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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빵!”

나카지마 히데시(73)씨에게 아이들을 위해 밥 짓는 이유를 묻자 대뜸 카레빵 얘길 꺼냈다. 그는 2012년부터 도쿄도 이타바시구에서 어린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자칭 ‘렌콘(蓮根·연근)맨’이다. 별명은 식당 인근 역(蓮根·はすね) 이름에서 따다 붙였다. 지금도 모금 활동을 할 때면 렌콘맨 코스프레를 한다.

나카지마 히데시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식당. 나카지마씨 제공


“어느 겨울이었어요. 밤 10시쯤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보는 여자가 제게 100엔만 빌려달라고 말을 걸었어요. 보니까 옆에 어린 여자아이가 함께 서 있더군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이에게 카레빵을 먹이고 싶은데 사줄 돈이 없대요. 그 자리에서 엄마에게 5000엔을 건넸어요. 그때 100엔짜리 빵도 못 사먹는 집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날 일이 계기가 됐어요”

나카지마씨의 식당은 ‘이자카야’다. 20년 넘게 안주와 술을 팔았다. 평소에는 술집이지만 어린이와 주민을 초대할 때는 어린이식당이 된다. 처음에는 손수 만든 도시락을 나눠줬다.

그가 기록한 어린이식당 일지 상 ‘첫 도시락 데이’는 2012년 5월 8일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별로 안 왔어요. 어린이식당이 뭔지 모를 때였고 아는 사람이 없으니 찾는 사람도 적었지요. 물론 지금은 한 달에 500명 가까이 찾는 어린이식당이 됐습니다.”

지난 5월29일 나카지마씨가 4월 어린이식당 운영 일지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반기웅 기자


지난 4월에는 27일이나 어린이식당을 열었다. 거의 매일 문을 연 셈이다. 4월에만 375명이 식당을 찾아 도시락과 음료, 과자를 받아갔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물량이라 매번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그동안은 주로 주먹밥을 많이 만들었어요. 신선한 채소로 더 좋은 음식을 해주고 싶었는데, 비용 문제로 좋은 도시락을 못 해줬어요. 그게 아쉽습니다”

그간 나카지마씨는 대부분 자비로 어린이식당을 운영했다. 이자카야 수입이 많지 않아 젊은 시절 벌어둔 돈을 털었고, 연금도 쪼개 넣었다. 기부를 받고 모금 활동도 하고 있지만 항상 예산이 쪼들렸다.

“코로나 시기에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는 사람이 모이면 안 되니까 모금도 못했거든요. 장사도 어려웠고. 그런데 그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한꺼번에 많이 늘어났지요. 주변 도움으로 어렵게 위기를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나카지마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나눠주는 주먹밥. 나카지마씨 제공


올해부터는 이타바시 구청에서 지원금을 받는다. 그의 활동을 눈 여겨본 비영리단체(NPO) 담당자가 이타바시구에 활동 지원금을 신청해 준 덕분이다. 구청 지원금은 연간 120만엔(한화 약 1050만원) 수준이다. 어린이식당 한달 운영비는 10만엔 정도로 구청 지원금은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지원금이 들어오는 만큼 도시락에 채소와 과일을 넣어 전보다 더 균형잡힌 식사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생리대를 비롯한 생필품 제공이나 ‘랜덤 용돈’도 더 늘릴 계획이다.

“용돈은 지원금으로 줄 수 없대서 사비로 챙겨주고 있어요.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생리대는 지원해주는 학교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틈틈이 나눠주고 있어요”

나카지마씨가 받은 편지. 반기웅 기자


어린이식당은 보람된 일이지만 때로는 고달프다. 당장 나이 70을 넘어서니 몸이 말을 안 듣는다. 그럴 때에는 어린 손님들이 남기고 간 감사 편지를 꺼내본다.

그는 “포기하고 싶다가도 아이들이 기뻐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몸이 버틸 때까지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지마씨는 정부가 아동 복지에 지금보다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할일을 시민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아이 없는 세상을 눈 앞에 둔 한국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는 “아이들은 선거권이 없다보니 정치인들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고 있다”며 “기득권 층이 노인 위주 정책만 내놓을 뿐 아이들은 안중에 없다”며 “아이들을 위한 나라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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