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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위기의 자영업

‘가성비’ 추구 속, 자영업 타격 심화
4월 자영업자 작년보다 9만4천↓
재료비 급등, 손님 줄어 줄폐업
서울 1만5천곳 넘게 문 닫을 듯
한겨레 

자영업 부문이 불안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 4월 자영업자 수가 작년 같은 달에 견줘 9만4천명(-1.6%) 줄었다. 전체 취업자 수가 26만1천명 늘어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를 보인 게 2월(-2만1천명)부터인데, 3월에 3만6천명 줄더니 4월 들어서는 감소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자영업자에는 종업원을 고용해 일하는 자영업주와 고용원 없이 혼자 일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있다. 4월 전국 통계에선 생계형 자영업자가 9만4천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고용원 있는 자영업주가 2만5천명, 고용원이 없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2만8천명 줄면서 합계 5만3천명 감소했다.

‘국외 직구’ 몰려드는 이유

물가가 오른 만큼 노동자 임금이 오르지 않아 실질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많아지면 내수 소비가 부진해지기 마련이다. 가계의 소비에 매출을 의존하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그 여파를 피해 가기 어렵다. 자영업자 넷 중 한명꼴로 종사하는 도소매업은 4월 취업자 수가 작년 같은 달에 견줘 3만9천명(-1.2%) 줄었다.

2021년부터 시작된 물가 급등은 가계로 하여금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국외 직접구매(직구)가 갈수록 뜨겁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2020년 6357만건이던 국외 직구(전자상거래 물품 통관) 건수가 2023년 그 갑절을 넘는 1억3144만건으로 늘어났다. 물품값이 싼 중국에서 직구하는 게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 작년의 경우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가성비가 높은 품목을 주로 파는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이 3조4605억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5% 늘어난 것이다.

가계가 소비지출에서 무얼 줄이고 있는지는 가계동향조사에서 살펴볼 수 있다. 1분기 도시 가계의 소비지출을 보면, 자동차나 기타운송기구 구입을 크게 줄여 전체 교통비 지출이 3.3% 줄어든 게 눈에 띈다. 통신장비 지출을 7% 줄였고, 통신서비스 지출은 0.5% 증가로 억제했다. 운동·오락서비스(-2.2%), 문화서비스(-13%)를 줄였고, 학원·보습교육비(-1.8%)도 줄었다. 식료품·외식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가운데, 식사비 지출은 5.7% 늘어났다.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지출 증가로 보인다.

한겨레

금융위원회가 지난 28일 내놓은 ‘서민 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 자료를 보면, 개인사업자의 카드 매출이 지난해 4월부터 계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개인사업자 폐업률이 9.5%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높아졌고, 폐업자 수는 11만1천명 늘어난 91만1천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형주 상임위원은 회의에서 “가계소득 부진 등 거시적 불확실성과 함께 온라인 쇼핑 증가 등 구조적 변화에 따라 취약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도소매업 외에 요식업, 운수업,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에 많이 종사한다. 노래방은 코로나 대유행 때부터 타격이 컸던 업종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다. 회식 자리가 줄고,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는 일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가 가라앉았지만, 노래방은 회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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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상환 때문에 폐업도 못 해”

소비자도 고통스럽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자영업자도 고통스러운 대표적인 업종이 음식점업이다. 김치찌개 백반 등 39개 품목으로 구성된 ‘외식’ 물가는 지난 4월까지 최근 3년간 18%나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1.8%를 큰 폭으로 뛰어넘는다. 소비자는 값이 너무 올라 고통스러운데 값을 올린 자영업자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유덕현 서울시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코로나 대유행 때도 어려웠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버텨왔다”며 “지금은 식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전기요금·연료비 등 상승으로 고정비가 크게 늘었는데 밥값 올랐다고 손님 줄고, 또 생활 습관 변화로 밤 9시 넘어서는 손님이 거의 없어 장사를 해봐야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가격을 더 올렸다가는 손님이 줄어 손실이 더 커질 단계에 접어들어, 자영업 가운데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친 게 음식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 영업 중인 업소와 그동안 폐업한 업소 명단이 들어 있다. 서울의 일반음식점 현황을 분석해보니, 코로나 대유행 이후 음식점업이 입은 타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의 일반음식점은 2020년 이후 해마다 1만곳 이상이 폐업했다. 2020년 1만1633곳, 2021년엔 1만3040곳이 폐업했다. 2022년엔 1만2905곳으로 조금 줄었으나 2023년엔 1만4642곳으로 다시 급증했다. 2023년의 폐업률(전년 말 업소 수 대비 연중 폐업 업소 수)은 11.5%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말 서울의 일반음식점은 12만5727곳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5248곳이 폐업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36건에 견줘 13.2%나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연간 폐업 건수는 1만5천곳을 훌쩍 넘기게 된다. 폐업률은 12.5%, 여덟곳 중 한곳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코로나 대유행 첫해였던 2020년 이후 서울의 일반음식점은 폐업이 개업보다 많아 2020년 4022곳, 2021년 4404곳, 2022년 3293곳, 지난해 2113곳 순감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689곳 감소를 포함해 코로나 이후 1만4521곳이 줄어들었다.

코로나 때 자영업자들에게는 원리금 상환 유예 등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했다. 지금은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금리가 크게 뛰어 이자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1조3560억원으로, 작년 3월 말에 비해 37.4%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31%에서 0.42%로 뛰었다. 유덕현 회장은 “적자 때문에 폐업을 하고 싶어도 상가 임대 계약이 남아 있어 못 하고, 폐업을 하면 대출금을 곧바로 상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위태롭게 장사를 이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서너 차례 회의를 더 열어 ‘서민,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을 제고하고 서민 금융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위의 인식이다. 그러나 2022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고물가·고금리와 실질임금 감소가 문제의 뿌리임을 고려하면, ‘금융’이 뾰족한 해법이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한겨레 경제부장, 도쿄 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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