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일 언론 “초계기 협상 막판 쟁점”…윤 정부 반대로 무산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 연합뉴스

한·일 정부가 5년 넘게 양국 군사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 대책에 1일 합의한 가운데 협상 과정에서 일본 쪽이 ‘자위대의 욱일기 사용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한국이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여겨져 한국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욱일기의 공식 사용을 일본이 합의하자고 나선 것은 도를 넘은 모습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초계기 갈등’과 관련해 “한·일 협상 최종 국면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일본 ‘자위함기’(욱일기) 문제였다”며 “일본 쪽이 ‘자위함기 게양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고 한국 쪽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쪽이 (초계기 갈등) 합의 보류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와 결국 일본 쪽이 합의(문)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양보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강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욱일기 사용’을 합의하자고 윤석열 정부에 요구한 것은 최근 한-일 관계의 변화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골칫거리였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등 쟁점에 대해 한국 여론의 반대에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참에 묵은 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군사 협력 확대를 명분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한국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용해 준 것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열린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엔데버 23’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욱일기를 달고 부산항에 입항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5월 사례를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가 당시 자위함기 게양을 허용했다. 함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이미 한국에서) 평가한 것이라고 (일본에선) 정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0월엔 한국 정부가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려던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에 욱일기 게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자,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불참을 통보한 바 있다. 한국은 욱일기를 ‘전범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으로 생각해 사용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자국의 상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도 아주 예외적으로 해상자위대 함정이 한국 해군이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게양하고 참석한 적은 있다.

욱일기는 일본 정부가 1870년 5월 일본 육군의 정식 깃발로 결정했다. 가로 134.2㎝, 세로 152.5㎝의 네모 속에 태양을 상징하는 빨간 원인 ‘히노마루’를 중심으로 주변에 16개의 광선을 쏘는 모습이다. 1899년 해군의 군함기로도 채택된 욱일기는 육군과 달리 히노마루의 모양이 왼쪽으로 좀 치우쳐 있다. 이후 일본 정부는 1954년 자위대를 만들어, 자위대법 시행령을 통해 옛 일본 해군의 군함기를 자위함기로 채택했다. 자위대법에 따라 자위대 선박은 자위함기를 일장기와 함께 게양해야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내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413 테슬라, 장 초반 4%대 약세… 7거래일째 내림세 랭크뉴스 2024.04.23
31412 “설마 우리 학군에”… AV행사 재추진에 엄마들 전전긍긍 랭크뉴스 2024.04.23
31411 태국, 문화산업 무료직업교육 실시…"일자리 2천만개 창출" 랭크뉴스 2024.04.23
31410 英 증시 FTSE 100 지수 사상 최고치로 마감 랭크뉴스 2024.04.23
31409 젤렌스키 "올림픽 휴전? 푸틴에게 휴전이란 개념 없어" 랭크뉴스 2024.04.23
31408 “하늘로 떠난 반려견과 똑같이 만듭니다, 단 200만원” 랭크뉴스 2024.04.23
31407 “담배처럼 중독 위험”… EU, 틱톡 라이트 ‘보상 프로그램’ 조사 랭크뉴스 2024.04.23
31406 "바이든, 등록유권자·적극투표층 조사서 트럼프에 오차內 앞서" 랭크뉴스 2024.04.23
31405 술 취해 꼬장 부린 초임검사 입건…경찰 폭행도 모자라 선 넘었다 랭크뉴스 2024.04.23
31404 40도 폭염에 에어컨 고장…인도 女앵커 생방송 중 픽 쓰러졌다 랭크뉴스 2024.04.23
31403 테슬라, 中서 가격인하로 '출혈경쟁' 우려…주가 또 52주 최저(종합) 랭크뉴스 2024.04.23
31402 “모든 복지혜택 거부” 중랑교서 5년간 노숙한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 법정 서는 사연 랭크뉴스 2024.04.23
31401 한소희, 학폭논란 전종서와 절친? 머리 맞댄 사진과 올린 문구 랭크뉴스 2024.04.23
31400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자” 시민들의 선택···17년만 연금개혁 이뤄질까 랭크뉴스 2024.04.23
31399 대만 화롄현 남쪽 바다서 규모 6.0 지진 발생 랭크뉴스 2024.04.23
31398 벌건 대낮에 홍대 식당서 ‘먹튀녀’…비빔밥 먹고 눈치 보더니 ‘줄행랑’ 랭크뉴스 2024.04.23
31397 "범죄계획 조율" vs "무죄"…트럼프 '입막음돈' 재판, 본격 심리 랭크뉴스 2024.04.23
31396 대만 인근 해역서 규모 6.3 등 지진 잇따라…건물 흔들려 (종합) 랭크뉴스 2024.04.23
31395 美 "北 탄도미사일 발사 규탄…국무장관 방중 협의서 논의" 랭크뉴스 2024.04.23
31394 6월 말 기다렸던 '별내선' 다시 개통 지연…서울시, 시험 운행 연기 랭크뉴스 202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