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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비자금 종잣돈 삼아 성장했다면
‘늘어난 재산 부부의 재산이냐’ 논란 일어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300억원이 에스케이 그룹 쪽에 유입된 것으로 인정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에스케이가 비자금을 이용해 그룹을 성장시켰다면, 늘어난 자산의 상당 부분을 최태원-노소영 두 사람이 나눠가지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이미 완납해 법에 따른 환수 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노 관장 쪽은 최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가 1998~1999년 사이 작성한 비자금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메모에는 에스케이의 전신인 ‘선경 300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 노 전 대통령 쪽이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전 선경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1991년 선경건설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에 대한 사진 등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이런 자금 지원과 노 전 대통령의 ‘방패막이’ 등이 에스케이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고, 재산분할로 1조3000억원 가량(1심에선 665억 재산분할 인정)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최 회장 쪽은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비자금 유입이 사실이라면 이는 앞선 검찰 수사에서 사용처를 확인하지 못했던 돈으로 보인다. 1995년 12월 대검 중수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 규모를 4500억~46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3690억원은 여당 선거 지원, 부동산 매입 등으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지만, 약 800억~900억원의 사용처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었다.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300억원의 비자금이 증권사 인수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열어놨다. 최 전 회장은 1991년 말 업계 10위권인 태평양증권 인수를 결정하고 개인자금으로 태평양증권을 매입했는데, 1991년 12월~1992년 1월 매입대금 571억여원의 중 471억여원을 현금으로 내 자금출처에 대한 의문이 인 바 있다. 재판부 역시 300억원 비자금이 사용된 곳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태평양증권 인수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때문에 300억원 비자금을 종잣돈으로 성장한 기업의 지분을 ‘재산형성 기여’라는 이유로 노 관장이 모두 가져가는 게 맞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2일 조국 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최태원 회장의 외도, 두 사람 간의 재산분할 액수가 아니라, 재판부가 두 부부가 이룬 재산이 비자금과 정경유착에 의한 범죄행위에 의한 수익이라고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라 “당시 사돈이었던 노태우 대통령의 도움 없이 에스케이는 지금 같은 통신재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경유착의 부산물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제를 남긴 문제라고 본다”며 “법원이 말한 ‘인정된 기여’라는 것 자체가 정당하게 시작되지 않은만큼 노 관장도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당사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재판부의 판단이 사실이라도 환수는 어려울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2013년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 아울러 해당 자금을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 쪽에 빌려준 대여금 성격으로 보면, 마땅한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1995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또다른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230억원의 비자금이 유사한 형태로 전달된 것을 확인했지만 신 전 회장에게는 별다른 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대신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추징금으로 이 돈을 확보하기 위해 추심금 청구 소송을 냈고 2001년 대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검찰이 10년 동안 이 돈을 추징하지 못하면서 채권 만료 시효가 지났다.

이 돈이 다시 문제가 된 것은 2012년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와 신 전 회장의 딸은 이혼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때 노 전 대통령 쪽은 신 전 회장에게 230억원 이외에 420억원을 추가로 줬고 이 돈이 개인빚을 갚는데 사용돼 배임죄가 의심된다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냈다. 이 사건은 2013년 9월 신 전 회장 쪽이 노 전 대통령의 남은 추징금 중 80억원을 대신 내고 검찰은 신 전 회장에 대해 무혐의와 입건유예 처분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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