증거로 법원이 판단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가사 소송인 만큼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자금의 출처와 기여도 판단 부분’이 향후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상당하다. 기여도라는 게 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이혼 당사자의 행위를 따지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부모’라는 특수관계인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가사 소송에서) 기여도는 자산이 줄지 않도록 유지하거나 늘어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따지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제공했다는 내용으로 외부에서 들여온 돈을 기여로 봤다는 점은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가사 소송에서 기여는 당사자의 그동안 행위를 뜻하는데 제3자나 가족이라고 해도 특수관계인의 기여가 인정된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자금 출처 역시 큰 ‘논란거리’로 꼽힌다. 메모·약속어음에서 드러난 자금이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지 등 출처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공소시효 만료로 출처 등에 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를 ‘정상적인 돈’으로 인정했으나 향후 법률적 논란의 한가운데 설 수 있다는 게 법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을 자산으로 인정할 경우 자칫 조성 당시 법에 어긋난 행위마저 정당하다고 인정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혹여 해당 자금이 비자금이고, 이를 기여도 책정의 기준으로 따졌다면 이른바 장물의 취득과 기여라는 측면에서 법률적 상충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소시효가 끝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을 가사 소송에서 기여도로 인정할지 여부 자체가 향후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이 만들어지고 전달된 경로가 불명확하고 돈 자체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유입됐다는 점에서 향후 기여도 산정 등에서 법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향후 대법원이 내릴 결정에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노 관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항소심 판결만이 선고돼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현재로서는 향후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앞서 1일 노 관장 측 한 법률대리인이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SK의 우호지분으로 남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가 원론적인 답변으로 정정한 것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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