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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5월 1일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2일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국민 불안이 커질 뿐 아니라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대통령실은 북한의 행태를 “더러운 협박”으로 규정, 원칙적 대응을 다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NSC를 주재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은 정상국가는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한 도발이자 국제 안전 규범을 무시한 처사”라며 “오물 풍선 도발 등이 반복될 경우 우리의 대응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대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재개를 예고했다. 또 “(실행 방안을)오늘 구체적으로 밝히기보다는,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게 아마 북한 측에도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국 시민단체가 대북 전단을 날려보낸 데 대해 북 측이 보복을 예고한 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집적 협박성 성명을 낸 사실을 언급하며 “당시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반응이었고, 그해 말 남북관계발전법에 대북전단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고 소개했다. 또 “지금 거의 당시와 비슷하게 우리 국민들은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좀 바꾸라고 압력을 넣으려는 것 같은데, 우리 정부에는 이런 더러운 협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당시 정부여당의 관련 법 개정에 야권 등은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정부가 사실상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침을 정한 가운데 구체적 재개 일정 등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전술적 대응에 의도적으로 혼란을 주는 한편 국내적으로 법적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 및 이를 근거로 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2021년 시행, 대북전단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의 효력을 정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관련 질문에 “확성기 방송 재개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담보했기 때문에 이를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법적·행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따라 오는 4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등의 일부 효력 정지를 안건으로 의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무회의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北감내 어려운 조치" 경고에도 오물 풍선 '폭탄'
2일 오전 10시 22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풍선이 떨어진 차량의 앞유리창가 파손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정부는 앞서 지난달 31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정부는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며, 이후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일 오후 8시쯤부터 다시 오물 풍선 투하를 재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북한에 분명히 시간을 줬는데, 경고가 나가자 마자 바로 답이 (오물 풍선 재개로)온 것”이라며 “(우리 대응에)굳이 시간을 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이유다.

오물 풍선은 2일 낮 12시 무렵까지 계속 남하하다가 이후 멈췄다. 이 때까지 북한이 내려보낸 풍선은 720여개로, 처음 도발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약 1000개의 풍선을 부양했다는 게 군 측 설명이다.

오물 풍선은 서울·경기도·충청도·경상북도 등 사실상 전역에 낙하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에 의해 차량의 앞유리가 파손된 사진도 올라왔다.

이처럼 실제 피해가 발생한 데다 국민적 안보 불안이 커지자 정부 역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를 명분삼아 더 강도 높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 국민의 재산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라는 점이 확인된 만큼 이런 위험성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도 다수였다고 한다.



NSC "北, 오물 풍선·미사일 등 복합 도발"
지난달 30일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600㎜ 구경 방사포를 발사하며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여기엔 이런 새로운 방식의 도발이 북한의 ‘하이브리드전 예행 연습’일 수 있다는 경계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영토를 기습하며 로켓과 동시에 불도저·행글라이더를 이용한 비정규전 방식을 혼합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오물 풍선, GPS 교란, 탄도미사일 도발을 전방위로 섞어 감행하면서 ‘하마스 학습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실제 NSC도 이번 결정이 풍선 도발 단건이 아니라 “북한의 대규모 오물 풍선 살포, GPS 교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복합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명확히 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오물 풍선 투하를 재개한 1일 GPS 교란 전파 송출도 재개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군 헬기와 함정 등에도 GPS 전파 교란 신호가 포착됐다. 다만 대체 항법 장치 이용 등으로 작전 상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북한은 풍선 투하가 잠시 중단됐던 지난달 30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정 수호를 위한 군사적 보복력 가동"을 강조하며 초대형 방사포(600㎜) 부대의 "위력 시위 사격"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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